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에는 2억톤 탄소 배출 감축 등 SK그룹의 ESG별 세부 목표 실행키로
- 최태원 회장 "딥체인지 마지막 단계는 '빅립'(Big Reap∙더 큰 수확) 거둬 나누는 것" 강조
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반으로 더 큰 결실을 거둬 이해관계자와 나누는 새로운 그룹 스토리를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각 사들이 치열하게 '딥체인지(Deep Change·근원적 변화)'를 실행한 결과 파이낸셜 스토리에서 일정 부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후 'ESG'를 경영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24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2021 CEO세미나’ 폐막 스피치를 통해 “딥체인지 여정의 마지막 단계는 ESG를 바탕으로 관계사의 스토리를 엮어 SK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명한 그룹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빅립(Big Reap∙더 큰 수확)’을 거두고, 이해관계자와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밝혔다.
SK그룹의 CEO 세미나는 한 해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다음해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진행됐다.
'딥체인지'는 지난 2016년 3월 최 SK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한 이후 그해 6월 처음 열린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내놓은 키워드다. 최 회장은 관계사 사장단과의 경영 전략회의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하라’고 주문한 것.
이후 SK 최고경영자(CEO)들은 각 계열사의 ‘업(業)’을 바꾸는 체질 전환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의 재무성과 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통해 고객·투자자·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파이낸셜 스토리’ 전략도 제시했다. 올해 6월엔 딥체인지 실행 해법으로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완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이 이날 CEO 세미나에서 언급한 ‘빅립’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성과의 수확과 공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ESG 중심의 그룹 스토리를 통해 경제적 가치(EV)와 사회적 가치(SV)를 창출하고, 이를 이해관계자들과 나눈다는 점에서 결국 SK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발자국 ‘제로’ 도달 사업 모델로의 진화와 첨단 기술 개발에 모든 관계사의 역량 집중"
최 회장은 먼저 E(환경) 스토리를 통해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t)의 1% 정도인 2억t의 탄소를 SK그룹이 줄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도전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어 “석유화학업종을 주력으로 사업을 영위해 온 SK가 지금까지 발생시킨 누적 탄소량이 대략 4억5000만t에 이르는데 이를 빠른 시일 내에 모두 제거하는 것이 소명”이라며 “미래 저탄소 친환경 사업의 선두를 이끈다는 사명감으로 2035년 전후로 SK의 누적 배출량과 감축량이 상쇄되는 ‘탄소발자국 제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생각보다 매우 빠른 시간 내에 탄소가격이 톤당 100달러를 초과할 뿐 아니라 지속 상승할 것”이라며 “따라서 향후의 사업계획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조건 하에서 수립해야 하며 탄소발자국 ‘제로’에 도달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의 진화와 첨단 기술 개발에 모든 관계사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SK CEO들은 우선 기존 사업 분야에서 공정 효율을 개선하고,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등 방식으로 감축 목표인 2억t 중 5000만t을 감축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전기차 배터리, 수소 등 친환경 신사업에 10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협력사 지원을 비롯한 밸류체인을 관리해 나머지 1억5000만t 이상을 추가로 감축해 나가기로 했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앞서 20일 개막 스피치를 통해 “넷제로(Net Zero)는 SK의 생존과 미래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도전적 과제”라며 “가보지 않은 길이라 어려움이 있겠으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조 의장은 이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회사들의 공통점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시장을 만들어간 것”이라며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로서 ESG를 제시했다.
S(사회적 가치) 스토리와 관련해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는 결국 구성원의 행복과 이해관계자의 행복”이라며 “2030년 30조원 이상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지속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G(지배구조) 스토리에 대해서는 “이사회 중심 시스템 경영으로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며 “여러 도전은 있겠지만 글로벌 최고수준의 지배구조 혁신을 이뤄내자”고 말했다.
SK CEO들은 이번 CEO세미나에서 넷제로, 파이낸셜 스토리, 행복경영의 실행력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넷제로 세션에서는 그룹 내 젊은 차세대 리더 후보들이 참여해 ‘재생에너지 전환 혁신’, ‘친환경 신사업 도전’, ‘온실가스 감축 가속화’ 등을 주제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파이낸셜 스토리 세션에서는 각 사 CEO들이 ‘구성원 공감’, ‘지속 경영’, ‘성장’ 등 3개 주제별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했다. 여기에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구성원 설문조사 결과와 다양한 시장 관계자와의 패널 토론 결과 등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CEO들은 ‘행복경영’의 진화∙발전 방안도 재점검했다. CEO들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구성원의 행복 조건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행복경영의 실천을 일과 제도 중심에서 정서, 신체, 정신 건강 영역까지 확장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CEO세미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의장 및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외 각 사 구성원 1000여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딥체인지 추진이 파이낸셜 스토리 넘어 ESG 바탕의 차별적 철학과 가치 지닌 그룹 스토리로 진화해야"
SK 관계자는 “SK의 딥체인지 추진이 개별 회사의 파이낸셜 스토리 완성 차원을 넘어 ESG 바탕의 차별적인 철학과 가치를 지닌 그룹 스토리로 한층 진화해야 하는 새로운 여정으로 나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는 ESG 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을 분할했다. 배터리 신설법인 이름은 ‘SK온’으로 결정됐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세계 1위 분리막 생산 소재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는 지난 9월 ‘RE 100’(Renewable Energy 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가입을 완료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종합화학은 지난 8월 31일 SK지오센트릭(SK geo centric)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로운 기업 비전 및 목표를 발표했다.
SK E&S는 정부와 손잡고 ‘친환경 수소항만’ 조성해 수소 활용 생태계를 넓힐 예정이다.
SK건설에서 사명을 변경한 SK에코플랜트는 배터리·수소공장 등 플랜트 사업을 떼어 법인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신에너지 사업에 집중하며 ESG 경영을 강화한다.
한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공개한 ESG 평가 등급에 따르면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ESG 등급(2020년 기준)은 ‘A+’로 국내 10대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국 금융회사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도 SK에 ‘AA’를 부여했다. 7단계 중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다만 KCGS는 올해 SK이노베이션·SK네트웍스·SK텔레콤·SKC 4곳의 ESG 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앞으로 ESG 등급을 높여하는 것이 과제인 셈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