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투' 투자자 기대 수익률 낮출 줄 알아야...한국은 당분간 저금리 기조 유지할 것"
- "한국증시, 올해 안에 선진시장 편입 가능성 높아...환율시장 일 24시간 개방 여부가 관건"
- "세계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친환경 산업... 전기차와 헬쓰케어 투자 전망 좋다"
“현재 주가는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규모나 수출, 통화량을 감안하면 분명 거품 영역에 들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익 서강대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 교수는 코스피지수 3000 돌파를 시도하는 현재의 주식시장을 ‘버블’이라 진단했다.
김 교수는 낮은 금리를 이용해서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빚투’, ‘영끌’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는 데 대해 저성장 등으로 인한 낮은 상환능력으로 미래의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자금의 흐름상 집값이 상반기 중 고점을 찍고, 하반기 중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조정 기간은 4~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특히 내년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 장외시장 등으로 갈 곳을 찾겠지만 수익률은 올해보다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인터뷰 내용이다.
- 코로나로 위축된 세계 경제가 향후 회복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회복될지, 시기는?
“작년에 워낙 침체가 깊었기 때문에 올해는 기저효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IMF는 세계 경제가 작년에 -4.4% 성장한다고 했는데 올해는 5.2% 성장한다고 예상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백신 효과로 코로나가 많이 진정돼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 작년 2분기가 워낙 낮아 상반기에는 기저효과 때문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하반기에는 실질적으로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소비자들은 '보복소비'에 나설 것이다. 소비심리를 보면 제일 위축된 부분이 여행·외식 등이다. 제조업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섰는데 서비스업은 계속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서비스업 경기가 상대적으로 더 빨리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
- 한국경제는?
“올해 성장목표는 한국은행이 3%, 정부가 3.2%를 제시했는데 3%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기저효과도 있지만 수출이 되고 있어서다. 올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고 하반기에 코로나가 진정되면 소비 증가세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3%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작년 -1%, 올해 3%를 평균하면 2%밖에 안되므로 3%가 전혀 높은 상태는 아니다."
- 사상 유례없이 돈이 넘쳐난다. 부동산 주식으로 향하고 있다. 마냥 그럴 수만은 없을 거 같다. 부동산 주식을 제외하고 올해 돈이 몰릴 곳은 어디인가?
”특별히 따로 없는 것 같다. 은행에 저축성 예금으로 단기부동자금 약 55%가 그냥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으로 있고, 20% 정도가 요구불예금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 단기 부동자금이 10월까지 발표된 내용을 보니 1320조원 정도 된다. 그 돈의 절반 이상이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으로 들어 있다. 그 돈들이, 예를 들어 주가가 더 올라간다든가 하면 그때야 이동할 것이다.
IPO시장은 올해도 주목을 받겠지만 작년보다는 조금 덜할 것으로 본다. 기업들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망하고 또 생기니까 IPO 시장은 꾸준히 활성화될 것이다. IPO 시장에 돈이 몰리는 것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워낙 금리가 낮다 보니 계속 높은 수익률을 얻겠으나 작년과 같은 수준의 수익률을 내기를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주식시장을 진단한다면.
“버블은 지나봐야 버블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주식시장에 거품이 상당히 발생한 것 같다. 여러 경제지표와 명목 GDP로 평가해봐도 주가가 과대평가됐고 일평균 수출과 통화량을 포함해도 주가가 과대평가됐다. 조만간 한번 상당히 조정을 보일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일평균 수출과 주가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12월 말 기준으로 주가가 수출에 비해 32% 정도 과대평가됐다. 유동성을 포함하더라도 약 20% 정도 과대평가된 걸로 나온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작년 경제는 매우 나빴지만 자산가격은 많이 올랐다. 실물과 금융 괴리가 너무 벌어졌는데 올해는 실물은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자산가격이 조정을 보이면서 그 괴리가 좁혀지는 과정일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자산가격, 특히 주가가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코스피 3000이 정착되는 과정도 쉽지 만은 않을 것 같다. 기업이익에 비해서도 주가가 과대평가됐다. 개인들이 엄청나게 돈을 들여서 주식을 사고 있다. 개인 매수가 줄어든다면 단기적으로 급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 올해 집값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
“장기 추세를 보면 상승률은 올 상반기가 고점이라고 본다. 하반기에 들어가서 수준 자체가 좀 떨어지는 국면으로 나온다. 부동산이 한번 조정받으면 4~5년간은 거의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0대가 주택구입에 대거 나선 것으로 파악되는데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산 경우 이분들이 계속 소득 창출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얼마 안 가 이 부분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 빚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끌’이라는 말이 부동산 주식시장에서 흔히 들릴 정도다. 우려되는 점은?
