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업계 ESG 앞장... 그린사이클 캠페인 활발
- 必 RE100, 제3자 전력구매 등 혜택 극대화 전략
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뷰티업계 톱3 업체들이 ESG 경영 역시 앞서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신세계인터내셔날을 제외한 국내 주요 뷰티업체들은 전 영역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1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 1분기 기준 환경(A), 사회(A+), 지배구조(A)로 총 A등급을 획득했다. LG생활건강 역시 환경(A), 사회(A+), 지배구조(A)로 A등급을 받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총 등급은 A지만, 환경(B)·사회(A)·지배구조(A) 결과를 냈다. ODM(연구개발 생산방식) 기업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나란히 B+ 등급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화장품업계가 환경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품 용기 자체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제품 차별화를 위해 패키지의 색이나 재질로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는 데다가 용이한 보관, 위생 유지 등을 위해 마개 역시 일반 제품군보다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이런 수요에 발맞춰 화장품업계는 제품의 기획, 제조, 폐기 전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에 힘쓰는 데 주력하고 나섰다. 아모레 관계자는 "뷰티·생활용품 영역은 소비자가 직접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상품이므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친환경 전략을 접목하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활동을 확대해나가는 추세"라면서 "아모레와 LG생건을 따라 업계 전반이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9년 국내 뷰티 업계 최초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지속가능경영과 환경을 위한 다양한 실천들을 대중에게 공개하며 '더 아리따운 세상(A MORE Beautiful World)'을 만들기 위한 행보를 성실히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경영방침을 ‘위닝 투게더(Winning Together)’로 정하며 위기 극복의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는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이라는 3대 추진 전략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그 누구보다 먼저 보고, 먼저 시작하여, 먼저 성공해 내는 것이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고객의 마음을 선점하며 전진하는 방식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화장품업계 최초 'RE100' 가입..."제3자 전력구매 등 혜택 극대화 전략"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10일 글로벌 RE100에 가입하면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해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을 갈았다.
RE100 가입을 계기로 2030년 내에 전력 수요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할 계획하는 한편 정부의 친환경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을 최대한 누린다는 전략이다.
플라스틱 이슈는 2021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환경 문제이며, 국내의 쓰레기 대란과 재활용 문제로 인해 고강도의 규제 변화와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환경 무한책임주의 정신을 재해석하고 고객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주체로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운동들을 제시하며, 앞으로도 세계적인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예정이다.
앞서 RE100에 가입한 SK텔레콤 관계자는 "환경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소비자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한 방어책으로, RE100은 구속력이 없을 뿐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에따라 1년 이내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및 런던 RE100에 보고를 해야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녹색프리미엄’ 구매를 포함해 전력 수요에 대해 정부에서 시행중인 ‘제3자 PPA(전력구매계약) 등 다양한 방법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녹색프리미엄’은 기업이 태양광·풍력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 사용을 인정받기 위해 한국전력에 추가 요금(프리미엄)을 지불하고, 해당 금액만큼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는 제도다.
이 제도는 기업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만 따로 구매할 수 없는 측면을 보완해주는 동시에 관련 수익을 한국에너지공단에 출연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월 녹색프리미엄 제도를 통해 구매한 재생에너지로 오산 생산사업장은 2021년 전력수요의 3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
아모레퍼시픽은 RE100 달성을 위한 향후 계획도 발표했다. 제품 개발, 생산단계에서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낮은 온도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저에너지 공정기술의 적용을 확대한다. 또 제품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탄소발자국을 측정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원료와 포장재로 변경하는 등 ‘탄소 배출량을 줄인 제품’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국 RE100 위원회 진우삼 위원장은 “아모레퍼시픽이 RE100에 가입하고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소비자들도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며 "RE100 가입이 국내 소비재 기업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설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린사이클 캠페인 전개...화장품 공병 회수 재활용
아모레퍼시픽은 고객, 기업, 사회에게 모두 이익이 되고, 공병의 친환경적인 자원 순환을 실천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캠페인으로 한 단계 발전시켜, 공병의 창의적 재활용을 추구하는 그린사이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그린사이클 캠페인은 다 쓴 화장품 공병을 매장에서 회수하여 재활용할 뿐만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산물들도 창의적으로 재활용하거나 예술 작품 등으로 업사이클링하여 자연과 공존하려는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이다.
업계 최초 환경부 통합환경허가 취득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 화장품 업계 최초로 환경부의 통합환경허가를 취득했다. 허가대상 사업장은 오산에 위치한 공장 '아모레 뷰티 파크'로,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를 승인받았다.
