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까지 미국 투자 520억달러 중 절반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분야 집중"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미국과 유럽을 방문해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연쇄 회동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의 ‘글로벌 스토리’ 경영 전파는 물론 경제 분야 민간외교관으로서 광폭 행보에 나섰다.
'글로벌 스토리'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경영 화두 중 하나다. SK그룹이 글로벌 현지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형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이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치 매코널(켄터키주·7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정·재계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SK그룹이 2일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27~28일 양일간, 매코널 원내대표와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 공화·민주 양당의 지도자들을 만나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SK의 전략과 미국 내 친환경 사업 비전 등을 소개하고 의견을 나눴다.
매코널 대표는 상원의원으로 37년째, 원내 대표로 15년째 재임 중인 공화당 서열 1위의 유력 정치인이고, 클라이번 의원은 민주당 하원 서열 3위의 정치인이다.
최 회장은 이번 만남에서 “SK는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감축 목표량인 210억톤(t)의 1%에 해당하는 2억t의 탄소를 감축하기 위한 목표를 세우는 등 기후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특히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할 520억달러 중 절반 가량을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에너지 솔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미국 내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SK가 미국 내 ‘그린 비즈니스’를 통해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로 정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의 5%인 1억t 상당의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0월 20~23일 열린 SK그룹 CEO세미나에서 최 회장은 “(SK가 비즈니스를 하는)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에서 탄소감축 기여 등을 통해 현지 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의 존중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은 테네시주 지역구의 공화당 마샤 블랙번,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도 만나 SK그룹이 미국 내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관련 의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SK온이 이미 건설 중인 조지아 공장에 이어 포드(Ford)와 합작해 켄터키, 테네시 주에 2027년까지 설립하기로 한 대규모 배터리 공장이 완공되면 3개 주에서 모두 1만1000여명에 이르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과 포드는 최근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 주와 인접 테네시 주에 총 114억달러(약 13조3000억원)를 투자해 매년 215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129기가와트시(GWh)규모의 배터리 공장 2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SK온은 여기에 44억5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테네시주 의원들은 “SK 배터리 사업이 미국 배터리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고, 향후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배터리 생태계(Ecosystem) 구축 등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지역 대학들과의 협업을 통해 인력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최 회장은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지역 소위원장인 아미 베라 민주당 의원과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 행정부 고위 인사들을 두루 만나 한미 우호 증진과 바이오 등 미래사업 투자 활성화, 기후변화 대처, 지정학 현안 등 폭넓은 주제로 환담했다.
최 회장은 베라 의원에게 “SK는 미국에 본사를 둔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기업 SK팜데코 등을 통해 미국과의 바이오 사업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베라 의원은 “양국 기업들이 바이오, 대체식품 등 미래사업 분야에서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밖에도 최 회장은 지난 1일 짐 팔리 포드 CEO와의 화상회의에서 켄터키 주 등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양사 간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향후 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앞서 지난 10월 31일 회동한 수잔 클라크 미 상의회장과는 양국 상의 간 교류·협력의 폭을 넓히기로 뜻을 모았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미국 내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SK뿐 아니라 한국 재계 전반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글로벌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며 “이는 ESG경영을 통해 글로벌 각지의 폭 넓은 지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전했다.
한편, 최 회장은 5박 6일간의 미국 일정을 마친 후 곧바로 11월 1일 헝가리로 이동해 유럽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순방단과 합류했다. 최 회장은 헝가리 상의회장 면담, 한국-비세그라드 그룹(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비즈니스 포럼 참석, 국빈만찬 참석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민간 외교 행보 외에도 11월 2일 코마롬시에 자리한 SK온의 배터리 공장을 찾아 현지 배터리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현지 구성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SK는 헝가리 코마롬시(연간 17.8GWh생산)와 이반차시(30GWh)에 총 3개의 배터리 공장을 운영 또는 건설 중에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