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익공유제? 기업은 세금과 일자리로 이익공유...그 이상은 후진적 발상"
- "자영업자 손실보상 하려면 현실적 가능성 검토해야...독일·일본 등과는 상황 달라"
- "사각지대 없애려면 사회 인프라 구축이 우선...불필요한 조세 특례제도 너무 많아 "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지난 2001년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조세시민단체로 설립됐다. 호주납세자연맹(1919년)이나 스웨덴납세자연맹(1921)년에 비하면 많이 늦었지만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납세자연맹(WTA, 회장 존 오코넬)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WTA는 ▲단순한 세제 ▲균형예산·국가부채 증가 견제 ▲정부투명성·예산감시운동 ▲납세자권리(이의신청권, 과세당국의 불공정과세에 대한불복권 등) 구제를 지향한다. 현재 WTA 이사국은 스웨덴,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한국, 중국, 가나 등 11개국이다.
녹색경제는 이번 정부들어 공공예산이 크게 늘고,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씀씀이가 커지면서 조세 부담이 급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에게 길을 물었다...<<편집자 주>>
1. 부동산 관련 세금이 크게 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 6월부터는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양도세가 중과될 전망이다. 집값을 잡기 위해 조세 부담을 확대하는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전망해달라.
부동산 관련 조세가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취득세는 집값에 전가된다. 취득세가 오르면 집값은 오른다.
보유세에 해당하는 종부세나 거래세인 양도세는 한가지 효과만 갖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은 한마디로 말하면 '복잡계'다. 대체로 보유세가 높으면 집을 팔게 되고 양도세가 높아지면 집을 팔지 못하는 요인으로 보지만, 집은 컴퓨터나 차량같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주식처럼 샀다 팔았다 하는 투자상품으로 보기도 어렵다.
부동산 시장을 무시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시장에만 맡겨둘 수도 없다.
문제는 현 정부가 각 시장상황에 대해 잘 모른다. 너무 단순하게 접근한다. 스무번이 넘는 정책을 불과 몇년만에 쏟아 냈다는 것 자체가 시장을 모른다는 얘기다. 중장기적인 접근과 분석, 대책이 나와야 한다.
부동산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시장이 움직인다. 교육, 교통, 금리나 유동성, 주거 트렌드나 패턴 등등 너무나도 다양한 변수가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집값이 결정된다. 따라서 세금 하나로 조정하기 어렵다. 단순한 접근으로는 실패하기 쉽다.
올해 정부는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그 동안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을 늘려왔고, 인구 밀집을 유도했다.유럽은 수도권에 집을 많이 안 짓는다. 수요를 늘리기 때문이다.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수요를 늘려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방과의 불균형이 심해지기 때문에 국가균형발전에 문제가 생긴다.
스웨덴은 거의 다주택자가 없다. 이것은 사회적합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투명하게 조세와 재정을 운용하고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한다. 이같은 신뢰를 기반으로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
부동산 문제는 시장에만 맡길 수도 없고, 정부가 단순하게 단기적으로 접근할 문제도 아니다.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치권에서 진정성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인내를 요구하기도 해야한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 공급을 늘리고, 세금을 더 걷어 집값이 폭락하면 또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할 수도 있다. 혹은 그 과정에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집값을 더 끌어 올릴 수도 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없거나 부족하다면 아무리 좋은 대책도 바람직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
2.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이익공유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바람직한가?
솔직히 이런 얘기 들으면 화가 나기도한다. 기업이 사회에 이익을 공유하는 방법은 세금내고, 일자리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뭘 더하라는 것인가, 후진적인 생각이다. 정부가 불요불급한 지출예산을 조정하던지 해야지, 기업들에게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
잠시 거론됐었던 '착한 임대인 제도'와 유사한 사례라고 본다. 제도화되고 강제되면 진짜 '착한 임대인'은 없어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지 정치권에서 거론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일부 언론들의 부화뇌동도 문제다.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기업과 국민은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세금내면 된다. 그 예산을 효율적으로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은 공공부문에서 해야할 일이다.
