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반도체기업 채권 보유
대상 반도체기업 IPO 추진…’이종호 테마주’ 되나
공직자윤리법 빈틈 막아야...美 대비적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백신 진단키트 등 제약·바이오 주식을 보유하며 이해충돌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6일 발표된 공직자 재산공개자료에 따르면 백 청장은 신테카바이오 3332주, 바디텍메드 166주, 알테오젠 42주, SK바이오사이언스 30주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논란이 커지자 백 청장은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이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말과 같다. 상식 밖의 대답이다. 백 청장은 취임 전 백신 관련 국가 자문위원회에 수십 차례 참석했다. 이후 국내에 코로나 백신을 공급한 SK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했다. 단순한 우연일까.
백 청장의 '원픽(최선호)' 주로 꼽힌 신테카바이오에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31일 종가 기준 주가는 최근 5거래일간 5.53% 올랐다. 종목토론실에는 “여기가 백경란 관련주 맞나요?”, “질병관리청장 보유 종목”, “질병청장님 홧팅”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해충돌 문제를 일으킨 인사는 백 청장뿐만이 아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2억7460만원 어치의 ‘GCT 세미컨덕터’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다. 인사청문과정에서 이 장관은 ‘주식전환옵션을 포기한 채권으로 이해충돌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말 따라 주식과 달리 채권은 지급이자가 고정된 만큼 문제소지가 적다. 그게 “대학원 후배가 설립한 기업”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의 “유능한 후배”들이 설립한 GCT 세미컨덕터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공모가 형성단계부터 향후 주가에 반도체 주무장관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을까. ‘이종호 테마주’로 떠오를 게 뻔하다.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재산공개자가 보유한 주식에 대한 직무관련성을 심사한다. 공직자윤리법(14조의5)에 따르면 이때 직무관련성은 “주식 관련 정보에 관한 직접적·간접적인 접근 가능성과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다만 심사위원회는 이종호 장관이 보유한 채권자산에 대한 심사는 진행하지 않는다. 반면 미 상무부는 이해관계 충돌(conflicts of interest) 자산에 채권을 포함하고 있다. 이 장관의 사례만 보더라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도 채권까지 심사대상을 넓혀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는 게 옳다. 이를 위해 공직자윤리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백 청장과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나 질병관리청도 내부 윤리규정 강화 등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미 식품의약청(FDA)은 직원들이 의약품 규제승인과 관련된 주식 및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부 기관(SROs)을 운영하고 있다. 기관은 투자 금지리스트를 매월 업데이트해 공개한다. FDA 자문위원회에 참석한 이들의 이해관계 충돌문제는 별도 법률(18 U.S.C. 208)에 따라 관리한다.
덧붙여 앞으로 공직자 재산공개대상에 디지털 자산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무슨 이해관계 충돌이냐'고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사기업에서 발행하는 토큰이다. 카카오-클레이튼, 한글과컴퓨터그룹-아로와나토큰 등 최근 IT기업들이 토큰을 발행하고 있다. 주무장관이 관련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주식처럼 무리있는 요구는 아닐 테다.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건 공직자 윤리다. 직무와 관련된 주식은 공직자가 되면 내려놓는 게 기본이다. 또 내부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자리에서 의심을 살만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비록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친한 후배가 운영하는 회사라면 문제가 다르다. 자신의 영향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 정권마다 이러한 당연한 상식이 안 지켜지니 결국 법안개정이 필요하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