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 경영 확산에 이사회 다양성 추구 활발
- 사내 여성 임원의 역량 강화 노력도 필요
최근 모든 금융업계 관심이 ESG에 집중돼 있지만 여성 이사 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진 구성의 다양성이 지배구조(G) 분야의 평가요소지만 저조한 여성 이사 비율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한상용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 기업들은 기업경쟁력 강화와 사업성 제고 수단으로 이사회의 다양성·포용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들도 ESG 경영의 정착과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 확대가 여성 이사의 수적 증가에 국한될 경우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데 한계가 있어 다양한 관점과 가치가 기업 경영에 반영되는 질적 다양성의 확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경영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까지 균형있게 추구하는 ESG 경영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그간 보험사들은 다른 금융권에 비해 ESG 경영 시작이 느렸던 건 사실이지만 올해 다수의 보험사들이 ESG위원회 등 실체있는 조직 구성을 완료한만큼 미진했던 부분의 개선 등 ESG 경영 활동이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금융회사 이사회 내 여성 이사 비율도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이사회 여성 이사 참여율은 약 4.1%로 나타났다.
국내 13개 은행, 27개 증권사, 12개 보험회사의 사외이사 총 209명 중 여성 이사는 12명에 불과했고 사내이사 129명 가운데 2명 뿐이다.
이는 OECD 회원국 상장기업 이사회의 평균 여성 이사 참여율 25.6%와 비교하면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상장기업 전체의 이사회 여성 비율 4.9%보다 낮으며 중국과 일본의 13%와 10.7%에 비하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올해 3월 발표한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도 한국 상장기업 이사회의 여성 이사 참여율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사회의 여성 참가율 증가가 기업성과와의 관계를 단언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최근 ESG 경영이 확산되면서 이사회 다양성을 키우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사회에 여성할당제를 도입해 여성이 이사회에 각각 40%와 30% 이상 참여토록 의무화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적어도 2명, 6명 이상 이사회 구성원에 대해서 적어도 3명을 여성 이사로 선임토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투자지침에 이사회의 다양성 여부를 추가해 이사회 내 여성 이사가 2명 미만이면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2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서 대규모 상장기업에 대해 오는 2022년 8월까지 최소한 1인 이상의 여성 이사를 포함해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과 기업 성과를 일관되게 결론내릴순 없지만 통상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다수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12개국 1000개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사회 내 성별이 다양한 기업의 영업이익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1% 정도 높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이 평균보다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19% 높은 수준의 혁신수익을 달성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사회 성별 다양성 증대만 추구하기에는 현재 기업이 요구하는 경험과 능력을 갖춘 여성 인재풀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회사들은 단순히 남녀 비율의 특정 수치를 맞추는 것이 아닌 전문성과 소통능력을 갖춘 여성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동시에 사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여성 임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린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