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 공장 재생에너지 전환율 지난해 16%에서 올해 50%까지 3배 확대
국내 기업 중 RE100 전환율 1위·이사회 참여 등 ESG 경영 ‘성과’
“전기차 등 배터리 납품 위해 ESG 경영 강화는 필수적” … 부족한 국내 인프라는 ‘고민’
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LG엔솔, RE100 전환율 ‘속도’ … 배터리 업계 ESG 선두주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2021년 RE100 가입 후 본격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등에 대한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앞으로도 글로벌 트렌드인 ESG 경영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LG엔솔은 지난달 24일 충북 오창 공장의 재생에너지 적용을 확대하기 위해 제주로부터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에너지공사·제주특별자치도청·제주 동복마을’로부터 23GWh 규모의 풍력·태양광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기존 한국에너지공단의 녹색프리미엄 제도 참여에 더한 이번 조치로 오창 공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50%까지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월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LG엔솔은 국내 공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 생산 공장, 본사 및 연구소 등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예정이다. RE100은 ‘재생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
RE100은 연간 10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구글, 애플, GM 등 300여개 기업들이 가입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으로 참여했고, 삼성전자가 5월 가입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가장 전환율이 높은 애플의 RE100 전환 실적은 100%로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제조업체들을 보면 BMW가 81%, 인텔은 8%, GM은 24%를 기록 중이다.
한편 LG엔솔은 올해까지 중국 난징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1·2공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도 100%로 전격 확대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올해 전 세계 생산 공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6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럽과 미국 등지의 일부 공장은 이미 2019년께 RE100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LG엔솔은 지난 1월 RE100을 주도하는 다국적 비영리단체인 더 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발표한 ‘RE100 연례 보고서’에서 RE100 가입 국내 기업(14개) 중 전환율 33%(2020년 기준)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고객 및 투자자의 기후변화 대응 요구 증대로 RE100 전환의 필요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며 “배터리는 탄소 중립 시대의 핵심 제품으로 앞으로도 탄소 배출 저감의 모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해 RE100 관련 노력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같은 RE100 전환 노력 및 성과를 인정받아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배터리 메이커 중 최초로 RE100 이사회의 ‘정책자문기구(Advisory Committee)’에 선정됐다. RE100 정책자문기구는 재생에너지 관련 전문성 및 경험을 보유하고 미래 RE100 달성 계획이 명확하게 마련된 전 세계 기업·전문가단체 중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임명된 1기 정책자문기구가 올해 2년 임기를 마쳤고, 지난 3월 LG엔솔을 비롯해 애플, 유니레버, 메타, 소니, 펩시 등 기업들이 2기 정책자문기구로 활동을 시작했다. 정책자문기구는 RE100에서 추진하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참여 활성화 방안, 재생에너지 조달 방안 등 주요 전략 수립에 대한 정책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품”이라고 설명하며 “최근 서구 주요 국가의 친환경 정책 기조와 함께 고객 및 투자자의 기후변화 대응 요구가 늘어나고 있어 RE100 참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폐배터리 재사용·공급망 투명성 관리 등 ESG 경영 전반 강화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며 폐배터리 재사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엔솔 관계자는 “전기차에 사용된 후 배출된 폐배터리는 수명과 배터리의 상태에 따라 재사용이 가능하다”며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 확보 및 투자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엔솔은 배터리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분야에 전문화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완성차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배터리 재사용(Reuse) 분야에서도 앞서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성능이 70~80% 수준 아래로만 떨어지면 폐배터리로 분류되는데, 이는 ESS 등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최근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충전 ESS 시스템'을 오창 공장에 설치한 것이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오창 공장의 ESS 시스템은 10만km이상을 달린 전기 택시에서 뗀 배터리를 사용한 충전기다. LG엔솔은 해당 시스템을 충분히 테스트한 후 폐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재사용에서 나아가 배터리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배터리 분해·정련·제련을 통해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소재를 추출해 다시 사용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전 세계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지역별로 연결하는 순환 체계를 구축해 폐배터리가 다시 배터리 원재료로 공급되는 선순환 구조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급망 투명성 및 윤리 강화에도 나선다. 배터리를 만들 때 사용하는 원재료에 대해서도 환경·인권·반부패 등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공급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LG엔솔 측의 설명이다.
2019년 10월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책임 있는 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 연합(RMI)'에 가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8년 설립된 RMI는 4대 분쟁광물(주석, 탄탈륨, 텅스텐, 금)과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의 원산지 추적 조사 및 생산업체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인증 등을 실시하는 글로벌 협의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협의체를 통해 공급망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으며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제3자 기관을 통한 공급망 실사를 진행하며, 여기서 도출된 개선점을 실행해오고 있다. 공급망을 통해 유통되는 다양한 원재료에 대해 검증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배터리 공급 위해 ESG 강화 불가피” … 부족한 국내 인프라는 고민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완성차 업계에 납품해야 하는 특성상 글로벌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며 “향후 ESG가 서구 기업에 납품하기 위한 기준이 돼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애플이다. RE100 전환율 100%를 달성한 애플은 이미 전 세계 협력업체들에게 ‘청정 전력’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재생에너지 사용을 하지 않으면 애플에 납품하거나 애플 제품의 조립생산을 맡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완성차 업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G 강화 노력 역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LG엔솔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인 점과 테슬라 등 전기차 업계가 영향력 확대를 위해 탄소중립 등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흐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몇 가지 과제도 남아있다. 무엇보다도 부족한 인프라가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 에너지연구기관 엠버의 ‘국제 전력 리뷰 2022’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태양광(4.12%)과 풍력(0.55%)의 발전 비중은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전 세계 풍력·태양광의 발전 비중이 처음으로 평균 10%를 넘어선 것에 비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인 것이다.
더구나 정치적 여건으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막 출범한 새 정부의 경우 원전 비중을 늘리는 한편 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이는 방식을 택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은 발전 단가가 하락해 경제성이 확보되면서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은 물론 ESG 경영이 강조되는 글로벌 트렌드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이 원전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보지 않는 등 원전이 탄소중립의 ‘합의된 답안’이 아닌 상황에서 우선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인프라 강화와 함께 RE100 전환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SG 경영은 다양한 사회적 가치에 걸쳐 있는 만큼 특정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전환 확대 등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업계의 노력에서 나아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