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용 공급 이어 고용량 SSD로 제품 적용 확대
삼성은 236단 양산...2030년까지 1000단 개발 목표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층 수준의 238단 4D 낸드플래시 양산을 본격화했다. 해당 기술을 발표한 지 약 10개월만으로, 원가 경쟁력을 강점으로 한 이번 제품이 시황 약세를 극복할 돌파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8일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238단 낸드를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PC용 cSSD(Client SSD) 솔루션 제품을 개발해 5월에 양산을 시작했다”며, “당사는 기존 176단은 물론, 238단에서도 원가·성능·품질 측면에서 세계 톱클래스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이 제품들이 하반기 회사 경영실적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대비 낸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솔리다임)를 인수한 뒤 점유율을 2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최근 시황 약세로 다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1.7% 감소한 15.3%로, 3위에 머물렀다. 전분기 대비 조금씩 오른 삼성전자(1위)·키옥시아(2위)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작년의 경우 솔리다임 인수 첫해인 만큼 회사 출범을 위한 제반 비용 등의 인수 회계 처리로 인해 비경상적인 비용이 발생해 실적에 부담이 됐다”라며, “176단 비중 확대로 제품 경쟁력은 확보했지만 낸드 시황의 약세와 인수합병에 따른 비용 발생이 지속함에 따라 당분간 낸드 산업은 어려운 국면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회사측은 향후 업황 회복에 대비해 고사양 eSSD(Enterprise SSD) 등 고부가 제품의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원가 절감과 성능 개선을 이룬 신제품 개발이 절실하다는 측면에서 이번 SK하이닉스의 238단 낸드 양산이 큰 의미를 가져다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를 대표하는 반도체업체의 한 관계자는 “회사마다 쌓는 방식도 다르고 제품도 다르다 보니 사실 층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현존 최고층에서 SK하이닉스가 낸드 후발주자임에도 제일 먼저 개발하고 양산한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스마트폰 고객사 인증을 마치고 나면 모바일용 제품부터 238단 낸드를 공급하고, 이후 PCIe 5.0 규격을 지원하는 PC용 SSD와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 제품 등으로 238단 낸드의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에 따르면 238단 낸드는 이전 세대인 176단보다 생산효율이 34% 높아졌으며,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2.4Gb(기가비트)로 50% 빨라졌다. 읽기·쓰기 성능 또한 약 20% 개선됐다.
한편, 낸드플래시 시장 1위를 수성 중인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8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업계에서는 236단 이상 제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은 내년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