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 등 중국 업체 대거 불참...참가기업 수 미국 이어 한국 2위
- 삼성전자 '디지털 콕핏' 등 온라인 전시...LG전자 '롤러블폰' 관심 고조
- GS칼텍스 첫 참가...미래주유소 선보여
-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신기술 기회 참관
정보기술(IT)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와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이 오는 11∼14일, 사상 최초로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된다.
매년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려온 CES는 인공지능(AI)·이동통신·반도체 등 IT 기술이 자동차·TV·로봇 등 다른 산업 영역으로 확장돼왔다.
행사를 주최하는 CTA(소비자기술협회)의 게리 셔피로 회장은 "CES의 모든 행사가 디지털로만 개최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올해 참가 기업은 지난해(4400여개) 대비 절반 이하인 1964개로 줄었다. 중국이 퇴조하면서 참가기업 수 1위 미국(570개)에 이어 한국(341개)이 2위를 차지했다.
한 때 중국 기업들이 점령하다시피 하며 CES가 '중국 가전쇼'(China Electronics Show)의 약자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왔지만 올해엔 화웨이가 불참하기로 하는 등 중국의 참여가 대폭 줄었다. 중국 참가 기업은 지난해 1000개가 넘었지만 올해는 203개에 그친다.
올해도 TV와 모바일, 태블릿, 웨어러블 같은 기기부터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드론, 자동차, 로봇,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디지털 의료, 건강,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신기술·신제품이 이 행사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지연 없이 전송하는 차세대 통신 기술인 5G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IT 전문매체 시넷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G가 (CES의) 논의를 지배할 것"이라고 점쳤다.
CES의 간판 품목 중 하나인 TV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퀀텀닷 기술을 이용한 QLED TV를, LG디스플레이는 휘어지고 소리가 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인 CSO(Cinematic Sound OLED)와 투명 OLED 등을 각각 선보일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사전행사를 열고 전략 신제품인 미니 LED TV를 출시했다. 미니 LED TV는 광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 주변에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LED를 촘촘하게 넣은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TV로, 기존 LCD TV보다 성능이 개선됐다.
양사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5G를 결합해 더 편리하고 풍요로워질 미래 가정의 모습을 제시한다.
삼성전자는 CES 2021에서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다음 여정, 즉 '모두를 위한 보다 나은 일상'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공개한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은 "개인 맞춤형 기술과 인공지능이 더 나은 일상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보여드리겠다"고 예고했다.
삼성은 지난 6일 열린 '삼성 퍼스트 룩 2021'에서는 기존 QLED에서 진화한 '네오 QLED TV'와 현존 최고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진행한 '2021년 하만 미디어 데이'에서는 '디지털 콕핏 2021'도 CES에서 관심 제품이다.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 조종 공간)'은 삼성전자의 정보통신기술(ICT)과 하만의 전장 기술을 결합해 차 안에서 일상의 모든 경험을 안전하게 즐기는 환경을 제시한다.
LG전자 역시 '소중한 일상은 계속된다'는 주제의 예고 영상을 통해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지만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LG 인스타뷰 냉장고 ▲인스타뷰 씽큐 오븐 ▲LG 오브제컬렉션 ▲LG 코드제로 A9 무선청소기 ▲미니LED LCD TV 등을 공개한다.
LG전자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저 혼자 방안을 돌아다니며 자외선을 이용해 소독하는 로봇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한국 기업 힐스엔지니어링도 비슷한 개념의 소독 로봇 '코로-봇'을 공개한다.
특히, 올해 CES에선 LG전자가 개발 중인 '롤러블폰'이 어느정도 공개될지 기대가 높다. 지난해 12월 안드로이드 개발자 사이트에 에뮬레이터가 공개되면서 'LG 롤러블(가칭)'의 대략적인 사양이 알려졌다.
LG전자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CES 2021에서 기존 오프라인 전시와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별도의 LG전자 사이트에 인터넷 방송과 3D 가상 전시관 등 다양한 전시 플랫폼을 운영한다. 3D 가상 전시관은 CES 2021이 종료된 이후인 2월 15일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CES에 처음 참가해 CES 혁신상을 받은 '자유 장착형 첨단 운전 시스템'(SbW)을 선보인다.
CES는 이동통신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기회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기반의 새로운 ICT 기술과 5G·모빌리티 분야를 중심으로 참관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임원 100명을 포함해 총 600명이 온라인 참관을 신청했다. 자동차는 물론 원격의료·교통·로봇 등에서 신기술을 보유한 벤처·스타트업을 찾아 신사업 발굴에 나선다.
올해 주요한 경영목표로 기업 간 거래(B2B) 시장 확대를 제시한 KT는 기업의 디지털전환(DX)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발굴하는 데 집중한다.
GS칼텍스도 에너지·모빌리티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며 CES에 처음으로 참가한다. 이 회사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드론 배송 ▲주유와 세차, 전기·수소차 충전, 차량 공유, 모빌리티 인프라, 생활 편의시설 등을 결합한 미래형 주유소를 제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쪽에선 또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이 참가해 가속화하는 전기차로의 전환 추세와 진보되고 더 완성도가 높아진 자율주행 기술을 보여준다.
현대자동차와 도요타, 혼다 등은 올해 불참하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인 자율주행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업계의 또 다른 관심사는 운전이란 노동에서 해방된 탑승자가 이동하는 차 안에서 무엇을 하도록 할 것인가였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번 CES에서 공개할 MBUX 하이퍼스크린은 그런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보인다. 차량 대시보드에 장착될 이 대형 스크린은 인공지능을 탑재해 탑승자들이 음악·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디스플레이를 제공한다.
IT 업계 명사들의 기조연설도 예년처럼 마련된다.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이동통신인 5G가 21세기 필수 기술이 돼 원격 의료와 교육 등을 가속할 것이라고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완성차 업체 GM의 메리 바라 CEO는 순수 전기차로의 전환을 비롯해 전 세계의 모빌리티(이동성)를 증진하기 위한 GM의 전략을 소개한다.
또 컴퓨터 프로세서 업체 AMD의 리사 수 CEO는 연구와 교육, 일, 엔터테인먼트, 게이밍의 미래에 대한 자사의 비전을 소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 브래드 스미스 사장은 보안과 사생활, 지속 가능성, IT 기업과 정부가 감당할 책무 등과 관련해 기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탐색한다.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코리 배리 CEO,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CEO도 기조연사로 나선다.
한국 스타트업들도 여럿 CES 무대를 밟는다.
서울시 디지털재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서울관'을 조성해 서울 소재 스타트업 15곳을 홍보한다.
삼성전자는 사내·외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을 통해 지원한 스타트업 21곳의 온라인 전시 참가를 돕는다. 스마트폰 화질조정 솔루션 업체 '이지칼', 인공지능 기반 저작권 보호 기술을 개발한 '딥핑소스' 등이 참여한다.
구글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테마파크나 방 탈출 카페처럼 꾸며진 대형 부스를 옥외 주차장에 꾸며 수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았지만 올해는 특별한 행사를 마련하지 않는다.
매년 TV 신제품을 내놨던 비지오와 하이센스도 올해 CES에서는 새 제품을 선보이지 않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