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후 국내 증권사 거래량 45조원
개인투자자 손실 부추겼단 비판 나와
한투증권, 공매도·전산장애 이슈에도 불출
공매도, 전산장애 문제 등으로 투자자들의 질타를 받는 증권사가 11일 열린 국정감사를 모두 피해갔다. 여야 간사협의 과정에서 증인·참고인 요청이 단 한 곳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라임,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로 증권사 대표 등이 대거 참석하던 국감장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가장 큰 의아함을 남기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투증권은 지난 3년에 걸친 공매도 규정위반으로 당국으로부터 지난 2월 과태료 10억원을 부과받았다. 또 지난 8월에는 전산장애 문제로 투자자 피해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회와의 커넥션으로 증인채택을 피해갔다는 의혹마저 나온다. 이를 두고 관계자는 “악의적인 보도”라고 반박했다.
증권사 대표 아무도 안 나왔다…공매도 국감 최대이슈 떠올라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증권사 대표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여야 간사협의 과정에서 증인·참고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라임,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이 대거 출석한 국감장 모습과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증권사가 무탈한 한 해를 보낸 건 아니다. 가장 큰 이슈는 단연 공매도다.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실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증권사가 공매도 수수료로 번 수입은 총 236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한 해 수익의 80%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1.95% 내리며 이들 증권사의 과도한 공매도가 개인투자자 손해를 부추겼단 비판이 나온다. 윤 의원은 “공매도와 관련한 주식시장의 현실은 소총을 든 개인과 미사일로 무장한 외국인이 맞붙는 전투와 같다”고 지적했다.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 5월 이후 올 8월까지 국내 증권사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42조9854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곳은 신한투자증권으로 총 5조6712억원이다. 다음으로 삼성증권(5조5142억원), 한국투자증권(4조9880억원), 미래에셋증권(4조4374억원) 순이다.
이렇게 공매도와 직결된 증권사가 모두 빠진 올 국감에선 이를 둘러싼 이슈가 뜨겁게 논의됐다.
지난 6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127건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됐지만, 금융위는 단 한 건도 주범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또 불법 공매도 127건 중 국내 증권사의 위반 사례는 8건이고 나머지 94%는 외국인이 일으켰는데, 외국인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계속해서 감추고 있으면 국민들 불신이 더 커진다는 지적에 100% 공감한다"며 법인명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묻는 질의에는 김 위원장은 “공개된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업계 "증권사, 증인 미채택 두고 의아함"…전산장애 등 문제 산적
이번 국감에서 증인출석이 이뤄지지 않으며 가장 큰 의아함을 불러일으키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투증권은 지난 2월 공매도 거래 규정 위반으로 금감원으로부터 과태료 10억원을 부과받았다. 2017~2020년 3년간 삼성전자 등 938개사, 약 1억5000만 주를 공매도하면서 호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회사 측은 문제가 되는 무차입 공매도가 아닌 단순 직원실수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다만 투자자들은 3년간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며 증권사 전반에 걸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정의정 대표는 “10년간 개인 투자자들이 불법 공매도가 만연하다고 주장한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며 “이번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의 불법 공매도 적발 사태를 한시적으로 보지 말고 전 증권사의 10년 간 공매도 현황을 전수조사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투증권은 지난 8월 내부 전산장애 문제로 홈트레이딩,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HTS·MTS)에 15시간 동안 접속이 막히며 투자자 피해를 빚기도 했다. 처음엔 한투증권 측은 100% 보상을 약속했으나 이를 차등 보상으로 변경하며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한투증권은 8월 기준 국내 증권사 중 IT 인력 비중(9.9%)이 가장 높은 가운데 잇단 문제를 일으키며 IT 부문 역량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지난 2월 과태료 처분을 받은 공매도 규정 위반 또한 전산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에 한투증권 관계자는 “전산과 직원의 실수가 복합적인 사안”이라며 “관련 조치는 과태료 처분을 받기 전에 이미 끝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배경에 한투증권 정일문 사장의 이번 국감출석이 불발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선 국회 커넥션이란 뒷말도 나온다. 이를 두고 한투증권 관계자는 “여야 간사단이 모여 누구를 올릴지 치열하게 논의하는 자리에서 의원 한 두명이 나선다고 나올 사람을 뺄 수는 없다”며 “이러한 의혹은 국회를 얕잡아본 게 아닌가 한다”고 의혹에 강력히 반발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