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수익화 아직 멀었는데...카드업계 '고심'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지 한 달 차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페이가 유료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드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삼성전자 제휴 카드사 관계자는 "빅데이터 등 신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만약 삼성페이까지 유료화가 되면 수익성 둔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최근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페이에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제휴 카드사에 전달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제휴 카드사에 애플페이가 현대카드로부터 받은 것과 동일하게 0.15%의 수수료를 받고, 사용 규모에 따라 요율을 차등화하는 슬라이딩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휴 카드사들은 삼성페이 서비스 이용 대가로 삼성전자에 연간 5억~15억원의 정액 수수료만 지급하고 있으며, 별도의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가 지문·홍채인식을 통해 삼성페이를 사용하면 제휴 카드사가 건당 5~10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긴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모바일 인증업체가 가져간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애플페이를 의식해 삼성페이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카드사들의 낯빛이 어두워지고 있다.
카드업계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에 밀려 입지가 점차 위축되는 상황인 데다 야심차게 준비한 오픈페이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못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신한·KB국민·하나·롯데카드 등 4개 카드사가 오픈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모든 카드사들이 서비스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범용성과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빅데이터 등 신사업 수익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본업 수익성에 한참을 못미치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본업 수익성이 약화된 상황인데 애플페이에 이어 삼성페이까지 유료화 방침을 도입하면 카드사의 실적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료화에 따른 수수료 압박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제휴 중단에 따른 고객 이탈 가능성을 감안하면 제휴 중단 결정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픈페이, 빅데이터 등 신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페이 재계약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카드업계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KB국민·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 등 8개 카드사의 삼성페이 제휴는 오는 8월 만료된다.
정수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