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회장, 취임 직후 이상수 위원장 만나 대화 “노사 간 단체협약은 중요한 것"
- 현대차 노조, 파업 보류 후 성실교섭 기간 갖기로 결정...14일 대화 재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이 파업을 앞두고 '공동 운명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어 극적인 타결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두 사람은 지난해 1월과 10월에 각각 회장과 노조위원장이 취임해 같은 해 임기를 시작한 것은 물론 파업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리더십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과 이상수 노조위원장은 기본적으로 파업 보다는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실리 실용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며 "이미 둘은 서로 만나 대화를 한 바 있고 코로나19 사태 등을 감안할 때 현대차는 극단적인 파업 보다는 대화에 의한 타결을 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둔다"고 전했다.
정 회장과 이 위원장은 지난해 취임한 공통점 이외에도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실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상통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한다”면서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2019년 12월 노조위원장 당선 직후 “조합원들도 이제 ‘뻥파업’, ‘묻지마 투쟁’을 식상해 한다"며 "(당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모빌리티 서비스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시대 변화 적응 못하면 현대차는 오래 갈 수 없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고용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직 취임 이후 이 위원장과 현대차 울산공장 영빈관에서 만나 오찬을 함께 하며 대화했다. 이 자리에는 현대차 대표이사인 이원희·하언태 사장과 공영운 전략기획 담당 사장, 연구개발본부장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과 송호성 기아차 사장까지 함께 했다.
현대차그룹에서 회장이 노조위원장을 직접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난 2001년 울산공장을 방문해 노조와 면담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최고 경영진을 모두 대동해 대화를 한 자리는 아니었다.
정 회장은 “노사관계 안정이 회사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기차 등 신산업 시대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며 “변화에 앞서나갈 수 있도록 합심하자”고 말했다. 이어 “직원 만족이 회사 발전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며 “회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도 “자리를 마련해 줘 감사하다”며 “조합원들이 신임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고용불안에 노출되지 않아야 생산에 전념해 품질 좋은 명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노사 간 단체협약은 중요한 것"이라며 "책임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강경파가 주류라는 점에서 강경파 설득이 관건이다.
그럼에도 정 회장과 이 위원장은 파업은 서로 리더십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극단적 선택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이 심각해 파업은 현대차 노조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파업을 강행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따라서 현대차 노사는 파업 보다는 대화를 통해 여름휴가 전인 이달 내로 극적인 타결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오는 20일까지 파업을 유보하고 사측과 성실교섭 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조는 14일 교섭 테이블에서 사측과 만난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일 파업 등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73.8%의 찬성을 이끌어낸 데 이어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8월 초로 예정된 여름휴가 전 타결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사측도 ‘정의선 체제’ 첫 파업을 막기 위해 노조가 지난달 말 교섭 결렬을 선언한 후에도 노조 측에 교섭 재개를 요청해왔다.
현대차로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 계약 대기 차량이 밀려 있는 데다 신차 출시도 앞둔 상태에서 파업을 맞는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노조는 사측이 휴가 전 타결을 원한다면 전향적인 제시안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20일을 교섭 기한으로 정한 만큼 늦어도 다음주에는 잠정 합의안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성과급 규모 등에 입장차가 커 합의안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정년 연장을 두고 입장차가 크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이 개시되기 전인 만 64세까지 정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고용 경직성을 이유로 반대한다. 정년 연장보다는 성과급 정상화에 방점을 두는 MZ세대 중심의 사무·연구직 노조의 목소리도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날 지역 내 사업장인 현대차를 직접 찾아 원만한 해결을 당부했다. 송 시장은 담화문에서 “코로나19와 장기 불황 등으로 지역경제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거대 사업장의 노사 대립은 회사뿐 아니라 지역경제 어려움을 가중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한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큰 충돌 없이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하도록 현명한 결단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