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매채널간 갈등심화, 설계사 심각한 고용감소 야기
- 빅테크의 우월적 지위로 독과점 등의 불공정경쟁 우려
국내 보험대리점업계 대표기관인 한국보험대리점협회(IAA)가 빅테크 기업의 보험업 진입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보험업계 주력 판매채널인 대면채널의 영업경쟁력이 약화된 가운데 온라인플랫폼까지 진입 시 대리점·설계사들의 소득은 더욱 줄어들 우려가 크다는 점도 주된 명분으로 풀이된다.
19일 IAA는 "빅테크·핀테크업계에 대한 보험판매업 허용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온라인플랫폼(빅테크·핀테크업체)의 보험대리점 진입허용 반대를 명확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험대리점 업계의 강도높은 반대 입장은 지난해 9월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거대자본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광고가 아닌 보험 판매 중개행위로 규정해 이를 제한했으나 최근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적용한 보험비교서비스 허용이 검토되고 있어서다.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온라인플랫폼의 보험대리점 진입 시 소비자 편의성보다는 소비자선택권 제한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차별성 없는 혁신으로 기존 모집채널과의 갈등 야기 및 45만 대리점·설계사의 고용감소도 유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대리점협회는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게되면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소비자는 기존 손해보험사 다이렉트보험(CM채널) 및 온라인보험사를 통해 편리하고 저렴한 보험료로 자동차보험에 가입 가능한데 온라인플랫폼이 자동차보험을 취급하게 되면 사업비(수수료)가 부과돼 기존 보다 높은 보험료로 가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플랫폼의 자동차보험 허용 시 포털사이트가 방대한 고객 DB 확보에 따른 정보 독과점과 소비자 접근성 구조상 영세 설계사의 소득감소 및 고용불안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의무가입 보험일 뿐만 아니라 보험대리점이나 보험설계사들에게는 고객과의 접점을 형성하고 타상품 권유 등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상품"이라며 "온라인플랫폼에서 접근성이나 편의성 등의 강점을 앞세워 자동차보험 판매 시 급격한 시장잠식 및 불공정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험대리점협회는 인(人)보험 역시 보험상품 소개, 가입의사 확인, 가입필요성 환기와 중요사항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등 사람의 생명과 사망을 취급하고 사후 보상을 다루는 상품으로 플랫폼의 취급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보험대리점 협회 관계자는 "복잡한 인보험을 온라인플랫폼의 비대면상의 화면에서 소비자에 맞는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고 완전판매를 이행했다고 하기엔 예상되는 문제 소지가 많다"며 "계약체결 이후 소비자의 보상관련 문제 등에서도 소비자 피해에 따른 민원 발생 소지가 높아 모집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온라인플랫폼의 보험대리점 허용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보험시장 잠식을 초래해 45만여 보험대리점 및 설계사에게 건전한 경쟁이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코로나19가 확산됐던 시기에 보험설계사 3명 중 1명은 월소득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2년 동안 주로 대면영업에 의존하는 전속설계사 채널의 소득수준이 정체·하락한 생산성 저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와 더불어 온라인채널의 성장에 따른 전속설계사 채널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