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지난 2001년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조세시민단체로 설립됐다. 호주납세자연맹(1919년)이나 스웨덴납세자연맹(1921)년에 비하면 많이 늦었지만 지난 20여년 이상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납세자연맹(WTA, 회장 존 오코넬)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옷값 공개를 요구한 정보공개청구 관련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의 승소를 이끌어내며 주목받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28일 김선택 회장에게 이와 관련한 자세한 얘기를 청했다...<<편집자 주>>
▲靑, 옷값이 국가 기밀?... 이미 행정법원에서 판결한 사항
청와대가 지난 2일 '공익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납세자연맹이 대통령 특별활동비와 김정숙 여사의 의상비를 포함한 의전비용 공개를 처음 청구한 것이 2018년 6월이다. 3년이 훨씬 지났다. 당시에 공개했더라면, 지금처럼 소란할 일도 없었다.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대통령과 청와대의 특권을 내려놓았다는 찬사와 청렴했던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을 것이다.
행정소송을 시작한 것은 3년전인 2019년 3월이다. 정말 국익에 해가 된다면 얼마든지 판사에게 비공개로 소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3년 동안 사법부가 충분한 검토를 거쳐 판결한 사안이다. 지금이라도 국민과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김정숙 여사의 의전비용을 공개해야 한다.
만일, 공개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큰 의혹을 살 수도 있다. 공개가 늦어질수록 불신도 커질 것이다.
▲해명을 하려면 문 대통령이 직접 해야...납세자는 국민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
모든 국민이 알 권리가 있는 사안이라고 사법부가 판단한 사안에 대해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교통방송에서 김어준씨 같은 이들이 이러쿵 저러쿵 해서는 안된다. 다른 여권 인사들의 비호성 발언도 마찬가지다.
민주국가일수록 납세자의 권리는 존중된다. 납세자는 국민이면서, 납세의 의무도 잘 이행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납세자는 자기가 낸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민주국가에서 납세의 의무를 다한 국민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으면 어떻게 국가가 운영되겠나.
만일 해명이든 사과든 하려면 문 대통령이 직접 해야 한다. 아니라면 김 여사의 의전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투명한 정부 만들기, 영수증 첨부가 시작...노르웨이 등, 영수증 없으면 총리도 사직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공작 외에는 모두 영수증을 첨부해야 한다. 크고 작은 기업이나 영세 소상공인도 영수증이 생활화돼있다.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면서 영수증이 없다는 것은 뿌리깊은 특권의식의 발로일 뿐이다.
영수증 첨부를 안하면 국민이 감시할 방법이 없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대통령도 모르는 지출도 당연히 생길 수 있다. 모든 공무원을 감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영수증이 없으면 특별활동비의 오·남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이런 경우를 해외와 비교하기 위해 노르웨이납세자연맹에 문의했다. '공무원이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으면 당연히 사직 사유가 된다'는 답변이 왔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왜 묻는지 잘 모르겠다는 식의 답변이었다.
만일 노르웨이 총리가 영수증 없는 국비 지출을 했다면 당연 사직이다. 실제로 스웨덴의 한 장관은 퇴근후 상점에 들러 장을 보면서 법인카드를 몇만원 쓰는 바람에 사직당한 사례도 있다.
영수증 없이 세금을 쓴다는 것은 국민을 속이겠다는 의도다.
공직사회 부패를 감시해야 하는 언론도 책임이 크다. 특히 국영방송과 공영방송일수록 더욱 더 공직자 부패 감시를 강화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다. 권력자의 부패를 정당화하고 덮으려고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들이 오히려 국민을 속이고 기만하는 셈이다. 이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훼손하는 것이다.
▲지난 5년 공직사회 부패 심각...덩치만 커지고 납세자 권리 개념 없어
이번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사유가 공권력 남용 아니었나. 공직사회가 갈수록 투명해져야 하는데, 박근혜정부보다 나아진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박근혜정부에서는 투명해져야 한다는 목표라도 있었는데, 지난 5년은 그 조차도 없었다.
이번 정부들어 공무원 숫자가 13만명이나 늘었고, 예타면제와 추경은 지나치게 많았다.
공무원 인건비 100조원 시대에 도덕적 해이가 너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정작 공무원들은 불감증이 만연한 것 같다.
특히 납세자의 권리에 대한 개념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맹목적인 정치적 지지층이 있다보니 올바른 비판은 외면하고 점점 나빠졌다.
▲尹 정부도 예외 없어...7월 대통령 특활비 정보공개 청구할 것
윤석열 정부도 특활비 폐지하고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 이것은 쉽지 않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납세자연맹은 오는 7월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대통령 특활비 사용내역 공개를 청구할 계획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세금을 어디에 얼만큼 왜 사용했는지 공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소통은 없다. 그것은 국민과의 신뢰를 만들고 대통령이 추진하는 업무에 큰 원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부터 금전적 특권 내려놔야 공직사회 투명해질 것
대통령 연금 월 1400만원은 축소돼야 한다. 없애면 더 좋다. 지금이 왕조시대도 아니고, 정치는 기본적으로 봉사직이고, 명예직이다. 이렇게 떠받들지 않아도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 많다. 다른 선진국에서 이렇게까지 대통령 노후를 세금으로 책임져 주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뿐 아니라, 사택을 지어주고 수십명 규모의 경호팀으로 평생 지켜줘야 할 만큼, 우리나라가 치안이 안좋은 나라였나? 모두 납세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경험이 부족하다. 사람보다는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모든 시스템을 투명하게 만들고 국민과 소통하고 공공 정보를 공개하면 시간이 갈수록 국가운영은 성공할 수 밖에 없다.
특권은 특정집단이나 특정인에게 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다. 투명도가 높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스웨덴에서는 이같은 예외 조항이 매우 구체적이고 특정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다음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보공개가 매우 중요하다. 같이 밥먹는 것도 소통의 방법이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공공 정보를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것이 훨씬 더 확실한 국민과의 소통방법이다.
▲납세자연맹, 세금의 위협으로부터 시민 보호가 목적
전세계 60개국 67단체로 구성된 세계납세자연맹(WTA, 회장 존 오코넬)는 세금의 위협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1988년 설립됐다. 단순한 세제, 국가부채 증가 견제 등 균형예산, 예산감시운동같은 정부투명성, 이의신청권, 과세당국의 불공정과세에 대한불복권 등 납세자권리 구제 등을 지향하는 비영리단체다.
현재 WTA 이사국은 한국을 비롯해 스웨덴,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중국, 가나 등 8개국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