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특화망 핵심 거론 ‘듀얼심·e심’...국내 출시 ‘안’하는 이통사 속사정은?
상태바
5G 특화망 핵심 거론 ‘듀얼심·e심’...국내 출시 ‘안’하는 이통사 속사정은?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1.09.08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이버랩스·HFR 등 산업계 “5G 특화망 활성화하려면 개인 스마트폰 활용 위해 듀얼심·e심 도입해야”
-국내 e심 도입 요구 목소리에도 이통사는 외면...“국내 통신 환경에 비효율적이고 수익성도 없어”
-정부, 연내 e심 도입 여부 결론 내릴 전망...‘5G 특화망 활성화 방안’ 거론 더불어 긍정적인 결과 기대

“잠시 해외에서 연수 생활을 하는 동안 듀얼심 이용이 가능한 샤오미 모델을 사용했는데 너무 편리하더라고요. 그래서 국내 들어와 삼성폰으로 듀얼심 가능한 폰을 알아봤는데 해외 모델밖에 없었어요. 왜 우리나라에서는 듀얼심을 이용할 수 없나요?”

한 국내 스마트폰 모델 유저가 듀얼심을 이용하지 못하는 국내 통신 서비스 체계에 불만을 호소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한 글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근 듀얼심·e심 국내 도입 여부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5G 통신 품질 저하 논란이 통신업계에서 끊이질 않는 가운데, 5G 특화망 활성화를 위해서는 ‘듀얼심·e심’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그간 삼성 갤럭시 시리즈 등 국내 스마트폰 모델에도 듀얼심·e심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줄곧 제기돼왔고 이미 해외에서는 활성화돼있는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는 도입이 안 된 상황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듀얼심·e심 활용과 관련한 법적 근거가 아직 미비한 것과 더불어, 무엇보다 국내 통신망을 책임지는 SKT·KT·LG유플러스 이통3사가 e심 도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애초 미국 등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듀얼심·e심의 필요성 자체가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라며, “면적이 넓은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지역이 바뀌면 통신 품질이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통신사들의 커버리지 품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듀얼심·e심을 도입한 것이지만, 면적이 좁은 국내에서는 이통3사의 커버리지만으로도 원활한 통신이 가능하므로 굳이 e심 도입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성 문제도 배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추측했다. 그는 “e심이 도입되면 유심 매출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하나의 폰에 2개의 통신사를 나눠 쓸 수 있으니 가입자 1인당 매출이 떨어진 것도 당연한 사실”이라며, “탄탄한 수익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통사들이 듀얼심·e심을 꺼리는 것도 추론해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심은 기존 국내에서 쓰이는 유심(USIM) 칩과 달리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를 통해 단말기와 가입자 정보를 일체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하나의 휴대전화에 복수의 통신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듀얼심’ 기능이 가능하기 때문에 e심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폭넓은 요금제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을 누릴 수 있으며, 가입·해지 등에도 굳이 이통사를 찾을 필요없어 편리하다.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으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그간 이통3사는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듀얼심·e심 도입을 외면해 왔다.

그러나 이제 이 기술을 하루빨리 가져와야 하는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최근 이통업계 논란의 도마에 떠오른 5G 통신 품질 저하 문제와 관련하여 해결책의 핵심으로 듀얼심·e심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전날 오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개최한 ‘5G 특화망 전문가 간담회 및 제도 설명회’에서 네이버랩스·HFR 등 IT 관련 산업계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5G와 클라우드 기반의 로봇 친화형 건물로 지어질 네이버 제2사옥. [사진=네이버]
5G와 클라우드 기반의 로봇 친화형 건물로 지어질 네이버 제2사옥. [사진=네이버]

이날 설명회에서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5G 특화망을 활성화하려면) 일반 사용자들이 본인 스마트폰으로 특화망 구역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 개인 스마트폰에서 특화망에 연결하지 못한다면 반쪽자리밖에 안 된다”라며, “듀얼심·e심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e심 정책이 활성화되면 통신사 서비스도 이용하고 특화망도 동시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e심 도입은 특화망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중소 통신장비업체인 HFR에서도 거들었다. 정해진 HFR 그룹장은 “(일반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기존 스마트폰을 5G 특화망 이용에 활용하려면 e심 도입이 필수”라며, “얼마나 빨리 특화망 면허를 내줄 수 있느냐에 따라 서비스 확산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e심 도입 주장과 관련해 올해 안에는 결론을 내리겠다고 하지만 이통3사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도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듀얼심·e심 도입을 위한 제도적 개선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최근 정부가 이통3사 등 업계 관계자와 의견을 모아 e심 상용화를 위한 법안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이번에 5G 활성화 방안으로 지목된 것과 더불어 세계 e심 활성화 움직임을 고려해서라도 국내 e심 도입도 조만간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 규정상 이통사는 자사 고객이 유심을 다른 이통사의 유심으로 교체해서 삽입해도 음성·영상·문자·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해당 규정만으로는 e심 활용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관련 문구를 수정 또는 단통법에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의 ‘글로벌 e심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에 탑재될 e심은 오는 2022년에 5억개 이상, 2025년에는 24억개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2025년까지 전체 스마트폰의 50%에 e심이 탑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작년 출시한 갤럭시 S20시리즈부터 e심 기능을 지원하고 있지만, 해외 모델에 한정될 뿐, 국내에는 전무하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