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과 KG모빌리티(구 쌍용차)가 주주총회에서 중고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가운데, 중고차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진출을 막는 것 또한 역차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중고차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는 일부 소비자들이 중고차의 성능·이력·하자 검증 등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철저히 검증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는 인증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라며, “국내에서 수입차 업체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을 운영 중인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을 막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사업 진출은 업계에서도 이전부터 얘기돼온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사실상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막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의 권고안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시범운영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이 본격화됐다.
현대차는 이달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중고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정관 사업목적에 ‘금융 상품 판매 대리·중개업’을 추가했고,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기아는 지난 17일 정관 사업목적에 ‘금융 상품 판매 대리·중개업’을 추가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계획에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KG모빌리티(구 쌍용차) 역시 지난 2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KG모빌리티측은 올해 상반기까지 판매·정비 조직·체제 등 사업 준비를 완료한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중고차 사업 진출이 확정된 것이 맞다”면서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향 등을 세워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시장 진출에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용자 A씨는 “비싸도 보증기간과 신뢰성만 있다면 기존 중고차 업체들보다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를 구입할 것 같다”면서 “주변에서 중고차 구입 후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니 중고차 시장에 제대로 된 업체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이용자 B씨는 “수입차의 경우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왜 국내 완성차 업체들만 중고차를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인증 중고차 시장에 이미 진출한 상태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자동차 등은 자체적으로 품질검사를 한 후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다만, 중고차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중고차 업계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가 입주한다고 알려진 용인 오토 허브에는 수십개의 플랜카드가 걸려있고, 입구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권고안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수용하지만, 현대차의 용인오토허브 입점과 같은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단독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반대할 수는 없지만, 영세한 중고차 업체들이 입점해 있는 곳에 현대차가 들어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