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쏘카' 박재욱 이끈 '멘토' 이재웅...카셰어링에서 중고차 판매까지 '종합 모빌리티' 혁신
상태바
[CEO 이야기] '쏘카' 박재욱 이끈 '멘토' 이재웅...카셰어링에서 중고차 판매까지 '종합 모빌리티' 혁신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7.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타다금지법'으로 적자경영 이어가는 '쏘카'의 박재욱..."모빌리티 혁신 선도할 것"
-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이동제한까지 '휘청'...10년 노하우로 극복할까
- 올해 신규사업 성장에 집중..."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

 

[사진=쏘카 홈페이지 갈무리]

'렌트카'로 차를 빌려본 적이 있다면 그 절차가 얼마나 복잡한지 익히 알 것이다. 차량을 빌리는 장소부터 이용시간과 해당 조건에 이용가능한 차량 확인까지, 그 절차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쏘카 이용자는 안다. 차를 빌리고 이용하는게 얼마나 간단한지. 쏘카 인력의 30%가 제품 및 기술개발에 투입된 결과다.

쏘카는 지난 2011년 제주도에서 100대의 차량으로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창업 9년만에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국내 12번째이자 모빌리티 업계 최초다. 차량 규모는 1만4000여대로 늘었고 회원수는 600만명을 돌파했다. 매출액은 2014년 146억원에서 2019년 2566억원으로 5년새 20배 가까이 늘었다.

카셰어링 업계 1위 자리에 오르기까지 다사다난했던 쏘카의 성공과 풍파를 조명해본다.

◆ 터닝포인트 
20대 청년 박재욱, '벤처 1세대' 이재웅과 만남...'타다금지법'에 좌절 

“어찌되었든 저는 졌습니다. 타다 드라이버의 일자리도 못 지켰고, 투자자들의 믿음도 못 지켰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혁신의 꿈도 못 지켰습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2020년 3월 13일 페이스북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남기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이후 박재욱 VCNC 대표가 이사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초 쏘카는 2020년 2월 12일 이사회를 열어 타다 관련 사업을 전담할 ‘타다’(가칭) 법인을 분할하고 설립하기로 계획했다. 

다음 달 1일 출범 예정이었던 신설 법인의 대표는 박재욱 VCNC 대표가 맡기로 했었다. 이재웅 대표는 쏘카 경영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었다.

타다 서비스는 당시 큰 호응을 얻으며 성장하는 듯 했으나 택시 운송 조합과의 갈등으로 끝내 '타다금지법'이 입법되면서 타다의 사업확대가 어려워지자 이 대표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박 대표가 그 뒤를 잇게 됐다.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 [사진=쏘카]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 [사진=쏘카]

1985년생인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는 쏘카와 VCNC(Value Creators & Company)의 창업자이자 대표다. 2011년 2월 서울대에서 만난 창업 동아리 멤버들과 낙성대 근처 월세 50만원짜리 사무실을 얻고 법인을 세웠다. 회사 이름은 창업 스터디 이름 'Value Creators(가치를 창조하는 사람들)'에서 따왔다. 

박 대표가 쏘카를 이끌게 된 데에는 이재웅 쏘카 전대표와의 인연이 큰 영향을 끼쳤다. 2011년 VCNC 설립 이후 두 번의 서비스가 모두 실패하고 세 번째 서비스인 '비트윈'이 자리를 잡는 동안 그의 곁에는 이 전대표가 있었다.

박 대표는 이재웅 대표를 멘토로 삼고 회사의 비전과 방향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7월, 이재웅 쏘카 대표가 VCNC를 인수하자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포털 다음(DAUM)을 창업한 '1세대 벤처 사업가'인 이 대표가 2007년 다음을 나와 벤처기업 '쏘카'를 설립한 뒤 처음 시도하는 인수합병(M&A)이 VCNC 인수였다.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는 보유 차량만 1만대 이상으로 가파르게 성장했으나 '모빌리티' 혁신에 사활을 걸었다. 이 대표는 당시 VCNC가 갖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과, 기술 기반 역량을 쏘카에 접목시켜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했다.

