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대세를 넘어 필수로①] 전세계는 지금 '탄소중립' 열풍..."미리 준비 안하면 도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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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대세를 넘어 필수로①] 전세계는 지금 '탄소중립' 열풍..."미리 준비 안하면 도태된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2.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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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론 머스크 이산화탄소 감축 경진대회에 1억 달러 상금 내걸고, 최대 자산운용사 에너지 전환 안하면 "투자 안해" 엄포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탄소중립'...바이든 친환경 급선회, 한중일도 동참
탄소중립을 위한 첫걸음은 에너지전환...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위해 RE100이 뜬다
미리 준비 안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 대기업들 사이에서 확산

지난해 초 일어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 됐다. 하지만 그 외에도 무심히 넘겨서는 안될 여러 환경적 사건이 일어난 해이기도 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는 지난해 5월 대기중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417.1ppm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 수치는 인류 역사강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이러한 이산화탄소 농도의 고공행진으로 촉발된 지구 온난화의 재앙은 각종 재난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2월까지 6개월간 지속된 호주의 산불은 한반도 면적의 85%를 태웠고, 시베리아에서는 38도를 넘는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했다. 알프스 빙하가 핑크색으로 변하는가 하면, 동아프리카에서는 메뚜기 떼가 창궐하고, 우리나라는 사상 유례없는 장마가 54일간이나 계속돼 42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이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이 전세계적 화두로 떠올랐으며, 이는 수많은 기업들의 생존전략으로 연결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하게 된 배경과 전세계의 움직임, 우리 기업들의 전략과 한계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탄소중립, 대세를 넘어 필수로①] 전세계는 지금 '탄소중립' 열풍..."미리 준비 안하면 도태한다"
[탄소중립, 대세를 넘어 필수로②] 국내 기업들의 '탄소중립' 현주소는?
[탄소중립, 대세를 넘어 필수로③] '탄소중립' 가로막는 한계 "곳곳에"...극복과제 '산적'
 


지난 2월 8일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이산화탄소 감축 방법을 찾는 경진대회에 1억 달러(약 1120억원) 규모의 상금을 내건 일이 화제가 됐다. 머스크는 이번 탄소 포집 경연을 통해 참가 팀들이 탄소 포집 능력을 1기가(10억톤)톤 수준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을 보여달라며 대회 일정을 공개했다. 이 대회는 오는 4월 22일 지구의 날에 시작해 4년 동안 진행된다. 

알론 머스크는 "탄소를 줄여야 한다. 이번 대회는 이론적인 경쟁이 아니며, 우리는 1기가톤 수준의 탄소 포집 기술 시스템을 구축할 팀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의 시대를 활짝 연 머스크가 탄소에 집중하자 세간의 관심이 곧바로 집중됐다. 머스크는  환경 옹호론자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대표로 있는 테슬라는 친환경에너지 기업을 표방한다. 대표적 친환경차는 테슬라의 핵심사업인 전기차다. 언론의 관심을 끄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말론 머스크가 탄소감축 이벤트를 연 것은 저탄소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탄소중립 관련 최근 일어난 일화들 중 의미있는 사건은 또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입을 연 것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전 세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 보내는 연례 서신을 통해 각 기업의 사업구조가 넷 제로와 양립할 수 있는 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기업 성장에 대한 전망에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이를 어길시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다. 

블랙록은 투자 자산 규모가 7조8000억달러(약 8500조원)에 이르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메세지를 줬다.

탄소중립은 개인·회사·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는 등 전 세계의 화두가 됐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의 유엔 제출 시한이 설정됨에 따라 주요국의 탄소중립 선언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120여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가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현재속도로 진행되면 2030~2052년 사이에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은 1.5도를 초과한다. 이같은 온도 상승은 일부 생태계에 치명상을 입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주범으로 이산화탄소가 지목된다.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탄소중립'...바이든 친환경 급선회, 한중일도 동참

