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계열사의 안전사고, 채용 비리 의혹 등 재발방지대책 주목
- '뉴 LG' 이끌 미래 사업가 인재 육성 및 연구개발 집중
- 대형 M&A 빅딜 등 재계 관심...국내외 현장경영 가속화
“LG의 혁신과 도전은 우리가 가진 기술과 아이디어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감동을 느끼고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고객의 니즈가 더욱 빠르고 다양하게 변하지만 이러한 고객 가치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고객을 위한 의미 있는 도전이라면, 결과에 상관없이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구광모 드림”
구광모 LG 대표의 메시지다. 지난 달 코로나19 사태로 고객 가치 혁신 사례 공유회인 ‘LG 어워즈(Awards)’ 행사 개최가 어렵자 44개 수상팀 리더들에게 축하와 응원을 보낸 것이다.
구광모 대표가 오늘(30일)로 취임 3년차에 돌입한 가운데 '뉴 LG' 비전을 향한 매래성장동력 확보 이외에도 산적한 도전과 과제에 대한 해법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30일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대표는 그간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없애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 경영철학으로 '뉴 LG'를 이끌고 있다"며 "과감한 결단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성장동력 발굴에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3년차를 맞아 자신의 진정한 성적표로 평가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29일로 회장직에 오른지 만 2년이 됐다. 지난 2018년 5월 20일 고(故) 구본무 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구 대표는 만 40세의 나이로 갑자기 LG그룹의 총수에 오르며 '우려 반 기대 반' 시선을 받았다.
구 대표는 구인회 창업자, 구자경-구본무 회장에 이어 4세 경영체제를 연 것이다. 지금까지는 선대 회장들의 후광효과에 의해 상대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며 안착에 성공했다면 앞으로는 오직 자신의 색깔로 LG를 새롭게 변모시켜야 하는 셈이다.
특히 구 대표는 3년차를 맞아 코로나19 펜데믹, 그룹 내 안전사고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LG화학 인도공장과 서산공장에서 잇따라 화재사고가 발생하며 안전 문제가 드러났다. 구 대표가 직접 사과하고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안전경영'을 주문하며 신속히 대처했다.
LG전자의 채용 비리 의혹도 진행형이다. 경찰은 지난 2013~2015년 LG전자 임직원이 청탁을 받고 합격선에 못 미치는 일부 지원자를 부정 채용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 재발방지대책 등이 필요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적자 사업에 대한 회생방안이 급선무다. 20분기(5년) 연속 적자에 빠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턴어라운드', 6분기 연속 적자가 지속 중인 LG디스플레이의 흑자 전환 등이 중요한 과제다.
또한 미국·중국 무역 분쟁, 코로나19 사태, 기술 경쟁 심화, 4차산업혁명 변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뉴 LG'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리더십의 핵심 잣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구 대표는 '뉴 LG'를 이끌 인재 확보와 연구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구 대표는 ‘미래 사업가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LG는 지난해 각 계열사의 추천과 3개월 간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임(대리~과장) 및 책임책임(차장~부장)급의 잠재력 있는 젊은 인재들을 선발했다. 구 대표는 지난해 10월 LG인화원에서 이들과 직접 만났다.
구 대표는 올해부터 미래 사업가 직원들을 사업 현장 방문에 참석시켜 미래전략 점검과 고객가치 혁신을 위한 논의 과정 등을 실제로 경험하게 했다. 신사업·전략·미래기술 등에서 이들이 만들어낼 'LG의 미래'가 기대된다.
구 대표는 이들과 함께 지난 2월 LG전자의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했다. 이어 지난 4월 LG유플러스의 고객센터, 5월 LG 연구개발(R&D) 핵심허브인 LG사이언스파크, 6월 전자제품 유통채널인 LG전자 베스트샵 방문 일정에도 함께 동행했다.
구 대표는 지난 5월 28일 핵심 R&D 단지인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은 실패"라며 "과감한 도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는 의지다.
구 대표의 주문에 따라 LG는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언택트 시대의 고객과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 등을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혁신하겠다는 것.
구 대표는 이미 미래성장동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GM과 1조원씩 출자해 ‘얼티엄 셀즈’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시장 주도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5G 시대의 방송·통신 융복합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CJ헬로비전을 인수한 후 ‘LG헬로비전’을 출범했다.
LG CNS는 지난 4월 맥쿼리그룹이 지분 35%를 약 1조원에 인수해 신사업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만 총 20조원을 투자한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와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은 미국 뉴에이본과 일본 에바메루 등을 아우르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재계에서는 이미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LG가 미래 성장 분야에서의 인수합병(M&A) ‘빅딜’ 등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외 현장경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가 현재 위기 극복은 물론 그룹의 체질 개선과 혁신 그리고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어떻게 '뉴 LG'를 구축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