환경부가 2017년 처음 도입한 통합환경허가 제도는 대기·수질 등 분산된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 별 인허가를 하나의 사업장 단위로 통합해, 맞춤형 허가 기준을 설정하는 제도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자의 부담은 줄고, 업종 및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관리체계를 구축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통합환경허가 조기 취득을 위해 약 2년간 환경부와의 협업을 통해 뷰티 파크의 배출시설과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 등을 점검했으며, 다품종 소량생산 제조업의 특성에 맞는 허가 기준을 함께 세웠다.
또 오염물질의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사업장에서 실질적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질소산화물 한계 배출기준을 기존 대비 70% 이하로 강화한 상태다. 나아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저감하는 초저녹스(NOx) 버너를 설치하는 등 실질적인 활동들을 통해 배출량을 기존 대비 50% 이하까지 선제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악취·소음·진동 관리 시설을 추가 도입하는 등 환경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설비 투자 역시 적극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1993년부터 이어지는 환경 책임주의
아모레퍼시픽은 1990년대 초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태평양 그린운동'을 정립했다. 1993년 환경, 제품, 고객에 대한 무한책임주의를 선언한 이후, 제품 개발을 위한 최초 발상과 연구의 단계에서부터 생산, 유통, 소비 및 폐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영향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한편,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료의 선택, 생산과 유통 방식을 연구해 생태, 경제적 효율성을 제고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8년부터는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해왔으며 사업장 내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건물 에너지 효율성 향상, 온실가스 원단위 감축, 에너지 혁신TF 운영 등 국제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고자 노력해 왔다.
2020년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전기사용량의 5%를 태양광, 지열,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자체 발전으로 대체하고 있다. 향후 생산사업장 옥상 등 유휴부지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추가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높일 예정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녹색 건축 최우수 등급’,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 1등급’, ‘LEED 골드 등급’ 건물로 설계단계부터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 수요 예측량 대비 37.6%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임직원의 노력도 주목할만한 성과를 나타냈다. 2019년 본사, 기술연구원, 물류, 생산 등 전사 에너지 전문가들로 구성한 ‘에너지 혁신 TF’에서는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활동을 진행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상해를 포함한 모든 생산사업장과 전국 물류센터의 전등을 LED로 교체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AI 시스템을 도입, 2019년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 대비 7.4%를 감축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기후 위기 해결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넘어 전 인류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아젠다라는 것에 공감한다"며 "2030년까지 RE100을 달성해 국제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고 기업 시민으로서 전 구성원과 함께 탄소 절감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보릿고개' 넘지 못한 아모레퍼시픽…결국 업계 2위로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며 면세, 로드샵 등 시장이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LG생활건강에 비해 화장품에 집중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로 인해 별도의 실적을 낼 수 있는 계기 자체가 부족했을 것이라는 평이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매출은 2조7천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1% 줄었으며 해외에서는 16% 감소한 1조7천45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국내 1천172억 원, 해외 179억 원으로 각각 63%, 83% 줄었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에스트라, 아모스프로페셔널 등 계열사의 매출도 모두 줄어들었다.
유동인구 감소 및 일부 매장 단축 영업 등이 이어지며 오프라인 채널 매출이 전년 대비 하락세를 그렸고,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기며 면세 채널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다만 최대 시장인 중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며 하반기를 기점으로 면세 사업은 성장세로 다시 돌아섰다.
2021년에는 '재정비'에 집중...디지털 전환 작업 박차
아모레는 신속한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각각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적시에 고객과 교감하는 것은 물론, 일하는 방식을 철저히 재검토해 디지털 시대의 경쟁 우위를 선점할 계획이다.
수익성 있는 성장을 위한 사업 체질 개선도 추진한다. 불필요한 비용과 보이지 않는 비효율을 줄여 손익 구조를 개선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체질도 혁신해 새로운 성공 모델을 구현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팬데믹 이후의 시대를 미리 대비한다면 오늘의 상황을 성공의 발판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며 “임직원 모두가 이 시대의 인재로 육성되는 기회를 아낌없이 제공하고, 일함으로써 행복과 성취를 느끼며 성장하는 길을 닦아 나갈 것”이라 다짐했다. 또 “우리의 발전이 자연스럽게 고객, 이해관계자, 사회 모두의 영광으로 이어지는 더 높은 차원의 기업 생태계를 다지기 위한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재정비'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내 브랜드 리뉴얼, 오프라인 사업 재조정을 통한 이커머스 집중, 연구개발에서 경영관리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 등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설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를 위해 주력 브랜드인 설화수, 라네즈를 본부 단위로 승격시키는 등 내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또 네이버, 11번가, 쿠팡, 카카오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협업 관계도 강화해 디지털 마케팅 역량도 확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연말 창사 최초로 시행한 희망퇴직의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사업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 올해 그룹 매출 5조6천억 원과 3천800억 원의 영업이익 달성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수익성 있는 성장을 위한 사업 체질 개선 작업을 지속해 건강기능식품, 더마 코스메틱 등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