[분석]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2세 경영' 승계 없이 '현금 선행' 이유는...고향 주민·친구 등에 1400억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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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2세 경영' 승계 없이 '현금 선행' 이유는...고향 주민·친구 등에 1400억 기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07.03 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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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근 "고향을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예우를 갖추고 싶었기 때문"
...친인척, 고향민, 초중고 동창, 지인, 단체 등 여러 곳에 현금 지급
...선물세트·공구세트·역사책 등 물품 기부까지 합치면 총 2400억원
...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 여력이 된다면 계속 하겠다"
- 부영그룹, 자산 20조원 22개 계열사 중 상장사 없어...총수 지분 사실상 100%
... 이중근, 80세가 넘었지만 아직 2세 경영 후계 작업 진행되지 않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세 경영' 후계 작업을 미룬 채 자신의 고향 마을 주민들에게 골고루 거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선행'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이중근 회장은 현금 기부가 주민들에 의해 알려지자 "알려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면서 "고향을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예우를 갖추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중근 회장의 대규모 현금 기부가 가능한 것은 상장사 없이 총수 지분이 사실상 100%에 가까운 '독특한 1인 지배구조'에 기인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부영그룹은 자산 20조원에 22개 계열사가 있는데 상장사가 전혀 없고 총수 지분율이 약 98%에 이르는 절대적 지배 형태"라며 "주주를 신경쓰지 않고 총수가 마음껏 경영이 가능해 '총수들의 로망'이란 말도 나오는데 고향 주민들에게 현금 기부에 대해 회사측에서도 거의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중근 회장이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기부한 현금은 약 1400억원에 달한다. 친인척은 물론 고향 주민, 초중고 동창 친구, 지인 등 다양하다. 동산고 25회와 순천중 15회 동창생 80여명에게는 현금 1억원씩을, 순천고 8회 동창생에게는 5000만원 씩 나눠줬다. 친인척들에게는 1억원에서 10억원까지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군에 100억원 등 과거 자신과 관련된 단체에도 현금 기부를 했다. 

이밖에도 선물세트·공구세트·역사책 등 전달된 물품 기부까지 합치면 총 2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에게도 현금을 지급하기 위해 명단을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앞서 이중근 회장은 지난 5월말부터 6월 초순까지 고향인 전남 순천 운평리 6개 마을 280여 세대 주민들에게 최대 1억의 현금을 각각 지급했다. 세금을 공제하고 개인 통장으로 지급한 액수는 각 가구당 2600만원부터 최대 9020만원에 달한다. 마을 토박이와 실거주 30년 이상을 비롯 거주 기간에 따라 5단계로 나눠 차등 지급했다.

1941년생인 이중근 회장은 운평리 죽동마을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중근 회장과 82세 동갑인 운평리 토박이 장찬모 씨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어느 날 갑자기 이장님이 '선물이 들어왔을 것'이라며 '통장을 확인해보세요'라고 하더라"며 "100만원이나 들어오겠다 예측했는데 1억원이 들어와 있어 꿈만 같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달 말부터 이달 초순까지 운평리 6개 마을 280여 세대 주민들에게 세금을 공제하고 거금을 개인통장으로 입금했다. 액수는 2600만원부터 최대 9020만원에 달한다.

이중근 회장의 선행이 알려진 것은 주민들이 공덕비 건립을 추진하면서 였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받은 금액의 1%씩 성금을 내, 공덕비 건립 비용으로 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찬모 씨는 "회장님께 고맙다는 말씀 밖에 드릴 게 없다"며 "큰 선물을 받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이중근 회장 공덕비를 설립하기로 이장님들 전부 다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중근 회장은 앞으로도 현금 기부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중근 회장은 지난 6월 30일 백선엽장군기념재단 창립대회에 참석한 가운데 한 매체에 "이웃사촌끼리 동네 사촌끼리 다 함께 잘 지내고 싶었다"며 "잘 모르겠다.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 여력이 된다면 (계속 하겠다)"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계에선 이중근 회장의 선행에 놀라면서도 경영 2세 후계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채 현금 기부가 이어지는 것에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이어진다. 

재계 일각에선 고령의 이중근 회장이 자녀들에게 상속 대신 주변 정리 나서는 분위기 얘기도 나와

일각에선 고령의 이중근 회장이 단계적으로 주변 정리에 나서는 분위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 자녀들에게는 거의 상속을 하지 않았는데 수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주변에 나눠주고 있기 때문. 
 
이중근 회장은 현재 경영 전면에 나설 수도 없는 상태다. 이중근 회장은 지난 2020년 1월 횡령·배임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회장직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8.15 광복절 특사(특별사면)'로 가석방 출소했으나 취업 제한으로 경영 전면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영그룹 지배구조는 이중근 회장의 '1인 체제'로 아주 단순 명쾌하다. 이중근 회장의 지주사  ㈜부영 지분율은 93.79%에 달한다. 이어 장남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 2.18%, 재단인 우정학원 0.79%, 자사주 3.24% 등오로 구성돼 이중근 회장이 사실상 100%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부영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  ㈜부영이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그리고 부영주택이 계열사 부영환경산업, 부영유통, 오투리조트(이상 100%), 무주덕유산리조트(74.95%), 천원종합개발(99.57%), 인천일보(49.87%) 등을 지배하고 있다.  

부영그룹 사옥

이밖에 이중근 회장은 동광주택산업, 남광건설산업, 남양개발 등의 지분을 보유하며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부영그룹은 이중근 회장이 80세가 넘었지만 아직도 2세 경영 후계자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부영그룹 측은 이중근 회장이 건강에 큰 문제가 없고 정정하다는 입장이다. 

장남 이성훈 부사장은 2세 중에 유일하게 ㈜부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2002년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등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

반면 막내딸인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는 2021년 11월 ㈜부영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이서정 전무를 제외한 이부영 회장 자녀 모두 직함만 가지고 있을 뿐 부영그룹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이서정 전무는 ㈜부영, 동광주택산업, 동광주택, 광영토건, 오투리조트 등 5개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중근 회장이 경영 2세 후계작업에 나설 지, 현금 기부를 비롯한 사회환원에 나설 지 등 여러가지로 부영그룹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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