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매도 등 유동성 한계 드러나
‘금융안정계정’ 자금조달 방안으로 떠올라
SVB(실리콘밸리뱅크) 파산 등으로 금융위기가 고조되면서 ‘금융안정계정법’ 도입에 대한 보험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안은 예금보험공사가 별도 기금을 꾸려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회사를 선제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생명보험사는 지난해 저축성 보험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과거 일시적으로 판매량을 늘린 저축성보험이 만기도래한 데 더해 금리인상 등으로 해지량이 급증한 탓이다.
2012년 국내 생보사는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10년 납 저축성 보험 마케팅을 확대한 바 있다. 당시 판매금액은 13조원 달한다. 해당 상품이 만기 도래하면서 보험사 유동성 확보에 불똥이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축보험 해지가 늘어났다. 은행의 고금리 수신 경쟁에 은행권 예적금으로 갈아타는 고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기준 지급 저축성 보험금은 총 59조342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9.6% 급증한 수치다.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차역마진 등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지난해 생보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대 6% 금리 저축성 보험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보사의 유동성 확보 방식에 대한 취약점이 드러났다. 그간 생보사는 채권 매도, 환매조건부채권매매(RP) 등 단기 차입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다.
보험사 채권 매도는 고금리에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금리 급등으로 채권 가격은 하락해 보험사는 국채 매도 시 상당한 평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RP매도와 당좌차월 대상은 주로 국채에 제한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비상시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보험연구원 김해식 금융제도연구실장은 "작년에 경험은 지급여력이 충분한 보험회사라도 자산과 부채 동시에 유동성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비상시 보험사가 은행 등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중앙은행 차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당국이 추진하는 금융안정계정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안정계정은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부딪힌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유동성 및 자금확충 자금을 지원하는 계정을 뜻한다. 지난해 말 미국이 긴축 통화정책의 통화를 높이는 등 경제위기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
금융안정계정 자금지원 유형으로는 채무보증과 대출, 우선주 매입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이 있다.
다만 도입이 불투명해졌다.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개정안 처리를 보류했다. 야당에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예금보험요율 인상 등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포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금리 급등 환경에서 국채와 같은 고유동성 자산의 처분은 개별 보험사의 건전성 훼손은 물론 금융시장의 불안을 심화시킨다”며 “보험회사의 자금조달, 특히 비상시 자금조달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며 금융안정계정이 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