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내부 갈등 구조 등으로 이재용 기소 여부 늦어져...여론 향배 등에 고민
- 일반 국민, 이재용 선처 여론 월등히 높아...시민단체 일부 "불기소는 흑역사" 압박
- 재계·학계 "코로나19 사태, 수해 등 국난 극복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상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불기소 여부가 임박한 가운데 절충안 '기소유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검찰은 직제개편안 및 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있어 이번 주에는 이재용 부회장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19일 주례보고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최종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방법을 이번 주에 최종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 신병처리와 같은 중요한 사안의 경우 윤석열 총장과 이성윤 지검장간의 대면보고로 처리돼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19일 주례보고가 최종 조율 마지노선
하지만 두 사람은 7월 초 이후 서면으로만 주례보고 업무를 진행해왔다. 그간 '검언 유착' 사건으로 두 사람이 불편한 관계였던 터라 만남이 수월치 않았기 때문.
이제 윤석열 총장과 이성윤 지검장은 더 이상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미룰 수 없게 됐다.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하는 마지노선에 이른 것이다.
우선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한지 50여일이나 지났다. 기존 수사심의위 권고는 20일 이내에 결론이 났다는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 건은 이례적으로 늦어지고 있어 검찰로서도 세간의 이목과 여론에 압받는 모양새다.
지난 6월26일 수사심의위는 10대3의 의견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연루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또한 검찰 직제개편과 간부급 인사 등과 맞물려 이재용 부회장 기소 여부 판단에 이번 주가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 '검찰 직제개편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이를 전후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 수사를 맡고 있는 간부들의 이동도 이재용 부회장 건 마무리를 재촉하고 있다.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 삼성 수사를 맡고 있는 주임검사인 이복현 부장검사의 이동이 유력하다. 이재용 부회장 사건을 총괄 지휘했던 이정현 1차장검사가 이미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이복현 부장검사는 삼성 관련 수사에서 마지막 남은 간부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에 이목이 집중된다.
결국 검찰로서는 간부급 인사에 앞서 이재용 건을 마무리하는 게 향후 행보가 다소 수월하게 된다.
수사심의위 권고 불복은 '검찰개혁 자기부정'
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수사중단ㆍ불기소 권고를 받아든 검찰로서는 '기소유예'와 같은 절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일부 인정되지만 기소는 하지 않는 것이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수사에 대한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간 일반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권고에 대해 모두 따랐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검찰의 '셀프 개혁'에서 나온 제도다. 만약 수사심의위 권고 불복은 '검찰개혁 자기부정'이 된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 강행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검찰 수사팀은 혐의 입증을 위한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있다는 입장이다.
불기소할 경우 자칫 스스로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검찰의 고심이 크다. 검찰은 무려 1년 8개월에 걸쳐 50차례 압수수색, 삼성 임직원 100여 명에 대한 430여 차례의 소환 조사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가 늦어진 것은 윤석열 총장과 이성윤 지검장 갈등 구조 등 검찰 내부 문제가 작동했지만 코로나19 사태 등 사회경제 상황에 따른 여론 향배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일반 국민은 이재용 부회장을 불기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월등히 높지만, 소수 여당 의원과 시민단체 일부는 기소를 요구하고 있어 검찰의 고심이 깊었다.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 막바지에 몰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계와 학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수해 등 국가적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난 극복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검찰이 유독 삼성에 가혹한 '사법 리스크'를 장기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반삼성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을 기소유예 한다면 흑역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삼성의 위기는 국가 경제의 위기...'180조원 투자 및 4만명 고용' 약속 등 지켜
삼성은 지난 2018년 8월, 정부의 요청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성장 기반 구축' 차원에서 발표한 '총 180조원 투자 및 4만명 고용' 약속을 2년간 충실히 지켜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도 착실히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IBM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탁생산하게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선정 발표한 '3대 중점 육성 산업'인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삼성은 민간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또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중소 협력업체, 스타트업, 학계 등을 지원하며 '동행'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코로나19 사태와 수해 복구 지원 등에도 앞장 섰다. 법원의 요구에 따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 및 '뉴 삼성' 비전 발표 등 변화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향후 몇년간 이재용 부회장은 매주 법정에 서야 한다. 이미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 재판 등에 이어 '사법 리스크'는 삼성의 위기는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문제는 삼성의 위기는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도 성장동력이 멈출 경우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식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검찰 의혹 불식"
미국 월스트리저널(WSJ)도 최근 보도에서 “지난 3년간 이재용 부회장의 법적 문제로 회사는 거의 마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 사이 애플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은 전략적인 투자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단지 사법적 판단 차원을 넘어 국가적 위기 사태 및 글로벌 불확실성 등과 결부돼 복잡하게 증폭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이제 위기감을 넘어 절박함으로 다가오는 시간일 것"이라며 "이미 수사심의위 권고가 나온 만큼 검찰이 순리에 따르는 것이 국가적 차원이나 국민에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식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검찰의 의혹도 해결되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