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尹 만나 부동산 이권 카르텔 깊이 공감...정치권 대부분 건물분양아파트 공약"
- "오세훈 시장, 尹 만난 직후 SH사장직 제안해 깊이 고민...吳와 거의 모든 정책에서 공감대"
- "공기업이 민간에 택지 팔고, 2억원에 지을 수 있는 집을 몇배씩 비싸게 사들여...약정 주택매입 문제 있어"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지난해 11월15일 취임한지 1년이 됐다. 취임 후 한달만인 지난해 12월15일 고덕강일 4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이는 그가 지난 1997년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시민운동을 시작한지 25년여만이고, 2004년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으로 미친 집값과의 전쟁을 시작한지 17년만이다.
김헌동 사장은 이후 지난 9일 여섯번째로 다시 고덕강일지구의 세부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이에 앞서 공기업최초로 자산공개에 나섰고, 후분양제를 강화했다.
이같은 김 사장의 행보는 다음달 사전예약을 받을 예정인 '건물만분양아파트'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녹색경제신문>은 김헌동 사장과 만나 지난 1년간의 자세한 이야기를 청했다.
▲ SH의 건물만분양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100년 품질을 더해 '반의반값아파트'로 거듭난다
김헌동 사장은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에서도 분양원가공개, 후분양제, 분양가상한제를 주장해왔고 이와함께 실천적 대안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제시해 온 것이 이른 바 '반(半)값아파트'로 대변되는 '토지임대부건물분양아파트'였다.
최근 김 사장은 이를 '반값아파트'가 아닌 '반의반값아파트'라고 부른다. 단순히 건물만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분양원가를 공개해 거품을 없애고 100년 동안 쓸 수 있는 고품질의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반값아파트보다 훨씬 가성비 높은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이미 예전부터 정동영, 홍준표 등 많은 정치인들을 만났고, 집값안정을 위한 실천적 대안으로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강남 자곡동에 LH브리즈힐과 LH강남힐스테이트 아파트 건설로 실현하기도 했다. 또한 집값을 잡는 성과도 보였다.
이보다 훨씬 빠른 1967년 종로한복판에 준공된 낙원아파트는 국내 초창기 주상복합아파트면서, 토지임대부건물분양아파트다.
예전의 허리우드 극장과 떡집, 악기점으로 유명한 낙원상가위에는 여전히 250세대의 57㎡, 180세대의 71㎡짜리 아파트가 각각 2억원 초반에서 3억원 초반까지 매매되고 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 거래가격이라고 믿기에는 어렵지만, 이는 건물소유권만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폴 HDB, 100년 쓰는 건물분양아파트로 '절대 토지 부족'을 해결하다
싱가폴에서는 HDB(주택도시개발공사)가 전국민의 80%에게 알맞은 공공주택을 토지임대부건물분양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민의 70% 정도가 건물분양아파트에 살고 있다.
최근 준공된 피나클 엣 덕스톤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35평 아파트가 미화(USD)로 30만 달러 내외다. 평당 1만 달러(약 1329만원)가 안되는 셈이다. 한국은행과 세계은행에 따르면, 싱가폴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생산은 7만2794달러로 우리나라(3만4984 달러)의 2배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나클 엣 덕스톤은 당초 건물만분양했던 아파트를 재건축한 것이다. 토지가 절대 부족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서 젊은이들이 집걱정없이 결혼하고 출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셈이다. 이 아파트는 100년치의 임대료가 분양가에 포함돼있고, 건물수명도 100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 사장이 '건물만분양아파트'를 설명할 때마다 기자들에게 거듭 강조하는 '백년주택'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100년 동안 쓸 수 있는 좋은 집을 주택공기업이 투명한 분양원가로 계속 공급한다. 그러면 집값이 안정된다'는 것은 김 사장의 오랜 지론이다.
▲"지난해 7월 尹 만나 부동산이권카르텔 깊이 공감...정치권 지도자 대부분이 건물분양아파트 공약 제시"
그의 이같은 논리는 많은 정치권의 공감을 얻어내기도 했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모두 공약으로 제시했고, 그 이전 치러졌던 4.7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건물만 분양하는 아파트 공급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특히, 윤 대통령과는 지난해 7월 검찰총장직을 그만둔 직후 만나 깊은 공감을 나눴다고 김 사장은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을 처음 만나 당초 예정했던 1시간보다 많은 3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초면이었는데, 얘기가 잘 통했다. 당시 윤석열 전 총장은 부동산투기와 부패카르텔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수사경험과 지식을 가진 전문가였다. 검사로 있으면서 2기 신도시 수사 과정에서 그가 유죄판결을 받아낸 부동산 범죄자 숫자가 2000여명에 달한다고 했다"며 "당시 녹색경제신문과 처음 이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고 회고했다.
<녹색경제신문>이 지난해 7월14일 작성한 이 기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링크된 첫번째 기사다. 이후 김 사장은 여러 매체들과 연달아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세훈 시장, 尹 만난 직후 SH사장직 제안해 깊이 고민...吳와 거의 모든 정책에서 공감대"
거의 모든 정치인들에게 쓴소리꾼을 자처하는 김 사장은 오 시장에 대해서만큼은 평소에도 유독 깊은 신뢰를 보인다.
