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으로 유지하기 했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 실리콘밸리은행(SVB)파산 여파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상승률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및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파르게 오르던 국내 물가 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로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의 경우 3월중 상승률이 전월 4.8%에서 4.2%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이는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그간 지속해 상승해 왔던 가공식품 가격의 오름세가 꺾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3월 중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4.0%로 전월과 동일했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이후에는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년중 지난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최근의 더딘 둔화 흐름을 고려할 때 지난 전망치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물가 전망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공공요금 인상 시기 및 폭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에 주로 영향받으며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판단했다.
장기시장금리는 3월 초까지 주요국 국채금리와 함께 상당폭 높아졌다가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 이후 큰 폭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무역수지 흐름, 주요국 금융불안 우려, 미 연준 긴축에 대한 기대 약화 등에 영향받으며 상당폭 등락했다. 가계대출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됐지만, 그 폭은 축소되었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다"고 부연했다.
또한 금리 인하가능성에 대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상반기 물가 경로는 확신이 있는데, 반해 하반기의 경우 불확실성이 많아 금리 인하 언급은 부적절하다"면서 "금통위원 중에서는 시장의 완화 기대에 대해 경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회견은 매파적이라며, 예상대로 물가 2% 수렴 확인 전까지는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는 2월 의견을 고수했다"며 "기대인플레이션 제어와 함께 연속 동결 결정으로 인해 시장이 과도하게 인하 전망으로 쏠릴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