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국내 상륙으로 카드사들의 입지 '흔들'
신사업 활로는 아직 막혀...수익성 확보에 고민
모바일 결제 수요 증가로 간편결제 시장이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애플페이 상륙으로 카드사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신사업 활로는 아직 막혀있어 수익성 확보에 대한 카드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원가 이하의 가맹점 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데 모바일 간편결제 활성화로 입지가 크게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1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주요 4개 간편결제 서비스(삼성페이·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NHN페이코)의 지난 3월 결제액은 12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9조9766억원) 이후 1년 만에 2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보면, 삼성페이의 3월 결제액이 5조 818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네이버파이낸셜 3조5976억원, 카카오페이 2조4278억원, NHN페이코 506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애플페이까지 가세하면서 간편결제 시장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3월 21일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했으며, 서비스 개시 하루 만에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3월 애플페이 결제액은 228억으로 집계됐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빅테크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그간 시장을 주도하던 카드사의 입지가 빠르게 약화되자 중간 유통사(벤더·Vendor)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지난해 일평균 간편결제 규모는 7232억원이며, 이 중 빅테크 등 간편결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6.6%로 지난 2019년보다 10.4%p 늘었다. 같은 기간 카드사 비중은 43.8%에서 33.4%로 낮아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 원가 이하의 가맹점 수수료와 삼성페이 유료화 가능성에 카드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전체 가맹점의 94~96%가 원가 이하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이라 해당 가맹점의 결제 수수료는 손익분기점(BEP)을 넘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페이에 이어 삼성페이도 결제 수수료 유료화를 추진하면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이 데이터 결합 등 신사업에 뛰어들며 새로운 수익원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본격적인 수익화 성과가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드업계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비카드 회원과 가맹점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해 수익을 창출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등 간편결제 기능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홍 수석연구위원은 "카드사 입장에서 쉽지 않은 전쟁인 건 맞지만 빅테크와 경쟁하려면 자체 플랫폼의 강화 전략이 추진돼야 한다"며 "단순히 신용판매뿐만 아니라 종합금융을 중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픈페이 기반 간편결제 기능 강화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오픈페이 서비스가 출시됐지만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며 “신한카드·KB국민카드·롯데카드·하나카드 4개사 외에 나머지 카드사의 추가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