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통위원장에 실태 조사 및 필요 시 조치 요구…이통3사, 관련 서비스 운영하고 있어 영향 받을 것으로 전망
- 통신업계 관계자 "방통위가 조치 취할 때까지 지켜보도록 할 것"
국가인권위원회가 이통 3사의 자녀보호기능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이통3사가 비상이다. 최악의 경우 관련 서비스 폐지 및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에서 3일 부모가 자녀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등의 행위가 자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론을 냈다.
이번 판단이 법적인 조치로 이어질 경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통3사도 서비스 수정 혹은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거론된 자녀 보호 앱의 기본권 침해 논제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정기통신사업법상 이통사는 청소년 가입자에게 유해매체물과 음란정보를 차단하는 앱과 서비스 등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에 따라 각 이통사가 제공하는 유해매체 차단 기능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으나, 함께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는 인권위의 판단을 적용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업체별로 관련 서비스 상황을 살펴보면 LG유플러스는 'U+ 자녀폰 지킴이'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U+ 자녀폰 지킴이는 유해사이트 및 앱 접근 차단 외에도 자녀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에 대한 사용시간 설정하거나, 부모용 모니터링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부가 기능을 지원한다.
KT는 'KT 자녀폰 안심' 앱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해당 앱 역시 유해사이트 및 앱 접근 차단 기능을 제공하며 자녀의 휴대전화 속 게임 및 메신저 앱에 대한 사용 시간 설정, 특정번호 수신차단 등을 제공한다. 여기에 부가서비스를 이용하면 자녀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T청소년안심서비스' 앱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해당 앱은 부가 기능 없이 유해매체 차단 기능만을 제공한다. 다만 부가서비스 중 하나인 'T-자녀안심'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만약 방통위가 인권위의 요청에 따라 해당 서비스에 대한 제한 조치를 가하는 경우, 이통사로서는 서비스 수정 및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아직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은 만큼 향후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권위나 방통위로부터 아직 관련 건에 대한 연락이 온 것은 아니다"면서도 "추후 제도 변경 등에 대해 계속 지켜보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이통사마다 인권위가 지적한 대목의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며 "관련 서비스로 아직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방통위로부터 어떠한 조치가 내려온다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이 같은 판단은 초등 및 고등학생 미성년자들이 제기한 진정에서 비롯됐다.
진정인들은 "보호자가 휴대전화의 사용 내역을 확인하거나 사용 시간을 통제하는 것은 사생활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청소년 유해매체 차단 앱을 개발한 A업체와 이를 관리·감독하는 방통위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민간 기업은 인권침해 조사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법률에 따라 A업체를 상대로 한 진정을 기각했다. 방통위에 대한 진정 역시 행정 업무 미흡으로 인한 인권침해 책임을 국가에 지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각하했다.
다만 인권위는 청소년 유해매체차단 앱의 여러 부가 기능이 아동 및 청소년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했다.
인권위가 문제로 삼은 부가 기능은 부모 등 법정대리인에 의한 위치추적, 휴대전화 실시간 모니터링 및 사용 시간 제한, 문자 메시지 내용 확인, 특정번호에 대한 수신·발신 차단 등이다.
인권위는 위 기능들이 아동 및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최소하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방통위원장에게 실태 조사와 더불어 인권침해 요소 확인 시 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