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추적 가능 장점 발휘하며 상용화될까
은행권의 횡령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은행권의 횡령 사고는 금액이 막대할 뿐만 아니라 회수율 역시 매우 낮아 골칫거리가 됐는데, 블록체인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견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2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지난 6년 동안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 금융업권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을 살펴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은행·저축은행·보험·카드 등 금융사 임직원이 횡령한 금액은 1192억39000만원 규모로 집계됐다.
금융사 가운데 은행권의 횡령액 규모가 가장 컸고 횡령 임직원의 수 역시 제일 많았다. 은행의 횡령액 규모는 907억4000만원으로 76.1%를 차지했고, 횡령 임직원 수는 97명으로 전체의 5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은 우리은행으로 716억5610만원으로 집계됐고 횡령 직원이 가장 많은 은행은 하나은행으로 18명이었다.
강 의원은 "금융업권에서 횡령이 만연하고 환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직원에도 유혹이 번져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며 "금융위는 감사·준법감시 담당 임직원 대상 내부통제 워크숍을 분기 별로 늘리고, 최근 우리은행 횡령 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된 금융감독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횡령 사건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데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블록체인 기술 특성을 고려하면 자산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어 은행의 보안성과 신뢰성이 매우 높아지는데, 이에 블록체인 환경 속에서는 횡령 사건이 일어나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일본 금융 대기업인 SBI홀딩스는 일찍부터 암호화폐 리플을 이용한 송금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해당 송금 서비스의 경우 고객이 직접 자금의 이동 과정을 엿볼 수 있어 횡령에 대한 우려를 크게 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록체인이 온라인 장부 역할을 해준 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블록체인이 은행권에 도입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관측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중앙은행 코인'(CBDC)의 모의실험을 진행하며 가상 환경에서 CBDC의 제조·발행·유통·환수 등 기본 기능을 구현했는데, 이것이 공식화되며 시중은행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받아들인다면 금융 사고 및 횡령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블록체인 기술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횡령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익명성을 강조한 라이트코인, 버지 등의 암호화폐를 이용한다면 현재보다 피해 금액을 회수하는 일이 어려워지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권은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코인을 먼저 시범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중앙은행 코인이 횡령 등 금융 사고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뒤 더욱 효율적인 암호화폐를 목적에 맞게 활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특성을 고려하면 모든 거래 기록이 데이터로 남기 때문에 횡령이 어렵고 회수는 쉽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암호화폐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불식되지 않은 상태라 당장 시중은행에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