그는 "분양원가 공개, 자산 공개, 분양가상한제, 후분양제, 백년주택, 건물만분양 등 대부분의 정책에서 오 시장과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오 시장의 선거공약은 이와 거의 일치한다.
김 사장은 윤 대통령을 만난 직후에 오세훈 시장에게서 SH사장직을 제안받고 몇일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기업 사장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고, SH사장은 천만 서울시민의 집값을 대신하는 사람이고, 주거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고 김 사장은 말했다.
그러면서 "20년간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의 집걱정 없는 나라만들기와 경제정의, 사회정의를 실현해보겠다고 경실련에서 해왔던 일을 계속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2006년 오 시장을 만난 이후 그가 어떤 철학과 생각을 가졌는지, 어떤 정책을 하려는지 잘 알았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오 시장을 만나기 직전에 윤 대통령을 만났던 것도 (SH사장직 수락에) 큰 영향을 줬다. 당시 그와 집값 불안과 부동산 불평등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청년층의 꿈을 앗아가고 삶을 포기하게 만들고있다는 점에 대해 깊이 공감했고, 부동산 문제와, 기득권 부패고리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며 "자연스럽게 '거대 양당에 속하지 않은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희망이 있겠구나, 기득권과 엮이지 않아 소신껏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당대표, 경기도지사 3년 동안 기본주택 한채도 공급하지 않아... 약속 안지켜"
김 사장은 남에게는 '처음하는 얘기'라며 이재명 당대표와의 기억도 털어놨다.
김 사장은 "지난해 4월과 6월에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나 '건물만분양' 아파트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3년 동안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기본주택을 하겠다고 했지만, 3년 내내 당이 법안을 만들어주지 않아 한 채도 못했다는 것이 그의 변명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이유로 건물만 분양하는 분양형 기본주택 50만호를 대선공약으로 내놓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GH(경기주택도시공사)는 이제 기본주택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 원내 최대정당의 당대표인 그는 기본주택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전에도 지켜봤지만 그가 했던 말들이 실제 정책을 집행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달라졌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덕수 총리, 청년·신혼주택 공급 발표...건물분양, 때가 무르익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청년·신혼 주택을 포함한 50만호의 아파트를 5년내 공급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년 동안 준비했던 '건물만분양아파트'를 추진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향후 5년 동안 50만호를 공급하려면 1년에 10만호, 매달 약 1만가구씩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이는 결국 윤 대통령의 역세권 첫집주택, 청년원가주택, 오 시장의 분양원가 공개를 통한 반값아파트 정책이 모두 반영된 것이다. 이는 정부가 국민에게 반값아파트 공급을 약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무르익기를 기다려왔다. 사실, SH가 보유한 택지가 있기때문에 작년에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SH 혼자서 몇백 가구 공급한다고 해서 집값이 안정되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 여건이 성숙되고, 정치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년 상반기까지도 집값이 불안했다. 정부와 많은 사람들은 지난 수년간 공급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신규주택 공급 없이도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이전 정부가 25번, 26번 했던 정책을 하나도 발표하지 않았는데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그들은 이것이 무엇때문인지를 이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SH는 서울 어디에 지어도 30평 짜리 아파트 건축원가가 3억원 이하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꾸준히 알려왔다. 첫 번째 공급지가 될 고덕강일지구의 최근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 건물만 분양아파트 공급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며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건물만 분양하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집값불안, 집으로 벼락부자나 벼락거지가 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덕강일지구에서 시작하는 첫 SH건물만분양아파트 500가구 중 80%는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신혼가구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일반에 공급한다. 대출한도는 80%로 5000만~6000만원만 가져도 내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이전 정부는 3기 신도시를 만들고 공급을 무한정 늘리겠다고 했다. 이는 건설업계가 좋아하는 공급대책"이라고 짚고 "경기도에는 20여개의 주택공기업이 있다. 서울에는 SH 하나 밖에 없다. SH가 똑바로 된 정책을 제대로 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서울에서 SH가 30평짜리 신축 아파트를 3억~5억원에 공급한다면, 지난해 경기도 3기 신도시에서 7억~8억원에 사전청약했던 사람들이 해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공기업, 민간에 택지 팔고, 2억원에 지을 수 있는 집을 몇배씩 비싸게 사들여...약정 통한 주택매입은 문제 있어"
김 사장은 "과거 10년 동안 박원순 시장은 2010년부터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이 개발해놨던 마곡, 내곡, 강동 고덕, 강일, 위례 등의 택지를 민간 건설업체에 팔았다"며 "지난 정부에서는 SH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택지를 확보해 아파트를 짓거나 분양한 것이 아니라, 매입약정을 통해 강북지역의 10평짜리 다세대, 다가구 주택을 4억(원), 5억원에 사들이고 15평 20평짜리 오피스텔을 6억, 7억 주고 사들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30평짜리 아파트를 2억원이면 충분히 지을 수 있는 SH가 왜 그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약정을 통한 주택매입은 매도자에게는 특혜다. 세입자들은 쫓겨나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또한 이는 집값 안정을 막고, 다세대·다가구 주택 가격을 올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르게 된다. 이런 정책들이 지난 정부에서 쏟아져 나왔었다"고 부연했다.
김 사장은 "부동산투기로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