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 리스크에 더해
평판·브랜드 등 기업가치 치명적
지난 달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며 E·S·G 중 S(사회) 부문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인권·노동 등 S 부문 리스크는 기업 평판에 큰 타격을 주는데, 최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은 재무적 대응여건이 충분함에도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인해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S 영역과 관련된 사항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하면 ESG 평가와 관련없이 평판이 바로 나빠져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빠르고 크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로 주가 30% '뚝'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달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주가가 30% 넘게 빠졌다. HDC현산은 이번 사고로 영업정지 1년 등의 고강도 제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나, 단기적 자금대응 능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이스신용평가 안영복 기업평가본부 본부장은 17일 낸 보고서에서 "(현금성자산이 차입금을 뛰어넘고 자본완충력이 풍부한 등) 현 수준의 재무안정성 및 재무적융통성을 고려할 때 금번 사고에 대한 대응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문제는 기업 브랜드 명성 등의 무형자산 가치 훼손이다. 지난 3분기 기준 HDC현산의 수주잔고(약 32조원) 중 약 90%가 주택 관련 잔고인데 주택시장에서 HDC 브랜드를 불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사업 불안정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김상훈 연구원은 "(HDC현산의 주요 사업은) B2B(기업간 거래)가 아닌 B2C(기업간 소비자 거래)의 사업모델에다 삶과 직결되는 아파트라는 상품의 평판 훼손으로 향후 사업활동에 치명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지명에 계열사 주가 하락
삼표산업은 지난 달 28일 경기 양주시 채석장에서 근로자 3명이 매몰된 사고가 일어나며 중대재해처벌법 1호로 지명되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삼표산업은 증시에 미등록돼 해당 악재는 다른 계열사가 고스란히 받았다.
삼표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표시멘트는 3일 전 거래일 대비 7.31%(370원) 하락한 46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1호라는 낙인이 남으며 마찬가지로 향후 기업가치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인재(人災)가 많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된지 이틀여만에 또 다시 인재가 발생하며 기업 전반에 벤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안전보건의 사회적 책임을 확장시킨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ESG 중에서 S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기업가치 측면에서 중대재해가 기업가치에 위험지수로 반영되어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일한 지배구조, 반복되는 인재…"거버넌스 책임 크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결국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듯이 S(사회) 부문에서 일어난 이슈는 결국 (G)거버넌스와 이어질 수 밖다.
HDC현산과 삼표산업는 지난해 각각 광주 재건축 철거사고와 바위깔림 사고로 중대재해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그러나 기존 경영진에게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았고 그 결과 지배구조는 유지됐고 인재는 반복됐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HDC현산은) 광주 지역에서만 두 차례 대형 붕괴 사고를 내면서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결국 이번 사고는 인재이며 부실한 내부 통제 시스템과 이를 방치한 거버넌스에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거꾸로 본다면 거버넌스가 좋지 않은 기업일 수록 S(사회) 부문 리스크가 높다고 볼 수도 있다. 두 회사는 각각 대주주 지분확대, 편법승계 등의 지배구조 문제로 작고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는 기업활동 전반에 관한 의사결정 구조로 (두 사고 처럼) 동일한 지배구조에서 동일한 사고가 반복된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