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기 좋은 것은 물론 ‘놀기 좋은’ 자동차 인기
가치소비 트렌드에 맞는 ‘무공해 자동차’ 찾아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MZ세대가 당연히 저렴한 경차를 선호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엔트리카로 소형차나 준중형차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MZ세대의 자동차 구매에 대한 관심이 많고 특히 20대 여성이 남자보다 첫 차에 대한 관심이 많아 주목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20대 고객들은 첫 차로 현대차 아반떼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연령별 신차 등록대수를 살펴보면 20대 아반떼 소비자는 4105명에 달한다. 아반떼는 광고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 초년생의 첫 차 이미지가 강하고 스포티한 외관 역시 M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차종은 기아 스포티지(3486대), 기아 셀토스(3219대), 기아 K5(2058대), 현대차 투싼(1963대) 순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경차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 이유를 고려해 생애 첫 차로 경차를 구매할 것이라는 생각이 이제까지 주를 이뤘지만 최근 소비 트렌드를 보면 돈을 좀 더 보태 소형차나 준중형차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20대 여성들이 경차를 구매하지 않는 데는 도로 위에서 무시 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컸다. 이 씨는 “첫 차로 언니가 타던 모닝을 탔는데 차도 경차고 젊은 여자가 운전하니까 사람들이 무시하더라”라며 “유지비도 적게 들고 공공 주차장 할인 혜택 등 좋은 점이 많음에도 친구들에게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여성이 운전을 못 한다는 사회적인 편견이나 이를 조롱하는 신조어들이 나타나자 MZ세대 여성들은 가뜩이나 어린데 좋은 자동차를 타서라도 무시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차의 가격이 이전만큼 저렴하지만은 않은 것도 있다. 경차가 작아서 불안하고 불편하다는 단점이 제기되자 업계에서는 자동차의 안전과 편의성을 향상하면서 가격도 덩달아 올렸다. 경차 가격이 비싸지면서 20대들은 돈을 좀 더 보태서 소형차나 준중형차를 구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MZ세대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도 자동차 구매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은 MZ세대 여성들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미래를 준비하고 미래의 나를 위해 투자하는 일도 좋지만 현재의 나에게 소비하고 즐기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씨도 최근 벼르고 벼르던 자동차를 샀다. 수능이 끝난 직후 운전면허를 땄지만 장롱면허로 지내다가 자동차를 계약한 후 바로 연수를 받았다. 요즘 유행하는 ‘차박’을 위해서다.
최근 자신의 차를 타고 근교로 가서 캠핑을 하고, 자동차에서 잠을 자는 차박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동차를 구매한 것이다. 박 씨의 가장 큰 구매 기준은 차박이 가능한 SUV였고 이후 예산에 맞는 자동차를 찾았다.
옵션도 어느 정도 들어간 차량을 구매했다. 초보 운전자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고려하면 소위 말하는 깡통차를 구매할 수는 없었다.
박 씨는 “원하는 자동차를 사려다 보니 예산을 많이 초과해서 옵션은 고려도 안 했는데 부모님께서 걱정된다고 일부 지원해주시기로 했다”라며 “듣고 보니 무조건 저렴하게 해서 자동차를 구매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한 번 사면 최소 5년 이상은 타야하기 때문에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 대형 렌터카 기업 관계자는 “전기차를 가장 많이 빌린 연령은 20・30세대 여성”이라며 “합리적인 MZ세대들의 경우 렌트를 통해 다양한 전기차를 미리 경험하고 향후 구매 결정에 참고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탄소배출을 감소하기 위한 가치소비, 낮은 주행 비용에 대한 가성비 측면에서 전기차는 MZ세대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첫 차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전기차를 계약한 이 씨는 “기름값이 많이 오르기도 했지만, 기후변화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다 보니 결국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등 최근 MZ세대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들을 겨냥하기 위한 디자인과 마케팅에 힘을 쓰고 있다.
지난 9월 현대차는 캐스퍼를 출시하면서 레코드 문화 기반 디자인 그룹 ‘콤팩트 레코드 바’ 온라인 패션 편집샵 ‘29CM’와 연계한 패션 브랜드 발란사, 스탠리, 스테이골드 등 브랜드와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하고 온라인 라이브 채널 ‘캐스퍼 TV’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방영하면서 사전계약 물량만 2만 4000대에 육박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업계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원하는 자동차를 선보이기 위해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대면에 익숙한 MZ세대 여성들이 온라인에서도 자동차를 꼼꼼히 살펴보고 주행까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