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경, 백종훈 대표이사와 '투톱' 경영 이끌 듯...올해 경영 성과 집중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75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장남 박준경 사장(45세)이 경영을 승계했다는 분석이다.
금호가(家)의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한 셈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이 무보수 명예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박준경 사장의 후견인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 4일 사내 경영진들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고, 5일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박찬구 회장의 용퇴와 관련 "법무부와의 소송이 결정적 이유"라고 전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2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박찬구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박찬구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나 법무부는 취업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후 취업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2심에서 판결이 바뀌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다.
박찬구 회장이 최근 소를 취하하면서 1심 판결이 확정돼 2025년 말까지 취업이 제한됐다.
4대 그룹 전직 고위관계자는 "법원의 취업 제한 판결은 사실상 회장직 수행을 어렵게 한 것"이라며 "현재 75세의 고령인데다 취업제한 해제가 되더라도 80에 가까운 나이가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박준경 사장 경영체제 안착을 돕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 고(故) 박인천 회장의 4남이다. 1976년 한국합성고무(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해 줄곧 석유화학 업계에 몸담으며 회사를 글로벌 석유화학·소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박찬구 회장은 형인 박삼구 전 회장과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며 소송전을 벌였다. 2009년 '형제의 난' 이후 금호가는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졌다. 박삼구 전 회장은 2019년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로 그룹 회장은 물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와 등기이사, 금호고속 사내이사에서 모두 사퇴한 바 있다.
1978년생인 박준경 사장은 지난 2007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한 뒤 2010년 금호석유화학으로 옮겼다. 해외영업팀 부장과 상무, 전무 등을 거쳐 지난 2021년 6월부터 부사장)을 맡았다. 지난해 7월 사내이사에 선임됐고 지난해 말에는 사장에 초고속 승진했다.
박준경 사장은 당분간 백종훈 대표이사 사장과 호흡을 맞춰 '투톱' 체제로 운영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이 지난 2021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전문경영인인 백종훈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전환했다.
박준경 사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7.45%로, 박찬구 회장(6.96%)보다 높다. 최대주주는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8.87%)지만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바 있다. 박철완 전 상무는 박인천 창업회장의 차남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앞으로 박준경 사장은 신사업 추진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백종훈 사장은 내부 경영에 보다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구 딸 박주형 부사장도 활발히 활동...박삼구 전 회장 장남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도 경영 전면에 나서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지난해 바이오, 친환경 소재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5년 간 6조원 이상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주력사업 고도화에 3조3000억원, 미래 성장동력에 2조70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는 것.
박준경 사장은 올해 경영능력 입증을 위해 신사업 안착, ESG 경영 고도화 등 성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경영 3세로서 능력 입증을 위해 검증대에 섰기 때문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과거처럼 무조건 세습방식은 한국 사회에서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영 3세~4세는 경영능력 검증 통과가 중요한 승계 절차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준경 사장 이외에도 금호가 3세는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박찬구 회장 딸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부사장은 작년 말 구매 담당 전무에서 승진했다. 그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1.01%를 보유 중이다. 1980년생인 박 부사장은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에 입사해 근무하다 2015년 금호석유화학에 합류했다.
박삼구 전 회장 장남인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도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는 1975년생으로 2002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후 금호타이어 부사장,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 등을 거쳤다. 2018년 9월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2021년 금호건설 사장으로 옮겼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