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간 강조했던 사회공헌을 넘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낸다.

이재용 부회장은 '광복절 특사(특별사면)' 복권 이후 글로벌 현장경영에 나서면서 임직원들과 소통 강화에 나서는 현편 그간 미진했던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뉴 삼성' 비전에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빠르면 이번 주 환경경영전략을 중심으로 한 ESG 비전에 대해 밝히며 '2050 탄소 중립' 달성과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 친환경 기술의 제품 구현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ESG 경영 전략은 이재용 부회장이 내세운 '뉴 삼성' 비전을 향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재계에서 나온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IT전시회 'IFA 2022'가 개최되는 독일 베를린에서 "실천 가능하고 목표가 뚜렷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친환경과 관련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친환경, ESG와 관련해 공식 발표를 안 했는데, 그린 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이 우려되기 때문이었다"며 "큰 비전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 세대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험 제공"

특히 한종희 부회장은 "미래 세대와 함께 삼성전자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나만의 맞춤형 솔루션이 제공되는 '캄 테크(Calm Technology)'를 구현하고 친환경을 회사 경영 전반에 체질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마트싱스가 단순히 IoT(사물인터넷) 플랫폼이 아닌 '통합된 연결 경험'으로 개념이 확장된다"며 "타사 기기와 서비스까지 연동해 보다 풍부한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스마트싱스 대중화 원년'으로 선언하고 각종 IoT 플랫폼 기기 연결 등 에코시스템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싱스 앱 가입자 수는 2억3000만 명 수준인데, 향후 5년 내 2배 이상 늘어 5억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종희 부회장은 "고객이 우리 제품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만으로 지구 환경을 지키는 실천이 될 수 있도록 제품의 성능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친환경 기술에 있어서도 중단 없는 혁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가는 데는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 역시 자체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전문 단체·국제기구 등과의 소통과 협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홈·오피스 차량 등 일상의 다양한 공간에서 사용되는 제품을 연간 5억 대 정도 공급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친환경 기술이 제품의 제조·유통·사용·폐기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에 걸쳐 적용된다면 지구 환경 보호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환경경영전략에서 폐기물 재활용과 자원 선순환 시스템 구축 등 구체적 탄소 감축 대안이 담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 중립에는 제품 생산 등 직접적인 기업활동에 의한 탄소 배출량과 전기·냉방 등 에너지를 통해 발생하는 간접 탄소 배출량이 포함된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 반도체 사업장의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 멕시코 사업장의 경우 2020년 4.3%에 불과하던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2021년까지 71%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의 2021년 전체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5278GWh로 전년 대비 31% 늘었다. 

삼성은 RE100 가입에도 나선다. 삼성은 그동안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RE100에 가입하지 않았다. 아직 RE100 가입 선언을 하지 않은 기업은 국내 4대 그룹 중 삼성이 유일하다. SK하이닉스·애플·TSMC·인텔 등 경쟁사들도 이미 RE100에 가입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2050 탄소 중립과 RE100 가입 선언은 국제적으로 ESG 기준에 높아진 때문이다.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지난 2월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 10곳에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탄소 중립에 대한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삼성이 친환경 등 ESG 경영 강화에 나선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향후 '뉴 삼성' 비전과 관련이 깊다는 관측이다. 사회공헌 철학을 넘어 글로벌 사회가 요구하는 ESG 기준치에 부합한 비전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 이재용 부회장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에 앞장 서는 것도 넓게 되면 국가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약속과 상통한다.

삼성이 ESG 경영 강화는 그간 여타 그룹에 비해 ESG에 미흡한 것도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인 데이터앤리서치가 조사한 ESG 경영에 대한 정보량 결과 이재용 부회장은 30대 그룹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이어 4위에 그쳤다. 재계 1위 총수가 4위에 그친 것은 아쉬운 결과인 셈이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이 본격 글로벌 경영에 나선 만큼 ESG 강화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얘기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회공헌에 진심이었던 것처럼 ESG 경영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이기 때문. 아울러 ESG 경영은 '뉴 삼성' 비전에도 중요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평소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삼성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가자" 등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광폭행보도 '뉴 삼성'을 향한 사전 정지작업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복권 이후 국내외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해 구내 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식사하는 등 친밀한 이미지 전환에 나서고 있다"며 "친환경 전략을 비롯한 ESG 경영은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해왔던 사회공헌의 확장성이라는 점에서 '뉴 삼성'의 핵심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