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작년 3월 증권사 첫 업무 개시
NH투자증권·SK증권 등 경쟁사 추격
하나증권이 탄소배출권 시장 선두를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회사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규제, 비규제 배출권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자체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을 진행하는 등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다만 NH투자증권, SK증권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이르면 하반기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개소할 경우 시장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2021년 환경부로부터 국내 증권사 최초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시장 조성자로 선정됐다. 배출권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제시, 거래하면서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거래유동성을 제고하는 역할이다.
지난해부턴 업계 최초로 자발적 배출권 시장 중개업무를 개시했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관련 업무 신고를 받고 다음 달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같은 해 12월 싱가포르 탄소배출권 거래소 CIX(Climate Impact X)와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시장 정착 및 운영, 장외시장 경매 활성화 등의 부문에서 협업한다는 내용이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크게 규제적(compliance), 자발적(voluntary) 시장으로 나뉜다. 규제 시장은 감축의무를 부여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장으로 개인, NGO(비정부기구) 등 민간·공공부문의 참여가 제한된다.
문제는 규제 시장이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0%밖에 거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보완적 성격으로 자발적 시장이 등장했다. 비의무대상 기업이나 공공기관, 개인 등이 탄소감축 프로젝트를 통해 발행된 크레딧(Credit)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쉘(Shell),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글로벌 자발적 배출권 사용량은 1억6600만 톤으로 집계됐다. 2012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치다.
전체 배출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그치나 성장 가능성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두 회사에 따르면 2030년 배출권 시장은 100~400억 달러(10~5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 속 하나증권은 지난해 첫 탄소감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탄소 크레딧을 직접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방글라데시 6개 주에 태양광 활용 정수시설을 보급하는 사업으로 이 과정에서 약 100만 톤가량의 탄소 크레딧을 획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회사의 역량은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10일 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MBA(최고경영자 과정) 그룹 30여 명은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를 방문했다. 회사의 ESG 경영과 탄소배출권 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듣기 위해 대학 측 요청에 따라 이뤄진 자리다.
다만 최근 경쟁사들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NH투자증권은 연초 탄소금융팀을 신설하고 지난 2월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에 직접 투자했다. SK증권은 지난 2021년 해외 인증을 받은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자체 탄소중립(Scope1&2 기준)을 이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르면 오는 하반기 가칭 ‘VCM 거래소’를 개소한다고 밝히면서 관련 시장 경쟁은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예측된다. 상공회는 미 베라, 스위스 골드스탠더드와 같은 크레딧 품질 인증과 유통 두 업무를 맡게 된다.
홍용재 하나증권 부사장은 “하나증권은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요소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중요한 초석이라고 생각한다”며 “ESG경영 기조가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