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물류 법인 설립 '착착'...해운업계 반대에도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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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물류 법인 설립 '착착'...해운업계 반대에도 밀어붙인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0.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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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경 포스코GSP 출범 예상...비용절감 최대 목적
해운업계 반대 이어 국감에서도 물류법인 신설 관련 집중포화
적자 시달리는 포스코 입장에서 물불 가릴 여유 없어...물류법인 설립 강행할 듯

포스코(대표 최정우)가 해운업계의 반대에도 물류법인 포스코GSP(Global Smart Platform, 가칭) 설립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오는 12월 경 포스코GSP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제품 육상 운송에 직접 참여할 의향이 있는 개인 화물차주를 모집해 시범 운영을 마치고 개선 사항을 물류법인 설립시 반영할 방침이다. 화물차주 대상으로 운송 직거래 계약을 도입하는 것이다.

화물차주가 직접 입찰에 참여해 화물운송, 운송료 정산까지 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 구축도 준비 중이다. 기존 포스코 그룹사 물류 업무 인원을 중심으로 약 100명의 조직이 구성될 예정이다. 물류 통합 대상은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SNNC, 포스코강판 등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차질없이 예정대로 물류법인 설립이 진행 중"이라며 "변수가 없는 한 12월에는 새 물류법인이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는 철강원료 구매, 국내외 제품 판매와 관련된 각종 운송계약이 내부의 여러 부서에 분산되어 있고 포스코인터내셔널, SNNC, 포스코강판 등 계열사별로 물류 기능이 흩어져 있다. 이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해 중복과 낭비를 제거해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가 물류법인을 추진하는 것은 가장 큰 이유는 비용절감의 필요성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4분기부터 철강업 불황으로 수익성이 대폭 줄어들었다. 올해 2분기에는 별도기준 1085억 원의 영업손실까지 냈다. 철강부문에서 사상최초로 적자가 발생한 것이어서 충격이 컸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허리띠를 본격적으로 졸라메기 시작한 포스코는 원가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코스트 이노베이션 2020' 프로젝트를 전사적으로 시행했다. 생산성 향상 및 낭비요인 제거를 통해 약 2400억원을 아꼈다. 400억원 가까이 내 온 포스코교육재단 출연금도 100억원 내외로 대폭 삭감했다. 

물류법인 신설계획도 이러한 원가 및 비용절감을 위해 내부 사업 프로세스를 들여다 보던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에서 비효율성이 발생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판단 내린 것이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포스코는 연간 물동량 규모가 1억6000톤에 이르고, 한해에 물류 비용으로 약 6조원을 쓰고 있다. 포스코 매출 대비 11%에 달하고, 영업이익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다. 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물류비용을 10%만 줄여도 영업이익의 17%를 늘릴 수 있다. 적자까지 내며 실적부진에 허덕이던 포스코 입장에서 물류비용을 줄이는 것은 어찌보면 필수불가결한 과제였던 셈이다. 

포스코는 올초부터 즉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물류 통합운영 등 자회사 설립을 검토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그룹들도 별도의 물류 계열사를 두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로지텍, 현대기아차는 현대글로비스, LG는 판토스를 갖고 있으며, 이들 계열사들이 각 그룹의 물류비용을 줄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포스코는 지난 5월 8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연내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의결하고, 법인설립 작업을 착실히 준비해왔다. 

그러나 해운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5월에도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자체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면 생태계가 교란되고 업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만큼 자회사 설립 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국내 최대 해운사는 HMM이지만 포스코와 직접 거래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해운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물동량을 자체 처리하면 국내 150여개 해운업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포스코 화물을 처리해온 육상 운송업체들 역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지난 10월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포스코는 물류법인 신설과 관련해 집중포화를 맞았다. 사회적 효용성이 마련되지 않은 물류자회사 설립은 불필요한 갈등만 초래하는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과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갈등 요소가 다분한데 알면서 왜 (물류자회사 설립) 시도를 하느냐”며 “신중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사실상 사업 계획을 접을 것을 주문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역시 “국민의 피와 땀으로 성장한 기업이 포스코인데 그룹 내에서 물류 업무를 조절하면 될텐데 왜 굳이 자회사를 만드느냐”고 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포스코는 화주 중에서도 ‘슈퍼갑’이다. 기존 물류업자들이 (자회사와) 경쟁이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김복태 포스코 물류통합 태스크포스(TF) 전무는 이에 대해 "포스코 그룹과 내부에 물류를 담당하는 여러 개 조직이 있고, 이것을 통합해 효율화·전문화하려고 한다"면서 "현재 중복 업무 때문에 낭비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자회사 설립의 목적이 비용 삭감이 아니냐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물음에는 "물류비용을 인위적으로 삭감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4차산업혁명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물류통합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고,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감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결국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할 것”이라 주장하며 " 포스코 자회사가 출범해 그룹사의 모든 물량을 맡아 중소 해운·운송기업에 저가 운임을 강요하면 중소 해운·운송기업은 고통을 받을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에서 입장을 정리해 국무회의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문성혁 해수부 장관이 이를 회의 안건으로 올리지는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을 두고 최정우 회장이 취임과 함께 표방한 '기업시민'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하자마자 ‘With 포스코’를 새 비전으로 제시하며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포스코가 해운업 진출이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기존 해운업체들에게는 물류비용이 축소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포스코가 물류비용을 절감한 만큼 해운업체 어딘가의 매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운업계 반발과 정치권에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 포스코는 물류법인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해운업계와의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사상초유의 적자까지 경험한 포스코가 물불 가리지 않고 비용 등 원가절감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았을 것"이라며 "해운업계 입장까지 고려할 정도로 여유있던 과거의 포스코가 아니고 줄일 수 있는 물류비용 규모가 조 단위이기 때문에 각종 반대에도 물류법인 신설을 예정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포스코 사옥(연합뉴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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