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 한글과컴퓨터(한컴)와 안랩이 작년 실적에서 팽팽한 결과를 나타내 올해 성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컴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242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랩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280억원, 영업이익 27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한컴이 다소 높지만 영업이익은 안랩이 앞선 결과다.  

다만 한컴은 전년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8.2%, 42.1% 크게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준 것은 지난해 종속 기업을 비롯한 11개 계열사를 매각한 영향이 크다.

한컴 측은 "당시 연결종속사 MDS 테크(구 한컴 MDS) 및 그 종속기업 매각에 따른 중단사업 손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데 반해 당기순이익은 168억원으로 285.2% 증가했다.

계열사를 뺀 별도 기준 매출은 1261억원, 영업이익은 423억원이다. 매출은 전년대비 9.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2% 감소했다.

매출 개선은 지난해 한컴오피스가 B2G(기업과 정부간 거래) 및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 성장한 덕분이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구독형 서비스 '한컴독스'와 '한컴싸인' 실적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컴은 지난해 계열사 매각으로 확보한 1200억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올해 공격적인 글로벌 인수합병(M&A)에 나설 계획이다. 

또 한컴은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문서편집 서비스 '한컴독스'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장착한 '한컴독스 AI'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한컴 측은 "30년 이상 축적된 문서 관련 기술과 챗봇·OCR(광학문자인식) 등의 AI 기술을 기반으로 삼성SDS·원오원과 같은 사업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서비스형 AI(AIaaS) 시장에서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한컴은 지난 3월, 3박 4일간 모든 임직원이 해외에서 워크숍을 갖고 글로벌 시장 진출 의지를 다졌다. 대만 현지 투자처인 글로벌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업 케이단모바일에도 방문해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기업과 임직원이 동반성장하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랩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0%, 17.7% 늘었다. 엔드포인트탐지대응(EDR)과 클라우드 워크로드 보안 플랫폼 '안랩 CPP' 등이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이 주효했다. 

특히 주력 사업인 백신 'V3', 네트워크 보안장비 '안랩 트러스가드' 등 보안 솔루션 부문이 실적을 이끌었다. 보안 솔루션은 데스크톱 등 기기와 네트워크를 아울러 악성코드·해킹 유입 경로에 대응하는 솔루션을 뜻한다. 안랩의 보안 솔루션 부문 매출은 2015년 798억원에서 작년 1589억원으로 2배 가량 성장했다. 

안랩 측은 "2022년에는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 영역에서 고른 성장을 거둔 가운데, ‘안랩 EDR’과 클라우드 워크로드 보안 플랫폼 ‘안랩 CPP’, SOAR 플랫폼인 ‘세피니티(Sefinity) 제품군’, ‘안랩 클라우드’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정보보호공시제도 시행, 보안위협 증가 등이 실적 향상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 갤럭시의 휴대폰 코드 일부 해킹, 국제 랜섬웨어 조직인 록비트·콘티의 한국 기업 공격 등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정보보안 투자가 증가했다. 

안랩은 클라우드 보안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보안 특화 클라우드 관리서비스 제공사(MSSP)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안랩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구축 및 정보보호 컨설팅 ▲운영·장애·보안 등 관리 서비스 ▲24시간 대응 가능한 클라우드 보안관제 ▲기술지원 등으로 구성돼 기업 보안을 책임진다. 

안랩의 AI 기반 관제시스템 전문 자회사 제이슨은 삼성생명과 AI 기반 금융 정보기술(IT) 관제시스템 공동개발 업무협약(MOU)을 맺고  금융IT 서비스 혁신에 나섰다.

안랩은 최근 한달간 소프트웨어 상장기업 브랜드평판 조사에서 빅데이터 분석 결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강석균 안랩 대표는 "안랩은 올해 자사의 엔드포인트·네트워크·서비스 영역 간 적극적인 연동과 외부 협력강화 등으로 통합보안 역량을 강화해 고객에게 보안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안랩과 한컴이 현재 실적에서 '용호상박'의 결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올해 이후 글로벌 M&A를 비롯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등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 지 관전포인트라는 분석이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안랩과 한컴은 각각 정보보안과 워드프로세서 분야에서 독보적 소프트웨어 기업인데 안랩의 보안은 사후 기술지원 등이 많은 반면 한컴의 워드는 판매 후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특징"이라며 "올해부터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적 개선, M&A 및 투자 성과, 신성장동력 확보 등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