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일몰 5년 연장안도 상임위 통과... 법률 개정 초읽기
코로나19로 최대 위기에 맞은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유통 규제로 설상가상의 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 등 규제 정책의 주요 대상이 된 유통 대기업은 당정의 강경 드라이브에 손을 쓸 방법이 없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실적의 대폭 하락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이 중점 추진하는 대표적 유통업 규제책은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와 롯데그룹의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에도 월 2회 주말 의무휴업일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입지 규제도 대폭 강화해 전통상권이 있는 곳 반경 20km에는 신규 쇼핑몰을 사실상 불허하는 내용이다.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던 내용이었지만,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여당은 올해 안에 반드시 이 법안들을 통과시킨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일 망원시장을 방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장상인들 앞에서 복합쇼핑몰 규제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유통 대기업 옥죄기를 강조했다.
이에 더해 대형마트 등의 의무휴업일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또 다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유통업계의 희망을 무너뜨렸다. 지난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장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올해 11월 23일로 종료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전통산업보존구역 주변에서의 대형 마트 신설 금지 등을 5년 더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타격을 받고 있는 대형 마트의 숨통을 앞으로 5년 동안 더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여당의 절대 우세로 구성된 국회에서 이 법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 대형 유통기업들은 정부와 여당의 유통업 관련 법안 대부분이 자사에 매우 불리한 내용으로 구성됐음에도 워낙 당정의 태도가 완강해 어떠한 호소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도 괜히 당정의 정책에 반대하는 모습으로 보일까봐 언론에도 자사의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것에는 무척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한편, 유통업계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대기업들의 오프라인 유통을 규제하면 곧바로 소상공인들의 상황이 나아진다’는 제로섬 게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대형 유통업체들을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을 괴롭히는 ‘악’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성과를 뺏으면 중소 상공인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단선적인 편견에 휩싸여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정의 정책 방향이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유통 대기업을 망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전통시장과 중소 상인을 육성·보호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 중 대기업 규제에만 매달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미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의 대립구조에서 벗어난 지 오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전선이 형성된 지 몇 년이 됐는데도 정치권의 시각은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오프라인 유통의 침체와 코로나19라는 거대 악재와 함께 유통 대기업을 ‘악’으로 보고 있는 정부·여당의 강한 압박에 롯데와 신세계라는 국내 유통산업의 양대 축은 절망의 늪으로 빠져가고 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