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 최대 쟁점인 '잔업 복원'을 두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의 잔업 보장은 현대차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합의 도출에 진통이 예상된다.

기아차 노사는 8일 오후 2시 교섭을 재개했다. 노사는 전날 광명 소하리공장에서 열린 제15차 교섭에서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타협점을 찾았지만 '30분 잔업' 도입 건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일 열린 제4차 쟁의대책위원회에서 7일 교섭 결렬 시 8일부터 나흘간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당초 이날부터 예정됐던 부분파업을 유보하고 추가 교섭에 나선 것이다.

노조는 현대차가 이미 잔업을 시행 중인 만큼 기아차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7년 9월 이후 잔업이 중단되면서 조합원들의 임금손실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잔업 문제는 기아차의 통상임금 관련 패소 판결이 시발점이 됐다. 지난 2017년 9월 법원이 통상임금을 올리는 판결에서 잔업을 포함시키자 사측에선 '30분 잔업'을 없애버렸다. 이전보다 잔업수당이 50%가량 높아져 지급 부담이 커졌던 탓이다.

당시 기아차 노조는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가 2018년 잔업 25분을 생산량 보전 방식으로 합의하면서 형평성에 문제가 생겨 반발이 거세졌다.

노조 측은 "잔업이 사라져 현대차 생산직보다 연 200만원을 덜 받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잔업 복원은 현대차보다 임금을 더 달라는 요구와 다를 바 없다"라는 입장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잔업 수당은 현대차보다 높게 책정돼 있고, 현재 생산량을 고려할 때 잔업이 필수사항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이같은 상황에 잔업이 복원되면 실질적인 임금인상과도 같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기아차는 최근의 잇단 부분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휴업 등을 포함해 부분파업으로 총 2만5000대 이상의 생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사측은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3차 파업 강행 시 생산 손실 규모는 3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의 잔업 복원이 이뤄지면 현대차 노조가 잔업 수당이 낮은 점을 들어 또 다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해당 문제는 현대차그룹 차원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