당시 쏘카의 VCNC 인수가는 1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됐다. 여기에는 이 대표가 후배 창업가 '박재욱' 대표를 포함 VCNC 인재를 데려오기 위한 '몸값'도 포함됐다.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의 인연은 더 오래 됐다. 이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던 20대 나이의 박 대표가 고민에 빠져있을 때 "창업을 위해서는 서비스만큼이나 명확한 비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와 박 대표는 그렇게 의기투합했던 것이다. 그리고 2018년 10월 '타다' 서비스가 세상으로 나왔다. 타다는 쾌적한 승차 서비스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에 큰 호응을 얻었다. 

◆ 성공과 위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이동제한까지 '휘청'...10년 노하우로 극복할까

박 대표에게 2020년은 악재가 겹친 한해다. '타다금지법'과 코로나19가 전국과 전세계를 뒤덮었기 때문.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이 통과하면서 '타다'는 서비스를 종료하기에 이르렀다.

박대표는 먼저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했다. VCNC의 비정규직 및 파견직원에 권고사직과 신입 직원들의 채용을 취소했다. 타다금지법 통과로 일자리를 잃게 된 타다 드라이버들에 대한 수습도 그의 몫이었다.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특히 박 대표는 쏘카 대표까지 겸직하게 되면서 적자경영도 해결해야 했다. 쏘카는 2018년 매출액 1594억 원을 기록하는 성장을 거뒀지만 영업손실은 331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 악화에 시달렸다. 같은 기간 타다는 42억 원의 매출액과 3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적자가 지속적으로 쌓이는 상태다.

실제로 이재웅 대표는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의 지원금 없이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운영해왔던 (타다)서비스지만, 미래가 없어져 신규투자마저 끊겼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이동수요도 급격히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표는 생존을 위한 수익모델 분석에도 힘을 쏟았다.

박 대표는 카셰어링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자동화·인공지능 기술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힘을 기울였다. 1만4000대가 모두 실시간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무인관제 기술력도 높여야 했다.

투자에 대한 성과는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차량공유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손익도 개선됐다. 또한 구독상품인 패스포트나 월단위 상품인 쏘카플랜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쏘카는 차량 대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며 "이제는 지금까지 쌓아온 데이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 향후로는 더욱 높은 수익과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쏘카는 국내 차량 공유 서비스 점유율 1위 업체로 지난해 매출 2597억원, 영업적자 264억원을 냈다. 2019년 매출 2567억원, 영업적자 716억원보다 개선됐다.

◆ 향후 과제
올해는 신규사업 성장에 집중..."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

박대표는 위기가 있었던 만큼 올해는 성장에 집중할 예정이다.

차량공유 사업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동시에 지난해 말에 출시한 가맹택시·대리운전·중고차판매 등의 신규사업도 빠르게 성장시키는게 목표다.

쏘카의 핵심 역량인 차량공유 서비스의 경우 주요 고객층이 20·30대에서 40·50대까지 확장되면서 사업이 더욱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운영 차량도 지난해 대비 3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출퇴근·캠핑·차박·출장 등 다양한 용도로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쏘카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공유차량 1대는 소유차량 8.5대를 대체할 수 있다. 

국내에 등록된 승용차를 모두 공유차량으로 대체한다면 현재 등록된 국내 승용차 수(2000만대)의 8.5분의 1인 235만대로 줄일 수 있다. 

차량이 줄면 도로 및 관련 인프라 유지에 들어가는 정부의 세금도 줄어든다. 정부는 줄어든 비용을 국민의 복지 등에 더욱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 개개인은 차량 유지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박대표가 그리는 미래의 모빌리티 모습이다.

최종적으로 박대표는 이동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짧게는 30분부터 36개월까지 차량을 공유할 수 있는 '쏘카' 서비스는 전국 4000여개 쏘카존을 통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공유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택시·대리운전을 이용한 '타다'는 운전을 하지 않고 이동하는 것에 집중한 서비스다.

중고차 사업도 진행한다. '캐스팅'은 쏘카에서 이용되던 차량중 일부를 쏘카 이용자에게 판매하는 사업이다.

박대표는 “쏘카는 과도한 차량 소유로 인한 사회, 경제,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카셰어링을 비롯한 다양한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