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이 구속기소되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세계로부터 기업결합승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삼구 전 회장 리스크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지분율이 높지만, 일반 금융권에서는 정상적인 대출이 힘든 금호고속에 1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지난 26일 구속기소 됐다.

또 금호그룹 4개 계열사 자금 3300억 원을 빼돌려 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 주식을 인수하는 데 쓰고,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판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그룹을 재건하고 경영권을 회복하려고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횡령 등 혐의발생 금액에 대한 박 전 회장의 공소금액은 6917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주식거래정지 조치까지 당했다. 한국거래소는 26일 전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따른 기소설에 대해 조회 공시를 요구하며 아시아나항공의 매매 거래를 정지했다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는 아시아나항공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다음달 17일까지 결정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최소 다음달 17일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 폐지가 되면 최장 1년 인상 주식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작업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세계 9개 나라에 기업결합심사를 제출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신고를 2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해 신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필수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9개 국가 중 터키 당국으로부터는 지난 2월 승인을 받은 상태다.

필수신고국은 한국·중국·일본·대만·베트남·태국·유럽연합(EU)·미국·터키이며, 임의적 신고국은 영국·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호주로, 대한항공은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한 후 여러차례 보충서를 제출했고, 해외 국가에서도 연내 조속히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각국 자문사와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 전 경영진의 불법행위가 발생하면서 세계 각국의 기업결합심사에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전 회장이 공정위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했고, 검찰이 박 전 회장을 구속기소 했으며, 주식거래 정지까지 3연타를 맞았다. 세계 각국에서 대한항공이 부적절한 기업과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당국이 기업결함심사에서 기업의 투명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전 경영진의 배임행위에 대해 안좋게 평가하고, 대한항공의 인수 역시 좋지 않게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상장폐지라도 하게되면 심사에 더욱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기업결함심사는 국내 당국조차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1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됐는데 예상보다 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주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용역'의 계약기간이 당초 5월 말에서 10월 말로 연장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경제분석을 마친 후 6월께 대한항공에 심사보고서를 보낼 계획이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수의계약을 통해 서강대 산학협력단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최근 협력단 측에서 연구용역 계약기간 연장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용역 결과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토대로 기업결합 심사에 활용하려던 공정위의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심사가 끝나는 대로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2년 후 두 항공사를 통합 운영할 계획이었다. 공정위의 기업결함 심사 자체가 늦어지면서 인수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