“금리에는 미래의 경제성장, 미래의 물가가 들어 있다. 지금 금리가 낮다는 것은 미래 물가가 낮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고용창출이 떨어지고 소득이 증가하지 않아 상환능력은 갈수록 낮아진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부채 규모는 늘어나고 있지만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이자 부담은 매우 낮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은행금리가 낮고 집값이 많이 올라서 대출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중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대는 주식 회전율은 가장 높고 수익률은 가장 낮다. 지난해 11월까지 기준으로 20대의 수익률은 약 11%, 60대는 약 24%다. 20대 수익률이 낮은 이유를 분석해보니 20대가 투자하는 금액이 적었다. 그러다보니 증권회사에서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단기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자 부담이 5%, 9% 정도 되는데 11% 수익을 내서 5%, 9% 이자 부담이 있다는 것은 별로 수익을 못 냈다는 것이다.”
- 고객예탁금이 코로나 이전 20조원에서 최근 60조원으로 3배나 증가했다.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전체 유동성도 많이 늘어났고 시가총액도 많이 늘어났다. 단기 부동자금에 고객예탁금도 들어가는데, 단기 부동자금에서 고객예탁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이보다 더 높을 때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금융 시장은 통화량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60조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00조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보는데 그정도 돼야 고객예탁금이 많이 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60조는 우리나라 전체 금융시장이나 통화량 증가에 비해, 과거에 비해서도 상대적 비율을 보면 최고 수준은 아니다.”
- 지금의 저금리 기조는 지속될 지?
“우리나라에서는 저금리로 계속 가리라고 보고 있다. 시장금리가 여기서 더 이상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요새 미국 경제학자들 사이에 인플레 논쟁이 있다. 미국에서 인플레 현상이 일어난다면 근 30년만이다. 건강한 인플레는 오히려 경제에 플러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인플레가 오면 금리가 인상될 수 밖에 없다. 실질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명목금리가 오르면서 자산가격에 어느 정도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이 1980년까지는 인플레 시대였고 1981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40년 동안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통화증발을 억제하고 재정·금융긴축을 주축으로 하는 경제조정정책) 시대였다. 인플레가 일어난다면 미국에서 일어날 것이고 우리나라나 중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인플레가 발생하면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다. 달러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 적당한 인플레만 발생한다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좋다. 우리나라는 지금 인플레보다는 오히려 디플레를 걱정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플레가 1% 이상 되는 것이 좋다.”
- 한국 증시가 여전히 이머징마켓이 포함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나 국가 위상에 비해 너무 푸대접 받고 있는 거 아닌가?
“그렇다. 선진시장에 빨리 편입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편입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전망이 있다. 조건은 거의 갖췄다고 하는데 역외 환율시장이 24시간 거래가 돼야 한다고 한다. 우리 경제가 대부분 상대적으로 건전하다. 지금 원화가 고평가된 것도 아니다. 장기적으로 달러가치는 더 떨어지고 원화가치는 상승할 거라고 보고 있다. 그 경우 선진시장에 편입되면 우리가 이머징마켓을 빠져나가면서 이머징마켓에 투자한 돈은 줄어들겠지만 선진시장으로 편입되면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올 것이다.”
- 지난 1997년 환란사태가 터졌을 당시 세계경제는 IT기술과 닷컴열풍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IT와 닷컴열풍이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앞으로 세계경제를 이끌 원동력은 무엇인가?
“친환경 관련 산업이라고 본다. 대표적으로 전기차다. 전기차 수요는 중국이 매우 늘어나리라고 보고 있다. 중국의 10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는 1명에서 2명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 미국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정부기관이 구입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규모만 연 300만대에 이른다.
또한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을 거치면서 건강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에 헬스케어 관련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 지금 여윳돈으로 1억원이 있다면, 지금 어디에 투자하시겠는가?
“앞으로 3개월 정도는 현금 비중을 많이 늘리고 싶다. 주가가 조정을 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주식은 꼭 해야 한다. 은행금리가 코스피 배당수익률보다 낮기 때문이다. 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주식투자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억원이 있다면 주식에 5000만원, 채권에 2000만원, 금에 2000만원 정도 분산 투자할 것이다. 금값이 많이 올랐다. 조정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가 오면 금은 인플레 헤지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동학개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참여했는데 주가가 오른 것만 봤다. 주가는 항상 올랐다 떨어졌다 하는데 '작년에 주식시장 참여해서 돈벌었다, 주식이라는게 쉽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기대수익률을 낮추라고 늘 얘기한다. 우리나라 명목 GDP가 3% 안팎이고 그렇다면 주식의 기대수익율은 4~5%다. 여기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정도면 뭐하러 투자하느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은행금리를 따지면 결코 낮은 수익률이 아니다.”
대담 = 방형국 기자
정리 = 박소연 기자
박소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