이런저런 제도와 정책을 자꾸 만들어내면 기업들은 경영계획부터 다시 짜야 한다. 그러면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가 위축되고, 투자가 위축되면 일자리를 늘릴 수도 없고 적극적인 사업을 수행할 수도 없다. 그래서 돈을 못벌면 세금이 줄어든다. 심하면 정부에 손을 벌리기도 한다.
기업들이 제대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3.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독일과 일본 등에서는 비교적 대규모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당위론과 현실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된다. 국가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자영업자들 대상으로) 영업제한을 하면 당연히 보상해줘야 한다. 그런데, 국가가 그것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이나 여력이 있느냐 하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다.
만일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라면 세금도 거의 걷지 않고 재정도 빈약해 영업제한을 하더라도 보상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거론도 안된다.
피해 본 사람들은 당연히 요구하겠지만, 국가의 능력치를 고려해야 한다. 독일, 일본과 비교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나라들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다. 정부도 국민을 신뢰한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전부는 아니겠지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소득 파악이 어렵다. 그만큼 손실보상이 어렵다고 본다.
예를 들어 노점상이나 세신사(때밀이)는 소득 파악이 잘 안되고, 정작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가장 많이 입었다. 어떤 기준으로 보상할 것인가.
서유럽이나 북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수많은 복지사각지대가 있다. 사회안전망부터 갖추고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사회안전망 강력하고 소득파악 정확하다.자영업자 비율도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적고 평상시에 세금도 잘 낸다.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출한 돈에 대해 향후 수년 동안 세금 더 걷어서 메꾼다고 말한다. 우리 정치권에서 누가 그런 계획을 국민에게 얘기하고 있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일시적인 지출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상환계획과 상환능력이 있는지도 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포퓰리즘인지 의심해야 한다.
4. 1차 재난 지원금은 보편지급되면서 사각지대없이 지출됐다. 2차 재난지원 이후는 선별지급됐다. 효과가 달랐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각지대를 없애고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보편복지를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이런 일을 하려면 기본적인 인프라가 중요하다.
결국 재원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비과세, 분리과세, 등 조세특례제도가 지나치게 많다.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특례제도 중에서 불필요한 것들은 없애고 국민 모두가 공정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 그래야 재정이 감당을 할 수 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공무원 복지포인트도 과세 대상으로 해야 한다. 만일 재난 기본소득을 한다면 기본소득도 당연히 과세 대상이 돼야한다.
하나하나의 정책이나 사례보다 기본 인프라를 튼튼하게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5. 현실적으로 복지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그렇다보니 평상시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비상시기를 견디고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들은 세금을 많이 걷는다. 특히 소득세가 많다. 소득세가 높다는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얘기다.
내가 낸 세금이 특권층에게만 간다면 조세저항이 심하다. 한마디로 세금 내기 싫어진다.
우리나라는 정부 신뢰가 낮아 소득세를 많이 못 올린다. 그러니 간접세자 준조세, 기금 갹출 같은 편법을 동원한다.
거꾸로 설명하자면, 복지제도가 튼튼하면 조세 저항이 적다. 정부가 국민들의 삶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준다고 신뢰하면 국민들이 세금내는 일을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와 미래를 위한 정치가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정치권에서 중장기적인 목표와 비젼을 갖고 꾸준히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과 정부가 투명하게 재정을 운용하고 공정하게 세금을 걷으면 된다.
6. 연맹이 설립된지 만 20년이 넘었는데, 올해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지
올해는 특히 (세금)교육사업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어떤 나라든 그나라 국민들의 지적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게 될 수 밖에 없다.
세금에 대한 지식을 늘려야 조세 정책이 바로 될 수 있다. 올해 부터는 세금과 관련한 교육 컨텐츠 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새로운 지식을 통해 사회는 바뀐다. 잘못된 지식 때문에 발전이 어렵다.
교육 사업통해 올바른 지식을 확산하고 그를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정부 신뢰를 높이기 위해 뭘해야 하는지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 사회와 공유하는 것이 올해 부터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