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투자증권, 후폭풍 괜찮나…하나 "대대적 비판 상당히 불쾌해"
“(이번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는)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에도 공동 책임이 있다.”(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NH투자증권이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금융사간 관행을 깨고 하나은행을 노골적으로 저격하는 일이 발생해 업계 관심이 쏠린다.
NH투자증권은 최근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동안 펀드 사고의 책임의 경우 전적으로 판매사가 지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판매사가 고객에게 상품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이 사고로 직결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이러한 관행을 뒤집고 옵티머스펀드 수탁사와 사무관리사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관련 업계에선 정 대표의 결단이 장·단기적으로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NH “하나, 알고도 방관” vs 하나 “선관의무 이행한 것”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을 각각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 의무위반과 일반사무관리회사 의무위반 사유로 고발했다. 여기에 손해배상소송 청구와 구상권 행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이 하나은행이 충분히 이행했다고 주장한 ‘선관의무’의 개념과 범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선관의무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의 약칭으로, 당사자가 속해 있는 사회적·경제적인 지위 등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 의무를 의미한다.
펀드 상품은 크게 네 가지 단계를 거쳐 유통된다. 자산운용사가 사모펀드를 만들면 사무관리사와 수탁사가 각각 펀드 기준가격 산정과 투자신탁 관리 등을 담당한다. 판매사는 만들어진 펀드를 다시금 검수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특히 수탁사는 선관의무에 따라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이 질적으로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의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이라며 “(하나은행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95% 이상 담는다는 투자제안서에도 불구하고 펀드가 출시된 시점부터 사모사채만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유일한 회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하나은행은 “NH투자증권이 주장한 사항들은 객관적인 사실 관계와 배치된다”며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로서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수탁사는 운용행위 감시 의무와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운용사의 운용 지시에 대해 별도의 검증을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옵티머스가 운용지시를 함에 있어 사모사채를 인수하도록 지시했기에 당행은 이를 이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예탁결제원과의 논의를 통해 맞소송을 비롯한 대응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 심정 이해하지만…후폭풍 괜찮나
법조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의 법정공방은 장기전 양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하나은행에 대한 책임이 일부 인정될 거란 의견이 나온다.
다만 NH투자증권이 관례를 어기고 공개적으로 하나은행을 비판하면서 향후 양측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펀드 사고의 기본적 책임은 판매사·수탁사·사무관리사 3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금감원도 하나은행을 옵티머스 사태 검사 대상에 포함한 만큼 일부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펀드 사고의 책임이 과도하게 판매사에게만 지워졌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감원 역시 이전의 사례와 달리 예탁결제원과 하나은행을 옵티머스 사태 검사 대상에 포함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NH투자증권이 대대적인 입장문까지 내면서 하나은행에 선전포고를 연 것은 향후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나은행은 NH투자증권이 기자회견을 벌인 것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례가 없는 '언론플레이'라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의 대응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며 "법의 논리에 따라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왜 이렇게까지 크게 키우는지 그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도 억울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하나금융지주 계열 은행인 하나은행에 상당한 불쾌감을 안긴 것이 향후 두 회사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연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