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최저가격 보상 품목 500개에서 2000개로 대폭 확대
학계, 최저가 경쟁 장기화시 납품업체에 피해 전가 우려 제기
롯데마트·이마트, "자사 마진 줄여 납품업체 피해 없다" 부인
학계, 최저가 경쟁 장기화시 납품업체에 피해 전가 우려 제기
롯데마트·이마트, "자사 마진 줄여 납품업체 피해 없다" 부인
온라인 쇼핑 강세에 이커머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이마트가 경쟁사인 롯데마트, 쿠팡 등을 저격하며 최저가 보상제를 내세웠다. 이에 롯데마트는 이마트와 동일품목 최저가로 맞대응했고, 쿠팡도 유료회원이 아닌 소비자에게 로켓배송 서비스를 기한없이 제공하고 있다. SSG닷컴도 무료배송·무료반품으로 전쟁에 가세했다. 하지만 각 기업들이 최저가·무료배송 등 행사의 기한을 따로 정해두지 않아 누군가가 포기해야 끝나는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대상 상품 품목수를 500개에서 2000개로 확대했다. 추가된 상품들은 이마트의 지난 1년간 가공, 생활용품 중 구매 빈도와 매출 수량이 높았던 상품들이다.
앞서 지난 4월 8일부터 생필품 구매 후 이마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비교 채널보다 더 비싸게 산 상품이 있으면 앱 내에서 ‘가격보상 신청’ 버튼을 터치하면 차액이 적립되는 방식을 도입했다.
롯데마트도 이에 질세라 4월 15일부터 이마트가 선정한 동일 품목 500개에 최저가를 대응했다. 롯데마트GO(고) 회원을 대상으로 등급별 기존 적립률의 5배의 엘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마트 앱에서는 별도 차액 보상을 신청할 필요가 없었다. 이를 견제하듯 이마트는 6월부터 자동 적립 방식을 도입키로 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최저가 적용 품목수를 확대함에 따라 롯데마트의 대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아직 대응책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답했다.
마켓컬리도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켓컬리는 지난달 12일부터 신선식품과 쌀, 김, 라면 등 인기제품 60여가지를 온라인몰 최저가에 선보이는 '컬리 장바구니 필수템' 전용관을 운영 중이다. 위메프도 지난달 무료 'VIP 멤버십' 베타 서비스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가 뿐 아니라 '무료배송'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3일 쿠팡은 빠른 배송 강점을 내세워 모객에 나섰다. 로켓와우 회원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무료로 로켓배송을 제공키로 한 것이다. 기한은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와우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락인효과(특정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상품·서비스를 소비하기 어려워져 기존 것을 계속 이용하는 현상)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의 온라인 통합몰인 SSG닷컴은 지난 6일부터 무료배송에 더해 '무료반품'까지 내세웠다. SSG닷컴은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무료배송·반품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SSG닷컴은 "최근 소비 심리가 회복됨에 따라 패션, 뷰티 등 고가 상품 구매로 이어지면서 관련 수요를 잡기 위한 고객 혜택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SSG닷컴 내 신세계백화점 상품 중 신선식품, 가전 카테고리를 제외한 신세계백화점 전체 상품 52만여 종이 서비스 대상이다. 구매 금액, 갯수와 관계없이 ‘무료배송’ 쿠폰을 제공한다.
또 통상 온라인쇼핑에서 ‘무료반품’은 보통 판매자 귀책사유일 때 가능하지만, SSG닷컴은 사이즈, 색상 차이뿐만 아니라 단순 변심 등에도 가능하게 했다. 단, 월 10회로 제한하고, 반품 배송비는 반품 접수 후 적립금 페이백 버튼을 누르면 SSG머니로 환급되도록 했다.
전문가 "최저가 경쟁 장기화되면 납품업체에 피해 전가될 수밖에 없어"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최저가 경쟁은 결국 납품업체에 공급가를 낮추는 등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형마트는 납품업체에게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대형마트들이 현재 자사 마진을 줄이는 방안을 택했지만, 출혈경쟁이 장기화되면 결국 납품업체의 단가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커머스도 최저가 상품을 상단에 노출시키는 구조를 기반으로 성장한 업태이지만, 무료배송 경쟁이 이어지면 결국 입점 업체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대형마트가 침체기를 겪자 도태되지 않기 위한 절박함이 '최저가 경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저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일종의 디플레이션 효과를 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대형마트들이 당장은 자사 마진을 줄이겠지만 최저가 경쟁이 지속되면 협력업체에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 국내 사례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가격 경쟁보다는 서비스 향상이나 제품 품질 강화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현재 최저가격 보상적립제는 납품업체의 상품 단가를 낮추는 게 아닌 자사 마진을 줄이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자사의 해당 품목이 최저가가 아닐 시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차액은 자사 포인트로 제공되기 때문에 과거 최저가 경쟁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자체 비용을 부담해 최저가격 보상적립제를 운영하고 있어 납품업체에게 피해가 가는 건 아니다"라며 "최저가가 아니면 차액만큼 자사 포인트로 돌려주고, 이를 사용하기 위해 이마트에서 고객들이 소비를 하게 되는 일종의 선순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기존보다 자사 마진을 낮추는 방안으로 최저가 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우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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