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습 음주운전자 시동잠금장치 의무화 및 치료 프로그램 도입 필요
- '윤창호법' 위헌 결정으로 음주운전 사전 예방 조치 시급
반복적인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일명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음주운전 재범사고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윤창호법'이 잇따른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함에 따라 음주운전에 대한 사전 예방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1일 삼성화재 관계자는 "음주운전 행위는 다른 교통법규 위반과 달리 제어가 어려운 중독성이라는 특성이 있어 단기적 처벌만으로는 근절하기 어렵다"며 "지속적인 음주운전 단속뿐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사전에 운전 자체를 차단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습 음주운전자를 대상으로 음주시동잠금장치 장착 의무화와 함께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교육과 치료 프로그램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지난 2019년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규제 수준이 크게 강화됐지만 음주운전 사고 비율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아울러 윤창호법에 대한 잇단 위헌 결정에도 보완 입법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어 음주운전에 대한 사전 예방 조치가 시급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윤창호법 도입 전후 4년간(2018년~2021년)의 음주운전 관련 단속건수 및 자사에 접수된 음주운전 교통사고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 운전자 중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발생한 이력이 있는 운전자 비율이 지난 2018년 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지난 2019년~2021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자는 25만7217명으로 전체 취소자 66만8704명의 38.5%를 차지했다.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된 도로교통법 개정 등으로 사고건수는 줄었으나 문제는 음주운전 재범사고는 되레 증가한 점이다.
음주운전 운전면허 취소자 중 음주운전 2회 이상 재범자 점유율은 지난 2018년 7.5%(7501명)에서 지난해 10.5%(8882명)로 3.0%p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중앙선 침범 및 신호위반 사고 재범률은 약 30~40% 감소했다.
삼성화재에 접수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8년~2021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두 번 이상 일으킨 운전자는 1197명으로 2019년 윤창호법 개정 후에도 전체 음주사고 운전자 중 재범자 점유율은 4.7%로 지난 2018년 4.2% 대비 0.5%p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호위반 사고(1.8%), 중앙선침범사고(0.9%)에 비해서도 각각 2.6배, 5.2배 높았다.
한편 해외에서는 상습적인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사전 예방 시스템 운영에 적극적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986년 음주운전자 관리방안의 일환으로 음주시동잠금장치(이하 IID, Ignition Interlock Device)를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캐나다, 호주 등으로 확대됐으며 최근 유럽 등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IID 운영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된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재취득할 경우 일정 혈중알코올농도 이상에서는 차량의 시동이 안 걸리게 하는 IID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는 IID를 설치하면 운전면허 재취득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경해 주는 등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명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음주운전 처벌 강화가 골자다. 지난 2018년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법정형을 '기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또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도 기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을 강화했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