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두산重, 상반기 5078억원 영업이익 내면서 흑자전환

지난해 두산그룹(회장 박정원)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다.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과 수은에서 3조원의 긴급수혈을 받아 위기를 넘겼다.

두산그룹은  지난 2019년 10조원을 넘었던 순차입금 규모를 지난해 9조7000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기준 7조2000억원까지 줄였다. 이같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네오플럭스, 두산솔루스, 모트롤BG, 두산타워 등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를 매각하고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부채규모와 함께 사업규모가 줄어 지속적인 영업이익을 내야 순차입금 규모를 줄여나갈 수 있다.

다행히 두산중공업은 올 상반기 경영실적에 힘입어 채무를 상환하면 박지원 회장은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상반기 507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838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셈이다. 

이같은 호실적은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의 경영정상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탄소배출 가장 많은 발전 분야에 탄소중립 성패 달려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탄소중립은 국제적인 공감대가 확고하게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지난 5월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윤순진 민간위원장, 김부겸 국무총리 겸 공동위원장)'를 설치하기도 했다. 

국내 탄소배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발전부문에서 두산중공업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전신인 한국중공업 시절부터 국내 발전설비 대부분을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속기구인 2050탄소중립위원회(민간위원장 윤순진)는 지난달 탄소중립을 위한 세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중 실제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세번째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석탄발전은 '0'으로, 원자력 발전은 현재의 23% 수준에서 6%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는 70% 이상,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신전원은 21% 수준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잡혀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70% 수준까지 늘릴 수 있을지, 아직 실험·연구 단계 수준에 불과한 수소·암모니아 발전 비중을 최대 21.4%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아직 연구단계인 수소.암모니아 비중을 20% 이상 잡은 것은 무리수"라며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6000억원 규모의 LNG발전설비도 수주했다.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대체해야 해서다.

기후환경단체들은 2030년까지 탈석탄, 2035년까지 탈화석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50탄중위, 국내 탈원전 고집 여전해... 세계적 수준의 원전경쟁력 약화 우려

2050탄중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탈석탄, 탈화석에 대해서는 상당히 느슨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는 무탄소전원인 원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장기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을 정치적 이유로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지난 2017년 이전 러시아, 중국을 제외하면 서구권에서 두산중공업의 원전경쟁력은 독보적이었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했던 것도 이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에서 미국, 프랑스와 8조원 규모의 원전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폴란드, 우크라이나, 불가리아에서 잇단 원전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달 EU집행위원회는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할지 말지를 공표할 예정이다. 만일 청정에너지로 확정되면, 상대적으로 경제성을 따져봐야 하는 동유럽국가들은 무탄소 전력원인 원전을 탄소중립의 주력 대안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원전산업 생태계는 위기에 놓여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적인 탄소중립대안 소형원전모듈(SMR)사업 다각화로 돌파구 모색

두산중공업은 지난 1일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고온가스로SMR' 개발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고온가스로SMR을 개발 중인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와 설계 용역 계약을 통해 SMR 주기기의 제작 방안 연구, 시제품 제작, 설계 최적화 방안 연구 등을 수행하며 설계를 지원한다.

엑스에너지의 고온가스로SMR(Xe-100)은 총 발전용량 320MW 규모로 80MW 원자로 모듈 4기로 구성돼 있다. 테니스 공 모양의 핵연료를 사용하며 고온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미국의 SMR기업인 뉴스케일파워에 6000만 달러(약 7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했다. 이는 지난 2019년 4400만 달러(약 500억원)의 지분 투자에 이은 추가 투자다. 이같은 지분 투자를 통해 수조원 규모의 SMR관련 기자재를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두산중공업이 SMR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탄소전력원이면서도 기존 원전에 비해 100만배 이상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SMR이 국제적인 탄소중립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시장에서 두산중공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두산重, 암모니아·수소·풍력 등 다양한 친환경 발전 모색

지난 7월 포스코와 두산중공업은 '청정 암모니아 가스터빈 분야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협약을 통해 암모니아를 분해해 생성한 수소를 연소해 터빈을 가동하는 발전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질소와 결합한 화합물로, 기존에 갖춰진 운송·저장 인프라 활용성과 동일한 부피에서 수소보다 1.7배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는 효율성 등 다양한 이점 덕분에 최적의 '수소 캐리어(운송체)'로 꼽힌다.

반면 암모니아는 발전 연료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따르는데, 기존 가스터빈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대비 연소 속도가 20% 수준으로 매우 낮고 발열량도 5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같은 달에는 한국서부발전과 ‘국내 기술 기반 차세대 친환경 수소 터빈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공모한 ‘8MW급 부유식 해상풍력시스템 개발’ 2단계 사업에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다양한 친환경 발전 대안은 두산중공업의 미래는 물론, 한국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같은 노력이 지속되고 성과를 낼 수 있다면 '탄소중립'은 한국경제가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