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480조 투자…역대 최대규모
증권가 “전기차·친환경에너지 수혜 전망”
시장기대치 이미 반영돼 제한적 예측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이래 추진한 역대 최대규모 기후법안이 현지시각 7일 미 상원을 통과했다. 올초 상원의 벽을 넘지 못한 ‘빌드 백 배터(Build Back Better)’ 수정안으로 전보다 지원규모는 줄었으나 여전히 우리돈 500조원에 이른다.
이번 법안통과 기대감에 친환경 종목 주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 친환경에너지, 전기차 관련 종목도 수혜주 혜택을 받고 있다. 다만 미국의 탈(脫)중국 기조가 법안에 짙게 깔리며 중국 친환경 관련 종목은 하락세다.
480조원, 역대 최대규모 기후법안…친환경에너지 통해 물가상승 억누른다
현지시각 7일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이 미 상원을 통과했다. 지난해 말 하원을 통과한 ‘빌드 백 베터(Build Back Better)’ 법안을 수정한 건이다.
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기 위해 친환경에너지 전환에 총 3690억 달러(약 480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기후관련 재정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2009년 오바마 정부에서 시행한 그린뉴딜(900억 달러)의 4배다.
또 10여 년전과 비교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하락하며 실질적인 정책효과는 단순한 금액차이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2009년 풍력 발전원가(LCOE)는 메가와트시당 135달러였지만 2021년에는 38달러로 태양광도 같은 기간 단가가 10분의 1로 급락했다”며 “실질적인 정책지원 효과가 오바마 때 대비 월등히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은 전기차, 에너지 효율 냉난방제품을 구입하는 기업과 가정에 보조금을 제공한다. 또 신재생에너지 설비생산 및 설치기업 양측에 모두 세액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렇게 2032년까지 총 10년간 녹색 에너지 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병화 연구원은 “차기 정부, 의회의 구성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의 모든 그린산업이 향후 10년 이상 지속 성장하게 된다”며 “탄소중립에 이어 에너지 자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방어까지 그린산업이 책임지는 시대가 왔다” 말했다.
이번 법안은 오는 15일 하원 표결 이후 바이든 대통령 서명을 통해 확정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만큼 법안은 이번 주중으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에너지·전기차주 기지개 펴나…주가상승 모멘텀 제한적 전망도
법안통과 기대에 친환경종목 주가도 꿈틀대기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 수혜주로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벨류체인을 꼽았다. 미국 자국기업뿐 아니라 한국기업에 대한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가총액 기준 미국 친환경에너지 1등 ETF(상장지수펀드) ‘아이쉐어즈 글로벌 클린 에너지(ICLN)’는 8일 기준 최근 5거래일 간 3.42% 올랐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수익률(1.06%)을 3배 뛰어넘는다. 펀드는 S&P500 지수 내 친환경에너지 관련 종목을 99곳에 투자한다.
같은 기간 국내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를 모은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 ‘TIGER Fn신재생에너지’ ETF는 각각 4.71%, 3.41% 올랐다. 전기차 관련 ETF인 ‘TIGER KRX2차전지K-뉴딜’, ‘KODEX 2차전지산업’도 각각 4.14%, 4.05%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19% 올랐다.
다만 이번 법안이 중국 배터리 소재를 사용한 제품에 대한 보조금을 미지급하는 등 탈중국 기조를 강조하며 중국 친환경 및 전기차 ETF는 같은 기간 하락했다.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TIGER 차이나클린에너지SOLACTIVE’는 각각 3.47%, 3.97% 내렸다.
KB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가 계속되고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경우, 중국 전기차 배터리가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 직후 CATL이 미국 투자를 연기한 것은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이번 법안통과가 친환경종목 주가상승에 제한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빌드 백 배터’ 법안 추진 당시부터 이러한 시장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의견이다.
NH투자증권 조연주 연구원은 “그린 에너지 관련주들의 경우 세엑공제 혜택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나 기존 법안에 비해 축소된 규모라는 점에서 이미 선반영된 기대감에 따른 추가 상승 모멘텀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