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은 정부 소유의 특수은행이다. 기획재정부가 91.8%, 국토교통부 6.63%, 산업통상자원부 0.97%, 해양수산부는 0.6%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지난 3월25일 부터 시행된 산업은행법 개정안 제1조(목적)에 따르면, '산업의 개발ㆍ육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지역개발, 금융시장 안정 및 그 밖에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관리하는 한국산업은행을 설립하여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를 근거로 국내 유일의 투자은행(IB)으로서 많은 기업들을 인수해 거느리고 있다. 부실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회생시켜 민간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특혜시비에 휘말리기도 쉽다.
최근, 산은은 민영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을 드러내면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한층 더 깊이있는 취재와 분석을 통해 산은이 목적에 부합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지 따져봤다...<편집자 주>
인수가격 2000억원 감가 둘러싼 특혜와 배임 논란
지난달 25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을 제시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지난 2일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재입찰을 진행했고, 재입찰에서 중흥건설은 2000억원을 깎은 2조1000억원의 수정 입찰가를 써내 다시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됐다.
이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예정에 없던 KBDI의 재입찰로 인해 중흥건설은 2000억원의 이익을 본 셈이고, 산업은행은 2000억원을 손해 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중흥의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 유일한 경쟁사인 DS네트워크 컨소시엄은 말도 안되는 가격인 1조7000억원을 써내 처음부터 들러리가 아니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최종선정까지 한달도 채 안되는 빠른 결정, 수정입찰가에서 2000억원을 깍아준 석연찮은 입찰 과정도 의혹의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14일 이동걸 회장은 산은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HMM의 전환사채(CB) 주식전환과 관련해 "이익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8년 입찰을 통해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가 해외건설사업에서 약 3000억원의 부실이 발견돼 인수를 포기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경기 호황으로 인해 대우건설은 올해 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산은, KDBI에 대해 자체조사...'셀프 검증' 한계 문제점 지적
산은은 이번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배임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불투명한 명분의 재입찰에 따른 2000억원의 명백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산은은 자체적으로 KDBI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KDBI가 매각공고 없이 24일만에 본입찰을 진행했고, 중흥건설의 인수가 조정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KDBI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회사인 KDBI를 직접 조사하는 ‘셀프 검증’의 한계 때문이다.
특히 산은과 금융위원회는 감독권한이 있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응하고 있지 않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 관계자는 “자회사 담당 팀에서 대우건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의 적정성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조사에 따른 담당자 징계나 조치 여부 등은 결과를 가정을 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산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인 만큼 소유 기업을 매각할 때, 보다 투명한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특혜시비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또한 공익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ESG평가지표 등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기업에 우선권을 줄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서는 산은이 특권을 앞세워 불필요한 의혹을 양산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김헌동 "중흥건설, 벌떼 입찰로 떼돈 벌어...대우건설 인수는 특혜 시비 가능성"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지난 22일 <녹색경제신문>과 만나 "중흥건설은 호반건설, 우미건설과 함께 수많은 위장계열사를 동원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공공택지 분양에 참여하는 이른바 '벌떼입찰'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성장한 호남 건설재벌의 일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 건설사들은 다수의 건설회사를 소유하고 있고, 합법과 편법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중흥건설과 계열사들은 30개 단지 이상을 이같은 벌떼입찰로 낙찰받아 최근 10여년간 약 2조원의 분양이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중흥건설은 지난해 건설시공순위에서 1조2709억원으로 35위, 중흥토건 2조1955억원으로 15위이고, 대우건설은 8조4132억원으로 지난해(5위)보다 한계단 낮아진 6위를 차지했다.
약 4조원 규모의 비상장 건설회사가 두배도 넘는 몸집의 대형 건설사를 인수하는 모양새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반발은 파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건설노조 "산은, 2000억원의 손실입혀 고발할 것"...총파업 예고
지난 20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는 전날 매각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결의했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조합원을 상대로 ‘2021년 임금협상 쟁취 및 불공정 매각반대’를 위한 쟁의행위 투표결과 조합원 85.3%가 참여해 95.9%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했다.
노조는 매각 과정에서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정상적인 절차를 위반하고 재입찰을 진행해 대우건설에 약 20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이를 ‘배임’으로 규정하고 법리 검토를 거쳐 산업은행과 KDBI 관련 책임자를 고발할 예정이다.
정창선 회장, 광주상공회의소 사유화로 논란
한편,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은 그가 성장한 기반인 광주광역시에서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정 회장이 지난 3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직 연임에 성공한 뒤 회의소 상임의원들을 대폭 건설업 및 중흥 계열사 중심으로 바꾸면서 사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제24대 회장을 연임하고 나서 부회장단 9명, 감사 2명, 상임의원 25명, 특별의원 9명, 일반의원 47명 등 92명을 선출했다. 이 중 상임의원의 3분의 2를 건설업 및 중흥그룹 관련 하청업체 대표 등이 차지했다.
이전에는 건설업과 제조업 종사자의 비율이 각각 절반씩이었다. 따라서 사유화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은 2018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도 겸하고 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