현재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중심으로 지구촌에서 탄소중립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모든 정책이 친환경으로 급선회했다. 미국은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며 탄소중립 선언을 위해 준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5년까지 탄소제로 달성, 2050년까지 미국 내 청정에너지 100% 달성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은 바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EU를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인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활발히 논의 중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7일 청와대에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말하며 “2050년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대세”라며 “범정부 추진 체계부터 강력히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7일 청와대에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말하며 “2050년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대세”라며 “범정부 추진 체계부터 강력히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서는 한·중·일이 탄소중립을 줄줄이 선언했다. 지난해 9월 중국이 먼저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제시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스가 총리까지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한국도 이틀 뒤에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 역시 탄소중립에 몸을 실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탄소 발생량과 흡수량을 일치시킴으로써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사실상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탄소중립 추진 전략으로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등의 3대 정책방향에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를 더한 ‘3+1 전략’을 제시했다. 또 3대 정책방향에 따른 10대 과제로는 에너지 전환 가속화, 고탄소 산업구조 혁신, 미래모빌리티로 전환, 도시·국토 저탄소화, 신유망산업 육성, 혁신 생태계 저변 구축, 순환경제 활성화, 취약산업·계층 보호, 지역중심의 탄소중립 실현,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 등이 제시됐다.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등 이른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주요 수출 품목인 우리의 수출 구조를 감안하면 사실 버거운 일이다. 다만 기후위기 대응이 당장의 글로벌 과제로 떠오른 만큼 불가피한 조치인 게 사실이다.

2050 탄소중립은 어렵지만 절대적 과제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이 과감한 선언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차기 정부를 비롯해 2050년까지 7명의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차질 없이 과업을 수행해야 이뤄낼 수 있다.

1990년 핀란드에서 처음 도입한 '탄소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스위스, 스웨덴 등 50개국이 탄소세를 시행 중이다. 한국도 탄소세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1년 하반기까지 배출권 가격과 탄소세를 연계한 탄소가격체계 구축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소극적인 나라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탄소국경세' 시행까지 예고하고 있다. 2023년 도입을 목표로 제품 생산과정에서 유럽연합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제조된 제품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202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으로 환경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물리는 탄소 국경세를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첫걸음은 에너지전환...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위해 RE100이 뜬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들도 탄소중립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과거처럼 탄소를 배출해도 용서받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첫걸음은 에너지 전환이다. 대표적 탄소중립 정책은 탄소발생이 적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우신재생에너지란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 물, 강수, 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여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로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자동차, 냉난방 등 모두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전통적 에너지로 석유와 전기를 주로 써왔지만 앞으로는 태양광, 수소, 풍력, 수력 등이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의 현재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5% 정도다. 2030년 2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2040년 정도가 되서야 100% 전환인 탄소중립 성공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RE100에 동참하고 있는 기업들 로고.
RE100에 동참하고 있는 기업들 로고.

에너지 전환을 위해 기업들이 선포하고 있는 것이 바로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다. RE100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만 100%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개념이다. 전세계 16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아 기업들의 RE100 가입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력에 높은 비용(녹색프리미엄)을 지불할 경우 인증서를 발급하거나 제3자 전력구매계약을 도입하는 등의 재생에너지 확대 지원방안을 발표한 만큼 우리도 앞으로 가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향후 신기후체제가 출범하고 탄소국경세 도입 얘기가 각국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국내외적으로 기업들의 RE100(Renewable Energy 100%) 참여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애플, 구글 등 284곳의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미국(51개), 유럽(77개)에 이어, 아시아 기업(24개)들로 참여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이다.

애플, BMW 등 적지 않은 글로벌 기업은 협력업체에까지 RE100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BMW가 2018년 LG화학에 부품 납품 전제조건으로 RE100을 요구하면서 계약이 무산됐다. 같은 요구를 받은 삼성SDI는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가능한 해외공장으로 옮겼다. 애플도 지난해 반도체 납품물량을 놓고 SK하이닉스에 'RE100을 맞추지 못하면 대만 TSMC로 물량을 돌리겠다'고 압박했고, 즉시 SK하이닉스는 'RE100'을 선포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은  RE100 선언 기업이 한 군데도 없었다. 국내 제조업이 쓰는 에너지 가운데 전력이 48%나 되기 때문에 기업이 에너지전환을 하려면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RE100 참여 흐름을 거부하기 어려워지자 작년 말부터 LG화학, SK하이닉스, SK텔레콤, 한화큐셀 등이 잇따라 RE100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 

더 나아가 탄소중립을 선포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고, SK종합화학, 한화토탈,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 NCC 등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 7월 '2050 탄소중립성장'을 선언했으며, 쌍용양회·삼표·한일·아세아 등 시멘트업계도 탄소중립에 동참한다고 최근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경영의 핵심 중 하나로써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미리 준비 안하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대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보민 가톨릭 대학교 교수는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질서와 그 속에서 새로이 생겨나고 있는 시장은 많은 국가와 기업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며 "글로벌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국가는 그에 맞는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들은 재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 것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전 국민의 공감대 형성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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