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개시제도 도입 논의 확대
“기업 위험통제 장치 역할”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가 1000만명에 이르는 등 주주권리 운동이 확대되며 증거개시제도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증거개시제도는 재판 당사자 간의 증거를 모두 공개하는 것으로, 주로 기업·국가 등 한쪽으로 편재된 증거확보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포럼 김규식 회장은 "국내 주주대표소송은 지금껏 0건에 이르는 등 관련 제도미비로 사실상 사문화됐다"며 "증거개시제도가 도입될 경우 소송확대 외에도 기업 스스로 위험을 통제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국내 증거개시제도 도입현황은…입법·행정 도입 움직임 활발
증거개시제도는 공판 전 재판 당사자 간에 증거를 상호 공개하는 것으로 영미법상 디스커버리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는 형사소송에 한해 적용 중이며 주주집단소송 등 민사소송으로 확대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증거개시제도가 도입될 경우 무엇보다 재판 당사자 간 증거확보율이 한 쪽으로 편재된 구조를 바로잡아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개인 대 기업·국가·단체 등 조직 간의 재판에서 이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러한 증거개시제도 내용을 담은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아직 소위원회의 문턱을 못 넘고 있다.
다만 지난 12월 법원행정처가 제도도입을 공식 검토하는 등 사법행정부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김정욱 회장은 "(증거가 한쪽으로 편재되며 일반개인이 대부분의 불이익을 겪는 가운데) 증거개시제도가 도입되면 증거의 편재현상이 개선됨으로써 소송 과정에서 당사자 간 실질적 평등이 한층 제고될 전망"이라고 지난 6월 관련 성명에서 말했다.
증거개시제도, 국내 주주권 운동 중심에 우뚝…"기업 위험통제 역할할 것"
최근 증거개시제도의 도입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는 곳은 주식시장이다. 지난해 국내 개인투자자가 1000만명에 이르며 이와 함께 확대된 주주권 운동과 맞물리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국민연금공단이 국내기업 30여곳에 주주대표소송 관련 공문을 보내며 이 논의가 재점화됐다.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건수는 누적 0건으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관련 단체들은 적극적인 주주권행사를 위해 증거개시제도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포럼 김규식 회장은 "주주대표소송은 이사의 위법행위로 인해 훼손된 기업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며 "다만 관련 증거자료가 모두 회사 측에 감춰진 탓에 이에 대한 입증이 불가능해 그동안 주주집단소송의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제도가 도입되면 해당 이사가 어떠한 경영행위를 했고, 왜 그리 판단했는지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무엇보다 정보공개 측면에서 기업이 자체적으로 위험을 통제하는 장치로 작용할 것"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김규식 회장과, 이효석 업라이즈 매니지스트가 18일 증거개시제도를 비롯한 8대 주주권리 보호제도 도입을 요구한 청와대 청원에는 5일여만에 약 2만명이 동의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김윤화 기자 meron9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