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진출 선언한 인텔이 대안으로 부각...팻 “1.8나노 칩, 기존 계획보다 앞서”
-선단 공정 집중하는 파운드리 3사...기술도 좋지만 수율부터 챙겨야 한다는 지적도
글로벌 파운드리 산업이 수율 저조 문제로 난국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업계 1위 TSMC마저 3nm 공정 수율 맞추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퀄컴·엔비디아·AMD 등 대형 팹리스들이 물량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난항에 빠진 상황이다.
파운드리 선두권 업체의 수율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자, 대안을 찾던 고객사들의 시선이 최근 시장 진출 본격화를 선언한 인텔에 조금씩 모아지는 분위기다. 인텔의 파운드리가 비록 뒤늦은 출발임에는 분명하지만, 세계 반도체 최강 브랜드로서의 높은 기술력과 넓은 네트워크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팹리스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최근 글로벌 팹리스들 사이에서 삼성과 TSMC의 수율 관리에 대한 신뢰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며, “고객사 입장에서는 어쨌든 당장 물량 생산을 맡길 안정적인 라인을 보유한 수주 업체가 필요한 것인데 두 대표 회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니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중 유력한 대안으로 최근 대대적인 파운드리 진출을 발표한 인텔이 지목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오랜 기간 축적된 글로벌 고객층의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제 막 출발선을 넘은 인텔이 당장 눈에 띌만한 도약을 거두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은 성장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야이며 삼성도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오랜 시간 분투한 끝에 지금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라며, “기본적으로 고객사와 오랜 시간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며 앞으로 인텔이 이런 부분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수율 저조 문제가 이처럼 지속한다면 TSMC와 삼성이 오랜 시간 쌓아뒀던 신뢰도 한순간에 무너지기 마련”이라며, 인텔의 파운드리 도약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선단 공정인 3nm 수율을 목표하는 바까지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AMD 등 팹리스들이 최근 TSMC의 3nm 공정을 적용하기로 했던 계획을, 6nm 또는 5nm 공정으로 변경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는 “TSMC가 3nm 반도체 수율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AMD 등을 포함한 일부 고객사가 로드맵을 여러 차례 수정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라며, “TSMC는 문제가 지속될 시 고객사들이 5nm 공정 노드 사용을 연장할 수 있도록 조치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삼성 파운드리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보다 더 크다. 이미 최대 고객사인 퀄컴과 엔비디아 등이 각각 4nm, 7nm 공정의 파운드리를 삼성에서 TSMC로 옮겼다는 소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의 4나노 파운드리 생산수율은 30% 안팎으로 추정된다.
결국, 보다 못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얼마 전 직접 나서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지속적인 파운드리 수율 저조 문제와 관련해 감사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경영진단은 자사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실시한 감사로, 공장 투자 등 경쟁력 확보 목적의 복합적인 성격이라고 봐주시면 되겠다”라고 설명했다.
선단 공정 집중하는 파운드리 3사...“기술도 좋지만 수율 문제부터 챙겨야”
다만 최근 공개된 인텔의 파운드리 계획을 종합하면 인텔 역시 선단 공정 기술력과 제품에 대한 설명만 강조할 뿐, 수율 제고 방안에 대한 언급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17일 인텔의 반도체 개발 일정표를 공유하는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에서 “우리는 2024년 상반기에 2nm, 하반기에는 1.8nm 칩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며, 이는 기존에 발표한 일정보다 앞서 있다”라며, 이어 “2030년에는 트랜지스터를 무려 1조개 담을 수 있는 슈퍼 반도체를 공개할 것”이라고 막강한 기술력을 과시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지는 파운드리 수율 문제와 관련해, 파운드리 3사 모두 선단 공정에만 집중하는 탓이라며 팹리스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생산라인부터 확실히 다지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에서 대두되는 파운드리 제품 수율 논란은 결국, 공정 기술력을 두고 싸우는 경쟁 사업자들 간 실적주의의 폐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러나 당장 반도체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것은 얼마만큼 안정적인 수율을 가져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으며, 하루빨리 기술력을 앞세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과도하게 첨단 공정의 설계와 개발 기간을 줄이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면 불안정한 수율 구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단 공정도 좋지만 지금은 유의미한 수율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라인의 안정성을 더 앞세워 고객사들에게 확실한 신뢰를 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