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방진료비 8849억원 기록하며 양방진료비 추월
- 경상환자 진단서 제출 의무화 등 자동차보험 정상화 대책 필요
코로나19 이후 이동 감소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기대감이 컸던 보험사들이 경상환자의 한방진료비가 늘어나면서 좌불안석이다. 교통사고는 감소했지만 한방진료비 증가에 따른 보험사들의 1인당 지급보험금은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1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의 85%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가 집계한 지난달 자동차사고 1인당 평균 보험금(잠정치)은 35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금액 299만원보다 17%, 지난 2019년의 270만원 대비 30% 급증한 수치다.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한방진료비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처럼 1인당 보험금 지출이 늘어나고 향후 정비수가까지 상향된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시 가벼운 증상에도 여러 병원을 입원하는 등 지나치게 오래 치료받는 과잉진료 탓에 자동차보험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선의의 대다수 보험가입자 보호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치료관행 정립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손해보험업계는 1인당 차사고 보험금 지급액의 증가 원인으로 경상환자가 이용한 한방진료비의 급증세를 꼽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2년 만에 약 63% 급증한 884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의과(양방)진료비는 전년 대비 0.6% 감소한 7968억원으로 집계되면서 통상 경상환자를 진료하는 한방치료비가 중상·응급환자를 다루는 양방진료비를 추월했다.
아울러 비급여 진료가 많은 한방병원의 진료비 증가 폭도 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한방병원 진료를 받은 경상환자 비중이 지난 2014년 22%에서 2019년에는 54%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한방진료를 포함한 1인당 진료비는 92만원으로 지난 2014년 64만원 대비 44% 늘었고, 한방진료 없이 진료받는 경우에 비해 2.8배 높았다.
경상환자의 한방진료비 급증으로 금융당국도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이다. 보험업계와 전문기관은 과실비중 만큼 본인 보험에서 부담하는 방안 및 3주 초과 진료 시 진단서 제출의무화 등을 집중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제도 개선을 통해 대부분의 경상환자에게는 충분한 진료를 보장하는 한편 일부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를 억제해 보험료 조정 압력을 둔화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기준으로 하는 보상 관행 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