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일 1320원 돌파…13년 만
빅스텝 밟고 외환보유고 풀어도 역부족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19일 미 재무장관 방한
달러가격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외환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달러 다음 기축통화인 유로화, 엔화가치는 맥없이 추락하고 있다. 각각 2002년, 1998년 이후 최저치다. 견줄 자가 없다는 점에서 ‘킹(King)달러’라는 말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15일 1320원 선을 넘었다.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고 외환보유액을 지난 반기 동안 250억 달러 부었으나 역부족인 모습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론이 고개를 든다.
달러, 기축통화 지위 넘어서나…20년 만에 최고치
지난 달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9.1% 올랐다. 41년 만에 최고 물가에 오는 28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1%p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울트라 스텝’이다.
14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1%p 인상 가능성을 42.8%로 점치고 있다. 1주일 전만 해도 0%였다. 라파엘 보스틱 아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p 인상을 비롯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연준은 지난 달부터 미 국채 등 달러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양적긴축(QT) 절차에 돌입했다. 시중에 풀린 달러를 회수해 물가를 억누르겠다는 강수다. 올 연말까지 최대 5225억 달러(약 650조원) 규모의 자산을 감축할 예정이다.
이런 배경에 시중에 풀린 통화 공급량이 준다. 반면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속 안전자산으로 달러를 찾는 수요는 늘어나며 가격이 치솟는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4일 장중 109.28까지 올랐다. 2002년 이후 최고치다.
달러를 제외한 다른 기축통화는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 13일 0.9998달러에 거래됐다. 1유로화 가치가 1달러를 밑돌며 유로달러 패리티(1대1 교환)가 깨졌다. 유로화가 공식 출범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엔화는 낙폭이 더 크다. 14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138엔에 거래됐다. 1998년 이후 24년 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유로·엔화는 달러 다음으로 각각 2, 3위로 20%, 5.4%를 차지한다.
빅스텝 밟고, 외환고 풀어도 1320원대 넘어…한미 통화스와프 논의 급물살
이러한 달러 독주에 우리나라 원화가치도 밀리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은 빅스텝을 밟았지만 미국발 물가충격을 막진 못한 모습이다. 작년 말 한미 통화스와프까지 종료되며 마땅한 방어막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4원 오른 1326.1원에 거래됐다. 빅스텝 기대감에 내렸던 환율은 이틀 만에 다시 1310원 선을 넘었고 이날 연고점을 재경신했다.
외환당국은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고를 풀고 있지만 이 또한 역부족인 모습이다. 지난 6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총 4382억8000만 달러다. 전달보다 94억3000만 달러가 줄었다. 2008년 11월 금융위기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렇게 원화가치가 평가절하되며 국내기업 수출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다만 현실은 수입 원자재 가격부담이 이러한 수출 증대효과를 가볍게 누르는 모습이다. 이달 10일 기준 올해 무역적자는 누적 158억 달러다.
이 가운데 지난 해 종료한 한미 통화스와프를 다시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화스와프는 양국 통화를 언제든 꺼내쓸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과 같다. 외환 안전판 역할을 하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당시 체결된 적 있다.
오는 19일 미국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방한한다. 이에 발맞춰 정치권에선 “통화 스와프 체결이 성사되도록 해야 한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통화 스와프가 반드시 돼야 한다(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는 등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종대 김대종 경영학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는 미국 6조 달러 환수로 인한 긴축발작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한미관계가 복원된 만큼 2021년 12월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는 미국 재무성 업무가 아니고 미국 연준의 역할이기 때문에 옐런 장관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다만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외환시장 안정을 논의했듯) 자연스럽게 추경호 장관과 옐런 장관 사이에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