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 전기차 배터리 성능저하가 일어나는 점도 지적사항
전기차 중고차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도
배터리 성능저하 문제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제동걸릴까 우려
전기차 배터리 수명에 대해 소비자들이 의구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첫 구매시 완충 후 150km의 주행거리가 5년 뒤 75km로 주는 등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저하로 상당수 소비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기준치 이하로 성능저하가 일어나면 무상교환해 준다고 홍보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무상교환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문제를 겪는 소비자들의 사례와 자동차 제조사들의 소비자 AS 대책은 어떠한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탈많은 전기차 배터리 수명①] 150km가 75km가 됐다...."이럴려고 전기차 샀나"
[탈많은 전기차 배터리 수명②] 무상교환 정책 허점 투성이에 부실한 AS까지
[탈많은 전기차 배터리 수명③] 배터리 수명단축에는 눈감은 삼성·LG·SK 등 빅3
#사례1. 제주도에 사는 A씨는 2015년식 소울ev를 보유 중이다. 2015년 출고당시 배터리 보증 10년에 16만km(배터리 건전성 70% 이하시 교체)라서 안심하고 구매했다. 그런데 구매한 지 단 5년 만에 150km를 달릴 수 있는 차가 완충 후 75km로 주행거리가 반토막이 났다. A씨는 현재 8만km를 탄 상태다. A씨는 "저렴한 유지비와 세금, 정부 보조금 등이 마음에 들어 전기차를 초기에 구매했는데 배터리 성능 저하로 어디를 돌아다니는게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사례 2. 서울에 사는 B씨는 SM3 ze 소유자다. 정숙성도 좋고 잘나가지만 겨울만 되면 완충 후 최대 주행거리가 125km에서 65km대로 줄어들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해 겨울에도 주행거리가 줄어들까봐 걱정이다. B씨는 "배터리 특성상 날씨에 영향을 받는 것이 많은 애로사항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갈수록 떨어지는 문제로 상당수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전기자동차 가격은 최저 2000만원 대에서 1억원 대까지 다양하다. 요즘 가장 많이 보이는 아이오닉, 코나, 니로의 경우 약 5000만원 전후이며, 전기자동차의 원조격인 테슬라는 1억원 전후까지 가격이 나가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테슬라모델3의 경우 4000만원 대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정부의 전기차 활성화 대책으로 인한 막대한 정부지원금이 풀리며 차량과 지역에 따라 최소 1500만원에서 2000만원이 넘게 지원이 이뤄지면서 점차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그런데 2014, 2015년, 2016년 등 초기에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성능저하로 고통을 겪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초창기 모델들의 판매량은 2014년 1315대, 2015년 2945대, 2016년 5177대 등 총 9477대에 이른다.
최근에 나오는 전기차에서는 당연히 성능저하가 발견되지 않지만 오래된 전기차에서 전기차 배터리 성능저하가 일어난다. 또 충·방전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급속 충전을 많이 할수록 배터리 수명이 줄어든다.
스마트폰처럼 전기차 배터리에도 리튬 배터리가 들어간다. 스마트폰이 오래 사용할 수록 배터리를 완충해도 유지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처럼 전기차 역시 리튬 배터리가 기반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물론 BMS(배터리관리시스템) 등 각종 장치를 통해 배터리 수명이 오래가도록 노력하고 있고, 최근 나오는 배터리들은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돼 많은 보완이 이뤄지고 있지만 초창기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일 수록 배터리 성능저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아직 알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전기차가 판매되기 시작했으므로 기껏해야 5년 정도를 탄 사람들이 가장 오랫동안 전기차를 이용한 셈이다. "현재 전기차를 타는 사람들은 일종의 임상실험과 같은 단계를 거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 전기차 배터리 성능저하가 일어나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온도가 낮게 되면 배터리 효율이 여름철만 못하고, 배터리도 엔진처럼 적절하게 열을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열을 받게 하기 위해 전기가 소비된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냉난방, 그중에서도 히터를 켰을 때인데 이 때 많은 전력을 잡아먹게 된다.
최근 미국 자동차 협회가 실시한 테스트 결과 여름철(상온)에 에어컨을 켜면 약 17%, 겨울철(저온)에 히터를 켜면 40%까지 전기차 주행 거리가 짧아졌다.
배터리 성능저하가 전기차 중고차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문제다.
미국 자동차판매사이트 아이시카즈닷컴에 따르면 미국 중고차시장에서 전기차의 중고차 감가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닛산의 순수 전기차 리프는 5년동안 감가상각률이 71.7%에 달했다. 국내 중고차시장도 유사하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5년간 일반 자동차 감가상각률은 40% 정도지만 전기차 감가상각률은 70%에 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대차는 올해 2월 친환경차 구매 부담을 줄이도록 전기차 중고차 가격 보장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란 평가다.
박병일 자동차정비 1호 명장은 "리튬 배터리는 시간이 갈수록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기차 살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전기차가 중고차 값이 싼 이유가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 때문이고, 이에 대한 보완이 있어야 중고차 시장도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미래자동차산업 발전전략을 보면 현재까지 누적 11만대인 전기차 보급대수는 2030년 3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배터리 성능저하 문제를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를 제조하는 회사들이 해결하지 않으면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인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는 문제는 전기차 회사와 배터리 제조사들의 공통적 해결과제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기차 시장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다행히 충전회수에 따라 배터리 수명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이 개발되는 등 차세대 배터리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