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올해 기후 주주제안 지지 줄일 것”…한 발 물러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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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올해 기후 주주제안 지지 줄일 것”…한 발 물러나, 왜?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5.17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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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2022 주주제안 보고서’ 발표
“작년보다 기후 주주제안 지지 않을 것”
급격한 기후정책, 지속가능성 훼손 판단
환경단체 비판 “블랙록, 퇴보하는 중”
블랙록 래리 핑크 대표. [출처=Blackrock]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올해 기후의제에서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이 달 발표한 ‘2022년 주주제안 보고서(shareholders proposal)’에서 작년보다 기후 관련 주주제안에 더 적은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힌 것. 고객들의 장기적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수탁자로서의 행동이라는 것이 블랙록의 설명이다.

평소 기후리더를 자임하던 블랙록의 이같은 변화에는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여론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블랙록이 운용하는 자산규모는 총 10조1000억 달러(약 1경2000조원)로 작년 국내 명목GDP의 6배에 달한다.


블랙록, 올 주총서 기후 주주제안 지지 줄인다…“장기적 기업가치 훼손 우려”


올 1분기 블랙록의 주주행동 참여 횟수. 전년 동기 대비 186건 줄어들었다. [출처=블랙록]

블랙록은 올 주주총회에서 기후 관련 주주제안에 작년보다 더 적은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이달 발표한 ‘2022년 주주제안 보고서’에서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에 지나친 기후정책이 오히려 기업의 장기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블랙록측의 설명이다.

블랙록은 “고객들을 대신한 우리의 표결활동은 수탁자로서 항상 이들의 장기적인 이익에 기반한다”며 “올해 표결에 부쳐질 특정 주주 제안의 성격은 우리가 작년보다 더 적게 지지할 가능성을 의미하며, 이는 마찬가지로 고객의 장기적 이익에 기초한 조치”라고 말했다.

지난해 블랙록은 환경, 사회 관련 주주제안 총 172건 중 81건(47%)에 찬성표를 던졌다.

오는 주총에서 블랙록은 ▲화석에너지 자산 폐기▲화석에너지 자금제공 중단 ▲절대적인 스코프3(공급망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 등의 제안에 대해 특별한 주의(special attention)을 가지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영리 환경단체 아마존워치 모이라 브리스 기후재무이사는 성명을 내 “블랙록은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생산확대를 중단하는 조치를 ‘너무나 규범적’이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 등의 과학적 연구결과에 기초한) 주주제안이 전 지구적 재앙을 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보하는 것과 달리 블랙록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블랙록은 기업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선 기후제안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블랙록은 기업의 직·간접 탄소배출량을 나타내는 스코프(scope) 1, 2 정보 등을 공개요구하는 주주제안에 지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기업이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기준을 미준수하거나, 스코프 1, 2 정보를 공시하지 않을 경우 이사재선임 등의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는 환경주의자가 아니다”…블랙록, 기후의제에서 한 발 물러나


지난 1월 웨스트버지니아 주 재무장관 라일리 무어가 전통 에너지 기업투자에 소극적인 블랙록에 대한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출처=라일리 무어 트위터]

평소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들의 변화를 주도하던 블랙록이 이처럼 기후의제에서 한 발 물러선 행보는 올 초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지난 1월 블랙록 래리 핑크 대표는 매년 피투자 기업 CEO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과거와 달리 “우리는 환경주의자가 아니다”, “블랙록은 석유 및 가스회사의 매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등 전통 에너지 기업을 보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래리 핑크 대표는 “모든 회사는 오늘부로 탄소중립 전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고객들이 투자한 기업이 기후 위기를 경감하는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장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를 활용할 것”이라는 등의 강경한 입장을 내비쳐왔었다.

블랙록이 이렇게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최근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여론영향이 크다. 이들은 블랙록이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정책에 발맞추듯 전통 에너지 기업에 대해 압박을 가하자 반기를 들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라일리 무어 주 재무장관은 올 초 자신의 SNS에 “블랙록과 같은 금융기관들이 자국 에너지 기업보다 중국 공산당이 더 좋은 투자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 버지니아 주는 더 이상 그들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라일리 무어 장관 등 15개 주 재무장관은 지난해 대형 은행들에게 탄소배출 감축을 요구한 바이든 행정부에 반발해 존 케리 기후특사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서 대형 은행 등 금융기관들에게 “석탄, 석유 및 천연 가스 회사에 대한 대출이나 투자를 거부하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 주 정부가 관리하는 자산은 약 6000억 달러(약 770조원)로 알려졌다.

이렇게 정치권으로까지 번진 기후논쟁에서 블랙록도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블랙록은 올 1분기(1월1일~3월31일) 전 세계 총 806개 기업에 주주 관여활동(engagement)을 시행했다. 전년 같은 기간 992개와 비교해 큰 폭(18.7%) 줄어든 모습이다.

블랙록은 이 기간 동안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SK, 현대글로비스, NC소프트 등 총 12곳에 주주 관여활동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이러한 상황을 두고 “ESG에 대한 적들이 있다”며 “기업이 문화 및 정치적 싸움에 점점 더 얽히게 되고, 연방 정부가 ESG 원칙을 규정으로 발전시킴에 따라 (블랙록을 비롯한) 일부 주목할만한 이름들이 (ESG 경영에서) 뒤로 물러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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